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 6점

이민규 지음/더난출판사

2006년 수많은 기관과 기업으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베스트셀러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를 읽었습니다. 베스트셀러답게 저희집 책장에도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굉장히 쭉쭉 잘 읽히는 책이어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고나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는 옛말이 떠오릅니다. 저자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밝혔듯이 대인관계에 대단한 비법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책을 읽기 전부터 그리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기대한 것은 구체적인 실천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미미하더군요. 이건 지하철 플랫폼에 붙어있는 좋은글을 묶어놓은 수준입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 '다 아는 내용이라고 툴툴 대며 읽었지?' 라고 말하며 '아는 것이 힘은 아니야. 실천해야해' 라고 역설합니다. 제 눈에는 이게 쉴드치는걸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실천이 진짜로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의지부족, 게으름과 같은 이유겠죠.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정도면 그런 의지 정도는 충분할겁니다. 재미로 자기계발서를 읽진 않을테죠. 심심하면 소설을 읽겠죠. 그다음으로 실천이 어려운건 어떻게 실천해야할지 잘 모르기때문입니다.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첫인상을 좋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끌리는 사람이 되려면 외모도 중요하고 성격도 중요하고 능력도 중요하다는 너무 뻔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기엔 너무 어려운 얘기를 대단한 비법이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저자도 이야기 했듯 책의 내용은 대부분이 잘 알려진 내용입니다.(출간된지 오래되서 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뭐하러 잘 알려진 내용을 책으로 엮었을까요? 실천방법이 두둑했다면 정말 명서였을텐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겠죠.(기대치 위반 효과?ㅎ) 좋은책이긴 합니다.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고, 실제 사례와 연구 결과를 결합시켜서 잘 엮어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쭉쭉 잘 읽힙니다. 대인관계 관련 자기계발서의 입문서 느낌이랄까요? 구체적인 실천방법은 적지만 이러이러한 것들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시키고 있어서 실천방법을 찾는 징검다리 역할에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뷔페같습니다. 먹을만한 많은 음식들이 있지만 딱히 대단히 맛있는 음식은 없는 뭐그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것은 무의식과 감정입니다. 인간이 무의식과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죠. 이 책에서도 그걸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인간이 컴퓨터처럼 똑부러지는 판단을 할 수 없기에 심리학이 재밌고 신기한 것이구요.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무의식적 법칙은 give&take입니다. 인간이 함께 어우러살기위한 장치로 등장했다가 오랜세월 끝에 무의식 깊숙한 곳에 뿌리내린 법칙이죠. 유무형의 모든 것들이 대개 이법칙을 따르게 됩니다. 이건 먼저 주는게 남는 장사같습니다. 심리적 부담감도 덜할 뿐더러 먼저 준 사람이 관계를 리드할 수 있기때문입니다.

가장 공감하면서 봤던 것이 give&take 부분이었다면, 어렵게 본 부분은 인상 부분이었습니다. 첫인상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때문입니다. 첫인상이건 열번째인상이건간에 부정적인 정보가 들어오는 순간 끝장이라는 겁니다. 첫인상이 강조되는 것은 첫인상이 부정적이면 그 이후의 만남이 거의 무의미할 정도가 되기때문일겁니다. 결국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요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할텐데(본의와 상관없이 나쁜인상이 되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그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는 것이 좀 답답했습니다. 또 너무 나쁜인상을 안주기위해 남의 눈치를 보게되면 전혀 즐겁지 않을테니까요. 이부분에 대해선 따로 책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통과 관계가 더더욱 강조되는 요즘, 관련 책에 흥미가 마구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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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0 03:53 2009/11/30 03:53


  1. 이종범
    2009/11/30 15:09
    책의 제목을 바꾼다면 끌리는 책은 1%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 실천을 하는 방법을 몰라 그 방법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이야기는 정말 가슴에 와 닿습니다. 자기계발책들을 읽는 사람들의 니즈를 먼저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 같아요. ^^
    • basecom
      2009/11/30 16:27
      네 ㅎㅎ ACT 실천법이었던가? 하는 걸로 실천법도 강조하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실제 실천요령에 대한 부분은 좀 부족해보였어요. 아쉬운 부분이었죠^^
  2. 미자라지
    2009/12/01 11:53
    그 1%가 다르기가 참 힘든것 같더라고요...ㅋ
    대충보면 다 비슷할지도 모르겠지만...ㅋ
    • basecom
      2009/12/01 14:27
      네 힘들죠 ㅠㅠ 겉으로 보기엔 1%가 다를지 몰라도 내면은 100% 다를지도 몰라요
  3. 뽀글
    2009/12/01 13:54
    저도 요즘 소통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제가 좀그쪽에 약하거든요^^;;
    기대없이 봐야 재미난다는^^;;
    • basecom
      2009/12/01 14:28
      저도 좀 약해서요ㅠ 기회가 되면 책을 좀 더 찾아볼 생각입니다.(잘될지모르겠지만^^a..)
  4. 평범
    2009/12/02 11:03
    소통하는 방법은 책에서 배우더라도
    결국 소통하는 자세란 본인에게 달린 것 같습니다.
    ㅎㅎㅎ
    • basecom
      2009/12/02 13:13
      그쵸^^ 소통하는 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마음가짐이겠죠^^
  5. 감자꿈
    2009/12/02 19:36
    저도 재밌게 읽었던 책이랍니다.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
  6. 탐진강
    2009/12/03 19:05
    첫인상이 중요하다.
    기브 앤 테이크 원칙.

    역시 상대방이 있는 것이 소통이니까요

  7. 2011/10/08 16:29
    저는 생각이 좀 다른데요. 많은 책들이 비슷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이 책은 더 듣게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거창하지 않게, 솔직하게 두런두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달까, 좀 찔리기도 하고 반성도 하게 만들어서 겉돌지 않고 더 들을 수 있게.

    실천을 강조한 것이 자신이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원천봉쇄가 될 수도 있겠지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정말 세세하게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를 시시콜콜 알려준 책도 맨 뒤를 읽어보면 '너는 지금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겠지만 곧 책장에 이 책을 꽂아놓고 까맣에 잊고 살 것이다. 그러니 자주 다시 읽어라' 하는 말을 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그런 책을 사 읽었다고 해서 그만큼의 의지 정도는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비슷비슷한 자기계발서가 그렇게 끊임없이 나오고 또 끊임없이 팔리는데, 이상하지 않나요?

    '실용성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용기 내서 해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방법은 많이 알려준 것 같은데요.. 많이 웃어라, 칭찬은 이렇게 해라, 외모를 소홀히 하지 말아라,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잘못 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해라.. 예컨대 ACT를 보고 나서 노트나 엑셀 시트에 문제-대안-실천-피드백을 써내려가 본다던지 그런 걸 진짜 해보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그냥 '그래, 알아알아, 근데 뭘 어떻게 하라고?'라고 생각만 하지. 실천은 더 가르쳐 줄 수가 없잖아요. 쫓아댕기면서 하나 안 하나 감시할 수도 없고. 저 책을 읽고 배운 점이 많은 저로서는 (그 전에 자기계발서를 별로 안 읽어서 그런지) 뭐, 그렇습니다. ㅎㅎ
    • basecom
      2011/10/08 18:35
      읽은지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나긴 합니다만.. 사람마다 더 잘 받아들여지는 책이 있는 거겠죠. 까놓고 보면 본질이 같을지라도 포장은 제각각이니까요.

      자기계발서들의 내용은 어떻게 보면 다 잘 알려진 내용들이고 서로 비슷비슷하기까지 하죠. 당연히 실천이 어렵죠.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도 (실천하면)성공하는 비결인거겠죠. 또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는 가치가 없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고전이 아니고 비교적 최신판이죠. 최신판이 남들 다 아는 얘기를 하면서도 좋은 책이 될 수 있는 길은 실천방법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의 자기계발서들이 그 부분이 부족했고, 실제로 사람들도 실천을 못해서 효과를 못보고 있으니까요.

      뭐 몇 권 읽었는데도 변화없는 자신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죠. 사실 실천하는 방법이 진짜 비결아닐까? 하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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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 5시처럼 어정쩡한 연극


서울문화재단 예술표현활동지원 선정작. 많은 언론 노출. 오달수 주연.. 꽤나 기대를 하고 봤는데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려는 건지, 웃음을 주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실험적인 작품이냐?? 아뇨. 전 "개그야"(개콘말고)보는 줄 알았습니다. 연극 제목처럼 어정쩡합니다. 강마에 표현을 빌리자면 이건 뭐 참아줄 수가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큰 줄기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합니다. 시공간까지 뒤죽박죽 섞어놨습니다. 등장인물과 장면이라도 좀 적었으면 나았겠지만, 그것마저 너무나 많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흡입력이 정말 부족합니다. 부족한 흡입력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쓸데없는 개그를 너무 많이 넣었습니다. 단지 개그를 위한 장면과 개그를 위한 등장인물들이 생겨버렸습니다. 전 씁쓸한 웃음 뿐이 나오질 않더군요. 연극이 개콘도 아니고...

어정쩡한 포지셔닝때문에 주요 스토리는 설명이 부족해서 당위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연극은 소위 3류인생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권투선수, 라운드걸, 흥신소, 노래방도우미, 탈영병, 정신이상자 등등. 하지만 왜 그들이 3류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꿈은 뭔지, 3류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은 치는지, 그걸 못하게 하는 현실은 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냥 3류인생만 보여줄 뿐이에요. 사실 3류인생 소재도 왠만큼 단물 빠진 소재거든요. 적당히 해선 감동 주기 힘든 소잰데, 적당히도 하지 않네요.

그러다가 봉세는 죽어버립니다. 죽은 시간이 월요일 5시래요. 그래서 제목이 월요일 5신가? 어정쩡한 시간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아니, 봉세의 인생과 월요일 5시와의 관계가 대체 뭘까요? 도저히 알수가 없습니다. 알수있는건 죽기직전에 봉세가 인생최고로 행복했다는 거? 그나마도 죽기전에 갑자기 조명을 밝게한거랑 '행복해보여서 죽였다'는 정신이상자의 고백덕분에 알게된거지 그런 장치 없었으면 전혀 알 수 없었을 겁니다. 너무 어이없게 죽어버렸어요.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수가 없는 결말입니다.

비비지 않고 먹는 비빔밥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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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신기루 만화경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봉세인생, 봉세죽음은 무슨 상관일까요? 특히 마지막에 봉세죽음과 대비되는 변호사부부 이야기는 꽤 비중있어보이지만 도대체 왜 들어와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비지 않고 먹는 비빔밥 같은 느낌이랄까요?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에 섞이지 못해서 붕붕 떠보였습니다. 캐릭터를 재밌게 잘 잡은 배우들도 보였고, 오달수씨도 내공있는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누구에게도 감탄은 할 수 없었습니다.

연출 탓인지, 작품 탓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확실히 실망인 작품입니다. 이 작품으로 공감도, 웃음도, 감동도, 울림도, 고민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이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극단 '신기루 만화경'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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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00:13 2009/11/27 00:13


  1. 평범
    2009/11/27 09:48
    이야기가 산만하다는 점은 저도 느꼈던 것 같아요
    정신이 없죠 ㅎㅎ

    아 그리고..
    연극 트랙백은 첨 받아봤어요 ㅎㅎ
    연극전문블로거 베이스컴님.. 줄여서... 베컴? ㄷㄷㄷ

    앞으로 자주 놀러올게요~!
    • basecom
      2009/11/27 12:04
      아 ㅎㅎ 연극전문블로거는 아닌데;;
      공연보면 다른 사람들이랑 나눠야 제맛이라 찾아다가 트랙백을 걸곤하죠^^

      저도 자주 놀러갈게요~
  2. 싱클레어
    2009/11/27 12:10
    트랩백으로 넘어왔어요ㅎ
    여긴 어떤 블로그??
    개인홈퓌이신거 같아서^^;;

    글 제목처럼 어정쩡한 연극에 공감해요
    초반 대사처리나 내용 등등...짧은 소견에선 왠지 연출의 책임이 크지 않을까요..
    • basecom
      2009/11/27 12:22
      네. 여긴 그냥 개인블로그에요 ㅎㅎ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 하는.. 뭐 그런?ㅎㅎ
      저도 딱보면 그냥 연출탓이 하고 싶어지지만, 원작을 접해보지 않은터라 판단을 잘 못하겠네요. 사실 초연이 아니라는 것에 좀 놀랐습니다;;
  3. 뽀글
    2009/11/27 14:41
    너무 재밋는 표현인데요^^ 월요일 오후 5시같은..^^;; 어쩡쩡함이..
    글이 너무 재밋어 잘보고가요
    • basecom
      2009/11/27 23:26
      연극제목을 활용한 표현이지만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저 시간의 어정쩡함에 대해서 아직 학생인 저는 별 공감을 못하겠지만 직장 다니시는 분들은 아주 공감을 하시더라구요 ㅎㅎ
  4. 아르테미스
    2009/11/29 20:30
    별루였나봐요~^^;;
    문화적 혜택과는 거리가 멀게 사는지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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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감탄을 하고 왔습니다. 파격적으로 자연스러운 공연스타일도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어서 좋았습니다. 요새 인간에 대해 냉소적인 공연과 비극적인 공연을 많이 보는 바람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 공연으로 훈훈한 마음을 품을 수 있게 됐네요.

이게 바로 진짜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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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Vivarium Studio


'이래도 되나?' 혹은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만큼 "세르쥬의 효과"는 현실 같은 연극입니다. 무대는 소박하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TV, DVD 플레이어, 오디오, 책, 탁구대 등등. 진짜 과자, 피자, 와인에 진짜 자동차까지 등장합니다. 조명은 형광등입니다. 그러나 과장된 연기, 관객을 의식한 연기는 없습니다. 배우들의 얼굴보다 등판을 훨씬 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승전결로 맺어지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냥 일상의 한조각을 보여줄 뿐입니다. 지난번에 본 "도쿄노트"와 비슷한 느낌도 있는데요. "도쿄노트"가 엿듣는 느낌이었다면 "세르쥬의 효과"는 벽에 구멍 뚫어 놓고 엿보는 느낌이랄까요.

세르쥬는 일요일 마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취미입니다. 이름도 거창하죠. "헨델 음악에 맞춘 회전효과" "바그너 음악에 맞춘 빛의 효과" "존 케이지 음악에 맞춘 레이저 효과" "빅 체스넛 음악에 맞춘 폭죽 효과"와 같은 것들입니다. 근데 거창한 이름에 비해 공연은 너무나 허접합니다. RC카에 폭죽을 꽂고 달린다거나 음악에 맞춰서 헤드라이트를 깜빡거리는 정도죠. '이게 뭥미?' 하는 어색한 공기가 객석에도, 무대에도 형성됩니다. 하지만 바로 이 일상적인 어색함, 그 어색함이 주는 간격이 이 공연의 웃음포인트이자 관전포인트입니다. 별 내용 없는 이야기지만 보는 내내 킥킥거릴 수 있었습니다. 간간히 폭소도 터지구요. 어쩜 이렇게 만들 수 있는지. 연출자의 연출력과 세르쥬의 연기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세르쥬의 친구들은 한국에 와서 모집한 일반인들이라고 합니다. 언제나 공연하는 도시에 가서 친구들을 모집한다고 하네요. 연습도 거의 안했고 특별한 대사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연극적 연기가 아닌 일상의 모습이 나올 수 밖에 없겠죠. 세르쥬가 친구들을 어찌나 멋지게 받쳐주던지 전혀 튀지가 않더군요. 세르쥬도 일반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말이죠. 이런 연기가 더 어려운 법인데 대단하더라구요.(저도 세르쥬 친구에 지원해보고 싶었는데 대학원 입시의 압박으로 ㅠㅠ)

소통하고자 하는 세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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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Vivarium Studio


세르쥬는 어설픕니다. 세르쥬의 공연도 어설픕니다. "세르쥬의 효과" 라는 연극도 왠지 어설픕니다. 그런데 그런 세르쥬를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세르쥬가 어느 이야기 속 멋진 주인공의 모습이 아닌 우리의 모습과 더 닮아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리고 소통하려고 하기 때문 아닐까요?

세르쥬는 매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지만 그다지 활발하거나 대인관계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친구들과도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구요. 다만 소통을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합니다. 바로 공연이죠. 공연이 썩 멋지지는 않지만요. 어쨌건 친구들은 세르쥬의 공연을 계기로 모이게 됩니다. 모여서 얘기하고 와인을 마시고 피자를 먹습니다. 어색하지만 즐거워보입니다. 왠지 훈훈합니다.

세르쥬는 관객들과도 소통을 시도합니다. '금강제화' '롯데리아' 'GS홈쇼핑' 같은 한국의 상호를 대사 속에 등장시키고, 간단한 대사는 한국말로 합니다. "빨리요" "배웅해줄게" "뭐 좀 마실래?" "코트 받아줄게" 와 같은 말들입니다. 별거 아닌데 재밌고 기분이 좋습니다. 최대한 관객 눈높이에 맞추는거죠. 현지 일반인 친구 모집도 그런 맥락일 겁니다. 실제로 객석 반응도 좋았구요. 긴 대사는 일반인 출연자가 통역하는 방식을 택해서 자막 사용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다가가고 싶지만 어색해 하고 방법을 모르는 게 현대인의 모습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점점 단절되어가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꼭 세련된 방법이 필요한 걸까요? 소통을 위한 노력과 마음가짐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세르쥬처럼 투박하게라도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요.


이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모두 인용의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Vivarium Studio, Martin Argyroglo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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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01:45 2009/11/20 01:45


  1. Phoebe
    2009/11/20 11:54
    신선하기도 하고 나름 재미도 있겠네요.^^
    • basecom
      2009/11/20 13:49
      네^^ 해외초청공연들이 좋은건 다들 한가닥하는 공연들이기때문이에요 ㅎㅎ 자막 보는 불편함이 있긴하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초청까지된거니까^^
  2. 모모군
    2009/11/20 13:40
    독특한 연극이겠습니다. 저도 세르쥬의 친구로 초대 받고 싶어졌습니다. ㅎㅎ
    • basecom
      2009/11/20 13:51
      제가 얼마나 세르쥬의 친구로 초청받고 싶었는지 ㅠㅠ 무대에서 피자랑 와인을 진짜로 먹는데.. 샘나더라구요 ㅎㅎ
  3. 드자이너김군
    2009/11/20 18:04
    오~ 뭔가 심오하게 재밋을것 같은.. ㅋ
    정말 리얼리티군요..+_+
    • basecom
      2009/11/20 18:08
      심오할 것 같은데 보면 하나도 안 심오해요 ㅎㅎ
      그냥 좀 어이없어서 킥킥대게 되는데
      보고나면 어? 하는 뭐 그런...^^;
  4. gemlove
    2009/11/20 21:19
    신기하네요 ㅎ 연극이라는 느낌이 안들꺼같아요 ㅎ 마치 일상생활을 제3자가 관찰하는 느낌? ㅋ 근데 소통을 시도한다고도 하니 ㅎㅎ
    • basecom
      2009/11/20 23:12
      네 맞아요. 일상생활을 제3자가 관찰하는 느낌이죠 ㅎㅎ 어차피 연극이나 모든 공연예술이 관객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려고 하는 게 목적인데, 그럴려면 공감할 수 있게 해야하거든요.
      직접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거나 하는 부분은 없지만 공감대형성이라든가 하는 부분에서 소통한다고 생각했어요^^
  5. 김뽀
    2009/11/21 13:41
    색다른 공연인것 같아요^^
    저도 훈훈함을 함께 느끼고싶어요~~
    • basecom
      2009/11/21 17:12
      ㅎㅎ 세르쥬는 이미 프랑스로 돌아갔을 것 같고.. 다른 훈훈한 공연을 추천해드려야겠네요. 마침 연말이라 훈훈한 공연시즌이긴합니다 ㅋㅋ
  6. 탐진강
    2009/11/22 17:59
    좀 독특하고 재밌는 연극인 듯 합니다.
    연극을 좀 봐야 하는데 요즘은 못보고 있어요ㅠㅠ
    • basecom
      2009/11/22 18:30
      네 ㅎㅎ 해외초청작들은 기회가 있으면 꼭 보세요. 언제 다시 우리나라로 공연올지 모르니까^^
  7. 감성PD
    2009/11/23 15:06
    특이한 연극인 것 같군요...
    어색해하지만 꾸준한 소통을 하려는 모습이 좋아보여요.
    • basecom
      2009/11/23 15:57
      네 ㅎㅎ 연극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필요한 자세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니까 참 좋았어요^^
  8. 분홍별장미
    2009/11/24 16:39
    은은한 즐거움이 있을것 같네요.
    또다른 나를 볼수있는 계기도
    될것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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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햄릿의 정체는 거대한 양파가 아닌가 싶습니다. 400년 동안 깠는데도 아직 새로운 껍질이 남아있으니까요. 햄릿은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서 재창조되어 왔습니다. 이번달에도 서울에서만 3개의 햄릿이 공연됐거나 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중에 이탈리아산 "햄릿-육신의 고요"를 봤습니다. 다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실험극 형태였는데요. 난이도 상입니다. 새롭긴한데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그냥 제맘대로 감상 시작해보겠습니다.

햄릿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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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Compagnia Laboratorio di Pontedera


제가 보기에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6인조 펜싱검투사들의 존재입니다. 펜싱풀세트(펜싱가면, 펜싱복, 펜싱칼)를 갖춘 이들은 햄릿을 둘러싼 모든 것을 표현합니다. 가면을 벗으면 극중인물이 됩니다. 햄릿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6인조 검투사들이 돌아가며 연기합니다. 가면을 쓴 상태에서는 보통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햄릿 내면의 갈등이라던지, 심리적 압박감, 햄릿을 둘러싼 환경 같은 것들 말이죠. 검투사들이 햄릿을 향해 칼을 겨누며 몰아붙인다던지, 서로 대결을 하며 펜싱검의 부딫히는 소리를 낸다던지 하는 식으로 표현이 됐습니다. 또, 무대를 전환하고 소품을 가져오기도 했는데요. 무대크루적인 역할같지만 햄릿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아보이더군요.

6인조 검투사들 덕에 햄릿이 더욱 강조됩니다. 물론 햄릿이 주인공인 작품이긴하지만 더더욱 햄릿 중심으로 풀어나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건은 굉장히 스피디하게 전개되는데요. 중간에 암전 없이 막바로 다른 장면이 계속 이어집니다.(햄릿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야기 따라가기도 벅찰 것 같은 스피드였는데 왜 지루한 감이 있었는지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마치 햄릿 기억 속의 사건을 되짚는 느낌입니다. 어떤 장면에선 한 인물을 2명의 검투사들이 동시에 연기하기도 했는데요. 그 인물의 내면적 갈등을 드러낸다기보단 그 인물의 이런 면과 저런 면이 햄릿에게 각각 영향을 준 걸 표현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들 못지 않게 스피디한 전개와 독특한 스타일에 큰 공을 세운 것은 바로 무대구조물입니다. 무대 위엔 달랑 이 구조물만 있는데요.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게 생겼습니다. 바퀴가 달려서 무대 곳곳으로 이동할 수 있고, 회전도 가능합니다.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할 수도 있구요. 이 구조물의 위치와 각도, 날개상태에 따라서 장면의 느낌이 달라집니다. 매우 독특하면서 경제적인(?) 무대라고 해야할까요.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얘기해주길, 성 모양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 무대가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어서 안타깝네요.

운명 결정론에 대한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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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Compagnia Laboratorio di Pontedera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책의 존재입니다. 종종 햄릿이 책을 들고 등장하거나 검투사들로부터 책을 건네받는다던지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뭔가 중요한 역할 같긴한데 아리송하더라구요. 대체 뭐지? 이야기책? 운명책? 뭘까 뭘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공연 후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듣고 알 수 있었습니다. 햄릿을 연기했던 배우가 말해주길, 햄릿의 이야기는 결국 햄릿이 풀어나가기 때문에 책을 들고나오는거라고. 마지막에 책을 덮은건 햄릿이 인생이 끝났다는 의미라고 하더군요. 아마 이야기책+운명책 아닐까요. 과거는 쓰여져 있겠고, 현재와 미래는 지금 햄릿이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인 책. 결국 자기 인생은 자기손에 달렸다 뭐 그런얘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다보니 6인조 검투사들이 운명을 나타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검투사들은 햄릿의 주변인물, 주변상황, 내적자아와 같은 것을 표현하는데요. 결국 햄릿의 성격을 형성하고, 햄릿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것들이죠. 이런 것들이 바로 운명이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검투사들은 영향을 미칠 뿐 직접 결정하는 건 책을 들고 있는 햄릿 자신이었습니다. 저는 운명=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운명은 없죠. 다만 변화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뻔한 운명은 있을겁니다. 변하는 게 어렵고, 환경에도 종속돼있지만 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희망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예술가와의 대화에 뿔나다


공연을 다소 아리송하게 봤기때문에 예술가와의 대화가 굉장히 기다려졌습니다.(예술가와의 대화는 공연 후 30분 가량 공연의 연출자, 주요스텝, 배우들에게 관객들이 궁금한 점을 묻는 시간입니다.) 실제로 책의 의미에 대한 얘기와 무대디자인의 모티브 얘기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근데 어설픈 진행과 이기적인 질문들로 점점 심장박동이 빨라지더군요. 금요일에 본 "세르쥬의 효과" 보다 먼저 포스팅을 하는건 그런 이유가 큽니다.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쓴소리를 좀 날리고 싶어서요.

우선은 사회와 통역에 대한 유감입니다. 이분들은 관객과 예술가 간의 대화를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근데 솔직히 좀 방해물 같았습니다. 관객의 질문을 듣고는 사회자가 왜 답변할 예술가를 지정하는걸까요? 모든 예술가들이 듣도록 통역을 한 후에 가장 좋은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답변을 하면 될겁니다. 지정해버리니까 통역은 또 지정된 사람한테만 속닥거리면서 통역을 하더군요. 오죽했으면 예술가 한분이 "모든 사람이 다 듣도록 통역 좀 해주시겠어요?" 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되니까 지정된 예술가가 다른사람에게 답변을 넘기려할땐 질문의 전달이 따로 필요했기때문에 시간낭비가 심했습니다. 답변하지 않는 예술가도 관객이 무슨 생각을 하나, 뭘 궁금해하나 알 권리가 있기도 하구요. 자체 검열도 하더군요. 어떤 관객이 질문 두가지를 했는데 한가지만 통역해놓고 왜 나머지 한가지를 전달하지 않냐고 하니깐 시간없어서 그랬다고 면피합니다. 그럴거면 미리 얘기하고 한가지만 고르라고 하던가 해야지, 자기맘대로 질문 골라내는 행태가 괘씸하더군요.

그다음으론 질문하는 관객들이 상황판단을 못하거나 너무 이기적이었습니다. 이 자리는 방금 공연을 본 일반관객과 예술가 간의 대화를 위한 자립니다. 물론 그 자리에 남아있는 사람 중 많은 수가 관련업계 종사자들이나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는건 알지만, 일반관객을 생각했어야합니다. 시간도 제한돼있으니까요.

아니 무슨 예술가한테 대고 "이런 실험극 위주로 극단을 운영하시면 스폰서는 어떻게 받나요?" 같은 질문을 합니까? 그분이 질문을 한참 이해못하다가 "하!" 이러더군요. 그리고 꼭 하나씩 나오는 질문인데 "어떤 연기메소드를 쓰나요?" "연기훈련에는 어떤걸 중점둬서 하나요?" 같은 질문 좀 안했으면 좋겠네요. 도대체 이게 일반관객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인가? 라는 의문을 제처두고라도 몇분만에 설명해낼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저도 전공자는 아니지만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기때문에 좋은 공연을 보고나면 저런게 궁금하긴합니다. 하지만 보통 저런질문엔 뻔한답변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에 설명하기엔 너무 어렵네요." "모든 것에 중점을 두고 열심히 훈련합니다."

자기과시형 질문도 난감하더군요. "저는 연기교사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공연은 진화된 코러스를 사용하던데요. 이게 이극단의 스타일인지 이공연만의 스타일인지?" 아놔 연기교사인건 왜 얘기하나요. 난 좀 아는 사람이니까 감안해서 답변해달라? 다른 일반관객들은 개무시하는건가요? 질문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예/아니오로 끝날 질문이고, 단지 자기가 이 공연의 검투사들은 진화된 코러스로 규정했다라고 알리고 싶어보이던데요. 예술가의 답변은 이랬어요. "사전지식이 많으신 것 같은데 사실 중요한건 이 공연 자체가 어떻게 표현됐느냐하는겁니다. 공연자체에 집중해서 질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교사분께선 나중엔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한 조언까지 요구하셨습니다. 진짜 욕나오더군요. 이게 예술가들을 예고에 초빙해서 강연하는게 아니거든요. 공연보고 공연에 대해 궁금한점을 일반관객들이 물어보는 자린데, 거기다대고 그딴걸 요구하면 어쩌자는건지. 더 가관은 그렇게 한번 거절된 뒤에 제자라는 고딩이 다시 그 질문을 하더군요. 전부 어이없어서 웃습니다. 더구나 그 고딩은 사회자가 시간없다고 이제 마지막 한사람의 질문만 받겠다고 했을 때 손들었던 많은 사람들 중 선택됐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예술가들이 굉장히 지루하거나 짜증난듯한 표정도 보였습니다. 물론 저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요. 제 얼굴이 다 화끈거리더라구요. 이분들이 한국 관객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돌아가겠습니까?

그럼 관련업계 종사자들이나 학생들은 질문하지 말라는 얘길까요? 아뇨. 맨처음에 무대디자인 질문한 분은 무대디자인 공부하는 학생처럼 보였습니다. 답변 내용을 노트에 받아적던데요. 그 분처럼 공연자체에 관한 것을 물어보면 일반관객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사회자는 통제하지 말아야할 부분은 통제하고 저런 허접하고 이기적인 질문들은 통제를 안하더군요. 제발, 상황을 제대로 판단했으면 좋겠네요. 메소드질문이나 연기자지망생을 위한 질문이 질문 자체로는 틀린게 아니겠죠. 근데 그런건 연기워크샵이라던가 예고특강이라던가 하는 상황에나 어울리는 질문이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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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6 20:00 2009/11/16 20:00


  1. Phoebe
    2009/11/17 09:22
    반갑습니다.
    연극 본게 십년도 넘었는데 이글을 읽으니 보고싶네요.
    햄릿 말고...
    기쁜 하루되세요.^^
    • basecom
      2009/11/17 13:20
      저도 반갑습니다^^;
      홍콩 연극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기회되면 보시고 블로그에 글 남겨주세요^^;
  2. 처음처럼a
    2009/11/17 12:37
    연극잘보시나봐여ㅎㅎ
    추운데 감기조심하셔요
  3. 모모군
    2009/11/17 16:06
    공연하시는 분들을 보고 올때마다 느끼는 건데..

    저렇게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또 있을까..

    "정말 열심히 살아야지~ " 하고 생각하면서 돌아 오곤 합니다. ㅎㅎ

    여유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
    • basecom
      2009/11/17 17:54
      여유있게 쭉~ 살고싶은데, 이제 곧 바빠지겠죠 ㅠ 그중에서 여유를 찾는 법을 빨리 터득해야할텐데요 ㅎㅎ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4. gemlove
    2009/11/17 17:03
    와 진짜 자세하게 써주셨네요.. 연극이라곤 몇편 보지 못했는데,,ㅎㅎ 그래도 특이한 스타일의 공연인건 알겠어요
    • basecom
      2009/11/17 17:55
      ㅎㅎ 사실 연극내용보단 불만얘기한 부분이 더 긴 것 같아요-_-;;;;;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은 많이 하는데 쉽지가 않아서 ㅎㅎ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5. 감성PD
    2009/11/17 18:13
    예술가와의 대화시간이 좀 안타깝네요. 햄릿이라는 멋진 작품에 젖어 있던 감동이 너무 무례한 시간으로 인해 아쉬울뿐입니다..
  6. seemefly
    2009/11/17 23:30
    아 정말 예전에 영문과 수업할 때, 다른 모든 텍스트들도 그렇지만, 특히 햄릿을 비롯한 셱스피어는 물같아서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앵글이 완전 달라 진다는 교수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정말 가끔씩은 미스테리 그 자체라는 생각도 들어요. 몇 백년전의 텍스트가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해석된다니!!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그리고 저도 가끔씩 관객과의 대화 등을 '겪곤'하는데...뭐랄까...좀 가슴이 두근두근해요ㅠㅠ 라디오 프로에서 시청자 연결할때 채널을 돌리고 싶은 느낌이랄까 ㅋㅋ
    • basecom
      2009/11/18 00:01
      그 비유가 적절하네요. 물같다.. 진짜 셰익스피어 정말 존경스러워요. 영문판을 읽어보고 싶은데 굉장히 어렵겠죠?ㅠ 고전문학이라..
  7. casblanca
    2009/11/18 07:09
    연극 본지도 꽤 오래 되었네요.
    관람평을 잘 써주셨네요. 연극에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으신 것 같네요.
    • basecom
      2009/11/18 07:31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회되면 간만에 연극한편 보세요^^;
  8. 뽀글
    2009/11/19 13:50
    와..정말 평을 대단하게 쓰신듯..
    이것도 관심에 일종이셨겠죠^^ 정말 대단하세요.
    • basecom
      2009/11/19 13:53
      아..별로 대단하지 않은데 ㅎㅎ 너무 장황하게 써서 그래보이나봐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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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사이코"는 고대 그리스의 메데아 신화를 모스크바로 가져온 작품입니다. 이 작품과 같이 색다른 시도를 하기에 신화는 참 적합한 소재인 것 같습니다. 아주 잘 알려진 이야기를 바닥에 깔고 가기 때문에 이야기에 집중할 에너지를 다른 쪽에 조금 나눠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화는 물론 진부하지만, 대부분의 요즘 이야기들도 기본적인 틀은 신화를 따를 정도로 인간의 마음을 잡아끄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양념만 제대로 하면 전혀 지루하지도 않구요.(당장 드라마 "청춘의 덫"만 해도 메데아 신화와 유사점이 많습니다.)

충격적인 신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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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서울국제공연예술제, School of Modern Drama. all rights reserved


지금까지 봤던 SPAF2009의 작품 중에 최고입니다. 런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되는데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이유는 표현방식이 매우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카메라맨의 존재입니다. 무대 위에 두 명의 카메라맨이 들어와있습니다. 공연을 촬영 합니다. 촬영된 영상은 실시간으로 무대 위에 설치된 스크린에 보여지죠. 배우의 얼굴 또는 신체 부위가 클로즈업 됩니다.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대 사각지대가 스크린에 나타납니다. 객석을 바라보고 있는 배우의 뒷모습도 볼 수가 있습니다. 미러볼이나 그림책 같은 소품을 클로즈업해서 장면의 효과를 증폭시킵니다.

단순히 찍어서 보여주는 수준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장면에 맞게 카메라웤을 합니다. 실시간 촬영된 영상만이 활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가 중간중간 공연과 오버랩되며 나옵니다. 무대 위의 세공간(메데아방, 크라우제방, DJ공간), 그리고 스크린. 어디에 중점을 두고 볼지는 관객의 마음입니다. 눈이 호강을 합니다. 뿌듯해요. 어설픈 비유를 하자면, 경비실에 앉아서 CCTV 모니터로 건물 전체를 한눈에 바라보는 기분입니다. 그만큼 작품이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영화의 장점을 연극무대로 가져와버린겁니다. 맙소사.

무대를 굉장히 좁게 쓰는 것 같은데도(아니 무대 자체가 별로 크지 않은건가?) 영상 덕인지 굉장히 흡입력이 있더군요. 외국 작품이라서 자막을 봐야하는데, 자막 스크린 바로 옆에 영상 스크린이 있어 작품의 비주얼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막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뭐, 의도치 않은 효과겠지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엄지손가락을 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배우들은 때론 객석을 향해서, 때론 카메라를 향해서 연기를 합니다.(배우들과 카메라맨들이 호흡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했을까요?) 연극적인 연기, 그러니까 다소 과장된 연기(미친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더더욱 과장된)를 하면서도 영화적인 연기, 그러니까 디테일한 연기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특히 메데아 역의 배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광기어린 연기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빨리 되감기 효과, 슬로우모션 효과를 비롯한 퍼포먼스적인 동작들도 감칠맛 나는 양념이었습니다. 해설자 비슷한 역할을 하는 DJ 또한 볼거리였구요. (이 DJ는 공연 시작 전에 로비에서 디제잉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사이코로 만드는 사랑과 성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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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잘 아시다시피 메데아는 이아손과 사랑에 빠져서 조국을 배신한 여인입니다. 배신하는 과정에서 남동생까지 죽였습니다. 그렇게 모든 걸 버리고 이아손과 행복하게 잘 사는가 했더니 이아손이 성취욕(돈, 권력)에 눈이 멀어 메데아를 버리게 되자, 복수심에 불타 남편과 아이들까지 모두 죽이는 무서운 여인이죠. 끔찍한 희대의 악녀라는 평을 받지만, 이 이야기가 계속 재생산되는 이유는 메데아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때문일겁니다. 아주 극단적으로 표출되서 그렇지 메데아의 심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비극은 사랑때문에 생겨났습니다. 가장 순수하고 가장 아름다운 감정인 사랑때문에요. 참 아이러니하지 않아요? 성취욕 또한 만만치 않은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왜 인간은 현재의 행복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돈과 권력은 결국 행복하게 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건데.. 소중한 사람을 버리면서 까지 높아지고 싶고 많이갖고 싶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욕망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도 이런 사랑과 성취욕 앞에선 약한 인간이기때문에 메데아 이야기를 볼 때마다 슬퍼지는 것 같아요..

편하게 공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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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밑바탕이 잘 알려진 신화거든요. 메데아의 행동 동기는 사랑이기때문에 공감하면서 보기에도 어려운 작품이 절대 아닙니다. 표현하는 방식도 재밌고 곳곳에 개그코드도 숨어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지요.

근데 굉장히 어렵고 난해하게 보는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 SPAF2009에 대해 프리뷰한 어느 신문기사에서도 상급코스에 뒀더라구요.(이거 보고 괜히 쫄아서 봤어요.) 이걸 어렵게 볼라고 하니까 어려워진다고 생각해요. 뭐 평론가들이나 예술가들은 무슨형식을 썼고 연기메소드는 어떤 것이고 표현방식은 무슨 스타일이고 하면서 보겠죠. 배우들이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구요. 물론 이런 것들이 틀린 건 아닙니다. 실제로 공연팀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면서 표현방법을 정하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창조했겠죠. 당연히 그래야만 하구요.

하지만 일반 관객들까지 그렇게 볼 필요가 없죠. 그냥 내가 느끼는대로 알아지는대로 받아들이면서 즐거우면 그만입니다. 후에 다른 사람들과 감상을 나눈다거나 다른 자료를 접하면서 더 많은 것을 알아갈 수도 있겠지만, 볼때부터 예술적으로 깊숙한걸 이해해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는거죠. 그러다보면 다 재미없습니다.

저도 별로 예술가적인 눈은 없어서 깊게 보진 못하지만 그냥 즐겁게 보려고 합니다. 식견이 대단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따라갈라다가 가랑이 찢어질 걸 알기때문에 굳이 노력하진 않습니다. 보다보면 그런 식견이 생길 수도 있을 거란 기대만 조금 갖으면서 편하게 보는거지요~


이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쓰였습니다.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School of Modern Drama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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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14:32 2009/11/11 14:32


  1. gemlove
    2009/11/11 19:25
    무대 위에 카메라맨이 등장하다니 신선하네요 ^^
  2. 못된준코
    2009/11/11 21:14
    엥~~댓글 타고 왔더니만...로그인하게 되있군요~~ㅎㅎ
    아주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 basecom
      2009/11/11 22:00
      음? 제 블로그는 설치형이라서 로그인이 필요없을텐데요^^;
      ㅎㅎ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3. mediasetter
    2009/11/12 00:59
    basecom님 와우, 너무나 멋진 블로그를 가지고 계시군요. 트랙백 감사합니다.
    더불어 모스크바사이코에 대한 좋은 포스트 참 재밌네요, view on 누르고 갑니다~
    자주 제 홈피에도 놀러오세요. ^^ 전 이미 즐겨찾기 했습니다. ㅋㅋ 앙.. 여기 블로그 너무 멋져서 갑자기 설치형 블로그로 바꾸고 싶은데요? ㅋㅋ
    • basecom
      2009/11/12 01:07
      멋지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스킨 바꾼지 얼마 안되서 뿌듯하네요ㅎ 저도 즐겨찾기 했습니다^^;
      참, 굳이 설치형으로 안오시고 티스토리나 텍스트큐브로만 옮기셔도 예쁜 스킨이 많아요 ㅎㅎ
  4. 아르테미스
    2009/11/12 05:44
    좋은 말씀 해 주시네요~
    전 예술이 어렵더라구요 ;;;

    그냥 보고, 느껴지는대로..그러면 편할것 갔긴 하네요
    분석이런거 한걸 보면 어려워서리 ㅎㄷㄷㄷ;;;
    • basecom
      2009/11/12 11:55
      저도 어려울 때가 많아요 ㅎㅎ 근데 예술을 공부한 똑똑한 사람들만 알아먹을 수 있는 소위 예술적인 작품은 좋은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어야죠. 거기다 공부한 사람들까지 감탄시킬 정도의 깊이가 있으면 대박 작품이구요.ㅎ
  5. soul
    2009/11/18 20:56
    저두 이공연 봤는데요~

    사실 보고나서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게봤지만

    내용 이해가 되질 않아서 조금 아쉬웠는데

    님의 블로그에 쓰신 글 보고 완전 정리가 다 됐네요~ㅋㅋ 감사합니다~^^

    종종 놀러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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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만 인정하지 않았던 거장 윤이상


생존 당시 '현존하는 유럽의 5대 작곡가'에 선정된 적이 있으며, 뉴욕 브루클린음악원 음악당 건물 벽면에 새겨진 '사상 최고의 음악가' 44명(그 중 20세기의 음악가는 4명뿐) 가운데 한사람. 작곡가 윤이상 선생님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전 솔직히 이 공연을 보기 전에는 '유명한 사람'정도로 밖에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2007년 초연 당시 공연을 보는데 어찌나 부끄럽던지...

윤이상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그리고 대한민국의 쓰라린 현대사가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음악에 대한 그 순수한 열정! 어찌나 멋지고 아름답던지요. 연극을 보는내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늦은 나이에 독일유학을 결심하는 모습, 독일에서 새로운 음악을 접하며 흥분하고 들뜨는 모습, 강서고분 사신도를 볼 때 행복해하던 모습, 옥중에서도 미치도록 작곡을 하고 싶어하던 모습.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에게도 저런 열정이 있을까?' 하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면들이었죠.

하지만 이 위대한 음악가를 한반도는 품지 못했습니다. 품기엔 한반도의 그릇이 너무도 작았나봅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들었죠. 남한도 북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속이 쓰리고 아프고 화가 났습니다. 그나마 윤이상 선생님같이 아주 대단한 사람들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삐져나오기라도 하지요. 미처 꽃피우지 못한채 수없이 사라져갔을 약간 덜 대단한 사람들을 생각하니 더욱 슬퍼집니다.

나비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윤이상


윤이상 선생님은 경계와 장벽을 뛰어넘고자 일생동안 노력하셨습니다. 자유롭게 경계를 넘어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말이죠. 음악에선 성공했습니다. 서양의 현대적 음악기법으로 우리 전통음악의 정서를 표현해냈거든요.

하지만 현실세계에선 쉽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난 뒤에 윤이상 선생님은 남북의 화합, 통일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념과 체제의 경계를 음악이라는 예술로 뛰어넘고자 했던 것이죠. 안타깝게도 남북의 정치적 이해관계 덕에 숱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지요.

한반도의 쓰라린 현대사는 결국 윤이상 선생님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도록 내버려둡니다. A음을 갈망하지만 결국은 G#음까지밖에 내지 못하는 첼로처럼,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채 말입니다. 한반도 모양의 연못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잉어를 부러워하던 모습이 묵직하게 가슴을 찌릅니다. 도대체 이념이, 체제가 뭘까요? 인간보다 위에 있는걸까요?

윤이상을 훌륭하게 보여줬다


윤이상 선생님이 워낙 굴곡있는 삶을 살아오시긴 했습니다만, 지루해지기 쉬운 소재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위인전 스타일의 극이기 때문이죠. 이런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고, 감동적으로 전달한 배우들과 작가, 연출 이하 모든 스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윤이상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특히 대단했습니다. 윤이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서도 극의 중심을 딱 잡아주더군요. 2007년에 관람했을 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당시 공연장이 무척 더웠어요. 조명을 받으며 활동까지 하는 배우는 관객보다 훨씬 더울 수 밖에 없구요. 근데 감옥장면이 너무 추워서 펜도 제대로 집기 힘든 설정이거든요. 거기서 연기를 하는데 와..진짜 그때 프로는 다르구나 하는걸 느꼈어요. 분명 땀나고 엄청 더울텐데 진짜 추워보이더라구요.

또한 무대 중앙에 자리 잡은 첼로모양의 세트와 알록달록한 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대가 단순하지만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활용도가 좋았기 때문이겠죠. 막에 영상을 쏴서 음악적 영감을 이미지로 형상화 한다던가, 그림자극을 통한 표현방법이 맘에 들었습니다. 공연 내내 피아노 라이브로 연주되는 실제 윤이상 선생님의 작품들도 공연의 백미입니다.

다만 조명이 좀 어두운 것이 아쉽더군요. 조명감독이 몰라서 그랬을리는 없고, 극장 시설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어서 소극장의 시설이 좀 개선되야할 것 같습니다.

관람 매너의 성숙은 언제쯤?


이번 공연을 볼때도 관객들이 자꾸 소근대고 지들끼리 웃고 난리났더군요. 아주 뒷통수를 팍! 때리고 싶었어요. 극의 흐름에 맞지 않게 웃고 떠들어버리면 극장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관객은 관객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말이죠. 연극은 라이브에요. 영화처럼 미리 다 제작해놓은건 관객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연극은 영향을 받습니다. 연극의 3요소, 4요소에 전부 관객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영화의 대사는 스피커에서 빵빵하게 나오기 때문에 좀 떠들어도 잘 들립니다. 하지만 연극은 다릅니다. 배우의 입에서 직접 나오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관객이 떠드는 소리와 잘 섞여버려요. 스피커를 거쳐서 나오는 소리와 입에서 직접 나오는 소리는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제발 좀! 지킵시다. 할 얘기 있으면 끝나고 하시죠. 연락올 곳 있으면 아예 극장에 들어오질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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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01:44 2009/11/04 01:44


  1. 아르테미스
    2009/11/04 05:52
    추천 버튼이 에러네요 ㅜㅜ
    종종 이런 문제때문에 쬐금 거시기 하다는 ^^;;

    날이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ㅎㅎ
    • basecom
      2009/11/04 13:31
      방문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아르테미스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2. whitewnd
    2009/11/04 06:50
    연극은 아니지만, 저번달에 여행갔을때 동굴을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자꾸 크게 소리지르고 떠들어서 좀 그랬던 기억이 있네요

    박쥐랑 동굴 생물들 서식처라고 소리 크게 내지 말라고 적혀있는데....
    동굴이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지르고-_-;;

    암튼 좀 그러네요 ㅎㅎ
    • basecom
      2009/11/04 13:33
      사람들이 말을 안들어요 ㅎㅎ 그렇게 하면 왜 안되고 왜 매너가 아니고 이런거 알려줘도 그냥 맘대로;; 이건뭐 반항하는 것도 아니고 ㅋㅋ
  3. 공명이
    2009/11/04 08:48
    마음이 아프네요~~~잘 읽었습니다.
    • basecom
      2009/11/04 13:34
      감사합니다.
      지금이라도 올바로 가슴에 담아두는게 좋을 것 같아요^^
  4. 감성PD
    2009/11/04 10:20
    참 안타깝고 씁쓸한 내용입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안타까운 천재였던 것 같습니다..
    • basecom
      2009/11/04 13:35
      네.. 지금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완전 영웅 대접 받았을텐데 말이죠.. 박찬호 박세리 저리가라죠
  5. 모모군
    2009/11/06 20:48
    정말 안타까운 분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6. 탐진강
    2009/11/07 11:27
    윤이상 님은 정말 대단한 작곡가이지요.
    관객들도 성숙한 매너가 필요하겠어요
    • basecom
      2009/11/07 16:30
      네, 저같이 무지한 젊은세대에게 좋은 걸 가르쳐주는 연극입니다^^;
      관객매너는 .. 정말 좋아져야해요. 매너에 관한 공지가 여러 방식으로 나가는데도 무시하는게 문제지요. 시키는대로 하면 지는거라고 생각해설까요?;; 참 이상하지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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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시대를 비추는 볼록거울


공연예술은 모름지기 지금시대를 비춰주는 거울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야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으니까요. 공감을 하고나서야 마음에 울림이 오던가, 여운이 남던가, 곱씹을 수록 맛이 나던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거울이 얼마나 멋진 거울이냐도 중요하죠. 그냥 일반적인 거울이면 재미가 없어요. 볼록거울이던 오목거울이던 깨진거울이던 전달하려는 시대의 부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거울 형태라야 관객들을 빨아들일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 마다 공연을 보는 관점은 다르겠지만 하여간 전 이렇게 생각해요.

호주에서 날아온 무용 "디 에이지"의 원래 이름은 "The Age I'm In"입니다. 우리말로 '내가 살고 있는 시대'정도가 되겠죠. "디 에이지"는 지금의 호주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줍니다.(실제 인터뷰라는 얘기가 있어요.) 무용수들은 그에 맞춰 입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입니다. 대사 내용만 보면 심리치료 다큐멘터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돈데요.(날것 같은 느낌?) 이걸 무용이란 장르와 결합시켜서 굉장히 센스있게 전달합니다. 마임인지 현대무용인지 헷갈리는 몸짓도 몸짓이지만 디지털미디어의 활용이 굉장히 돋보입니다.

호주의 지금시대를 스윽 보여줍니다. 굉장히 담담한 것 같으면서도 위트있다고 해야할까요? 왠지 모르게 길가에 설치된 볼록거울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지구촌시대를 살고 있어서 그런지 호주의 이야기지만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더군요.

age = 시대 or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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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Force Majeure,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겠지만 "디 에이지"에서는 다양한 세대, 계층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듯 했습니다. 사회는 이전보다 점점 빠르게 변하는 반면에 인간의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더 많은 세대가 한 시대에 공존하는 모습이 지금시대가 아닐까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age는 세대라는 뜻도 가지고 있네요. 세대와 시대가 묘하게 오버랩됩니다.

각 세대의 이야기, 다양한 계층의 진솔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전달 됐습니다. 사춘기의 청소년, 아줌마, 노인, 장애인, 마약중독자, 다양한 종교를 지닌 사람들, ... 우리는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참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무용수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듯, 엉키고 접촉하는 몸짓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순조롭게 소통을 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순간 다투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편을 가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돌아가면서 외톨이가 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구요. 그냥 시대를 딱 압축해서 한 장면으로 만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중요한건 나와 다른 세대에 속한 사람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일겁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소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겠죠.

경계 허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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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Force Majeure,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디 에이지"는 장르와 표현방식의 경계를 허문 작품입니다. "디 에이지"의 장르는 무용입니다만 그 안에 연극이나 마임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복합장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죠. 또 무용수의 몸뿐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를 표현에 잘 활용했습니다. 이번 SPAF 2009에서 밀고 있는 대표적인 디지로그 작품이죠. 들고 다니는 스크린의 활용이 돋보입니다.

무용과 연극과 마임이 공존을 하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을 하다니!! 다양한 세대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공연에 신기하게도 딱 어울립니다.(이런거 찾아내는거 좋아한다는;;)

고대 동굴벽화에서 '요즘 것들은 참 버릇이 없어'라는 낙서가 발견됐다죠. 아무래도 세대 간의 소통 문제는 인류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듯합니다. 혹시 도저히 소통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소통 자체를 그냥 포기해버리건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봅니다. 소통을 위해 노력하면 세대 간의 경계가 허물어져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요? 장르와 표현방식의 경계를 허물어서 더 멋진 공연이 된 "디 에이지"처럼 말이죠.

위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쓰였습니다.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Force Majeure, Heidrun Lohr,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있음을 밝힙니다.

p.s : 사실 늦게 입장한대다 자막도 잘 안보여서 좀 엉망으로 관람을 했어요. 그래서 포스팅을 할까말까 상당히 고민했는데요. 남들에게 이야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리를 하다보니까 저도 모르게 새로운 걸 느끼게 되네요. 앞으론 빼먹지 말고 포스팅을 해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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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2 05:02 2009/11/02 05:02


  1. 납세미
    2009/11/02 10:41
    포스팅 잘 봤습니다. 세대간의 어긋남은 한국사회가 정말 심히지만 사실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 되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받습니다. 다른 사회에서는 세대 간에 단절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던데, 저는 벌써 서른이 되었지만 윗세대랑 대화가 힘들어서 괴롭습니다. 하하
    • basecom
      2009/11/02 12:24
      중요하게 느끼지 않아서 더 심해지는 것도 같네요. 어른공경 문화가 깔려있어서 어긋남이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구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2. 풀칠아비
    2009/11/02 13:51
    아직 무용 공연을 본 적이 없었는데, basecom님의 포스팅을 보니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지금 시대를 비춰주는 볼록거울 이라는 표현이 와닿네요.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 basecom
      2009/11/02 14:35
      저도 무용은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워낙 생소하고 두려운 장르라서 ㅎㅎ 이 공연은 대사가 있어서 그나마 이해하기 쉬웠어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3. seemefly
    2009/11/03 00:31
    정말 오랜만에 보는 진지한 리뷰입니다. 공존과 소통에 관한 공연을 볼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 둘은 제일 필요한 것인데도 제일 못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예나 지금이나.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 basecom
      2009/11/03 02:55
      좋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대차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공존과 소통은 잘 되지 않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겠죠
  4. 그별
    2009/11/03 10:26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뮤지컬과도 유사한 느낌이 드는데요. 저도 함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지방까지 이런 공연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소통이라는 것 공감이라는 것은... 정말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구분을 하는 습관에 의해서 우리는 항상 촛점을 놓치거나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인데요.. 정말로 ^^ 전 왠지 시간이 지나도 우리 아이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저만의 생각이겠지요? 하지만, 정말로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
    • basecom
      2009/11/03 11:33
      노래는 없지만 춤이 있다는 점에서 뮤지컬과도 유사한 점을 찾을 수가 있지요^^;
      소통하려고 노력하시다가 혼자 실망해 포기만 안하신다면 잘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문득 공연 중 사춘기소녀가 하는 대사가 떠오르네요.
      "우리 엄마아빠는 날 때리진 않죠. 다만 너에게 실망이구나 라고 할뿐이에요. 웃겨요. 제발 점잖은척 하지마라구요! 우리 엄마아빤 7살난 어린애처럼 굴어요"
      "술에 취하지 않은 아빤 시체같아요. 아빤 일중독이에요"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단지 좋은 아빠, 좋은 엄마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게 있겠다 싶더라구요
  5. 감성PD
    2009/11/03 10:32
    뭔가 심오하면서도 독특한 공연인 것 같군요..
    아직 무용공연은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경계를 허물었다는 방식이 흥미를 끕니다..
    좋은 글 보고 갑니다 ^^
    • basecom
      2009/11/03 11:36
      네. 아무래도 익숙치 않은 장르라 굉장히 심오하고 예술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사실인 것 같네요. 편하게 보려고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기회 되면 한번 보세요~
  6. 넷테나
    2009/11/03 19:25
    무용공연은 처음알게 되었습니다^^;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노래가 없다니 다소 무거워 질 것 같기도 하고요
    • basecom
      2009/11/03 20:03
      노래는 없지만 음악은 있어서 볼만합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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