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들
체홉의 두 단막극을 연달아 봤습니다. 둘 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인데요. 뭔가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가슴에 울림이 남을 정도는 아니지만 은근한 매력이 있달까요?<곰>은 사랑의 상처로 인해 마음을 닫고 사는 남녀가 서로의 색다른 모습에 반해 마음을 열고 다시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깁니다.
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아무도 만나주지 않는 과부의 모습이 둘의 마음상태와 절묘하게 오버랩되더군요. 적막이 흐르는 공간에 곰 같은 남자가 들어와서 집안을 뒤흔들어놓는 것 또한 서로의 마음이 흔들리는 과정과 오버랩되어 잔잔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엔 새로운 사랑으로 이전의 상처를 치유하는 아주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극이 마무리 됩니다. 인터미션 시간에 누가 내 가슴도 흔들어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
<청혼>은 이웃집에 한 남자가 청혼을 하러갔다가 사소한 문제로 다투기 시작하면서 본래의 목적을 잃고 아주 웬수가 다됐다가 갑자기 급 결혼을 해버리는 내용입니다.
결혼이 결정되면서 모든 갈등이 급정리되는데요. 역시 사랑은 모든걸 덮어버리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참 사람들이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집착해서 정작 중요한걸 잊고 사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구요. 결혼결정 후에도 계속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잠깐 보여지는데요.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결국엔 각자의 주장, 자존심을 완전히 덮어버리진 못하는 모습에 공감을 하게 되니 '피식'하고 웃음이 나더군요. 극은 짧지만 참 리얼하게 잘 풀어냈다 싶었습니다.
앙상블의 비교체험
비슷한 느낌의 두 단막을 연달아 보다보니 자연히 팀 간의 완성도가 비교되더군요. <곰>의 경우엔 보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습니다. 극 속으로 쭉 빨려들어가려는데 문턱에 걸려넘어지는 느낌이랄까-_-; 처음에 시작부터 하인역을 맡은 배우 한쪽팔이 자꾸 덜렁덜렁 거려서 신경쓰이더니 발성이 아주 좋은 빚쟁이께선 멋진 소리와 좀 따로노는 연기를 보여주시는 겁니다.배우 개개인의 역량보다도 장면장면에서 좀 더 살릴 수 있을 거같은데... 하는 아쉬움을 계속 남기더군요. 뭔가 어색하고 연기가 조화가 안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연습량이 부족한건지 분석이 부족한건진 모르겠지만 좀 아쉽더군요.
ㄴ <곰>에서 가장 재밌었던 대목은 "이!!!! 곰새키야!!!"
반면 <청혼>은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곰>이랑 비교해서 배우간에 호흡이 굉장히 좋더군요. 톱니바퀴 맞불리듯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극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냥 뭐 흐뭇해지더군요. 아버지 역 하신 배우분은 너무 오버하셔서 흥분하실땐 간질환자가 되버리셨지만 뭐 전혀 무리없었습니다. 딱 두번 나왔지만 잠깐 정지하는 장면은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 주더군요. 역시 연극은 배우 개개인의 역량이 문제가 아니라 앙상블의 문제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걸리적 거리지 않는 대사
개인적으로 연출을 맡은 오세곤 선생님에게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분인지 자세히 아는 바는 없지만, 외국 작품을 번역 할 때 최대한 우리말에 가깝게 바꾸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좋더군요.저 같은 경우 외국 작품을 접하면 우선은 생소한 이름/지명에 머리가 혼란해집니다. 그중에서 러시아는 아주 최악입니다. 그놈이 그놈같고 저놈도 그놈같고.. 아무튼 그 이름 기억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이상한 번역투의 대사를 듣고 있자면 내용파악이 쉽게 안되서 짜증이 많이 납니다. 모름지기 공연이란 팔짱끼고 앉아있어도 쑥 빨려들어갈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듣기 평가하는 것도 아니고 대사를 듣고자 애쓰고 이해하고자 애써야 하는 공연은 아주 별롭니다.
이번 공연은 걸리적 거리는 대사가 없더군요. 내용이 쉽기도 하고 인물도 적게나오기도 했지만요. 대사를 최대한 간결하고 우리말 같이 하려는 연출자와 배우에겐 아낍없이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