이강백 작, 오태석 연출의 황색여관을 봤다. 이 두 분은 연극계에서 이름난 작가, 연출가 중에 살아있는 몇 안되는 분들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국립극단 배우들의 연기라.. 기대를 잔뜩하고 극장을 찾았다.
극장에 딱 앉았을 때, 우리학교의 극장이나 대학로 극장과는 딴판인 풍경에 새삼 감탄했다. 조명 및 무대장치를 신나게 구경하다가 극이 시작되자 우선은 제대로된 발성과 발음으로 인한 대사 전달력에 다시 감탄했다. 피비린내나고 지겹고 화나는 대립만이 있는 이 극 곳곳에는 감초같은 캐릭터들이 숨어있었다. 그 덕에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특히 "기가막혀" 라는 대사뿐인 배우는 대단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자신의 감정을 다 그 말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었다. 나중엔 언제 그 배우가 기가막히다고 할까.. 기대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극은 세상을 신나게 비꼬고 있었다. 허허벌판에 세워진 황색여관. 누런 황사가 만연한 그곳은 탁한 세상을 뜻하는 듯 했다. 거기에 모인 여러 군상들. 그들은 있는자와 없는자,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로 나뉘어 대립한다. 그리고 결국엔 모두가 매일 밤마다 죽어난다. 여관주인과 그의 부인은 이런 대립을 조장해 이득을 얻고, 여관주인의 처제와 주방장은 이에 염증을 느껴 떠나려고 하기도, 막아보려 하기도 한다.
소통,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는 굉장히 중요한 것임을 새삼 느낀다. 극 중에 주방장이 그러더라. 매일매일 젊은 사람들과 늙은 사람들 모두가 항상 같은 말만 반복한다고. 지겹다고. 그렇다. 다들 자기말만, 자기입장만 내세운다. 이해해보고 져주려는 노력은 없다고봐도 무방할 정도다.
극 마지막에 여관주인의 처제는 돌아오는 밤에는 꼭 죽음을 막아보겠다고 의지를 다진다. 이 혼탁한 세태에도 희망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