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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괜찮게 봤는데, 본지 10일이나 지나서 제대로 감상을 쓸 수 있을지 걱정되고 아쉽습니다. 쉽지만은 않은 공연이었고 물음표를 많이 던지는 공연이었습니다.

인간 본성쇼?

무대는 마치 패션쇼장 같았습니다. (패션쇼장에 비해 다소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패션모델들이 걸어다니는 런웨이가 무대 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 위로는 고골의 작품에 등장하는 그로테스크한 인물들이 걸어다녔습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상당히 과장되게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인간 본성쇼 같았습니다. 때론 배꼽빠지게 웃고, 때론 두려워하고, 때론 끔찍해하고, 때론 안쓰러워하며 그 인물들을 바라보았지만 생각해보니 그게 다 우리의 모습들이더라구요.

고골의 네 작품이 연달아 올려졌는데요. 결말들이 "응?" 혹은 "헐" 같은 반응이 나오게 하더군요. 그로테스크한 등장인물들에 걸맞는 결말들이죠. 생각할 거리를 툭 던집니다. 여운이 남고 생각이 남죠. 이런 스타일의 공연도 참 좋습니다.

인간은 역시 꿈을 먹고 산다.

네 작품의 연결고리는 "결혼" "꿈" "환상" 입니다. "냅스키 거리"의 화가는 거리에서 한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그 여인은 매우 고상할 것이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행복해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윤락가의 여인이었습니다. 꿈이 깨진 화가는 잠을 자고 마리화나를 피우면서 처음의 행복했던 환상 속에 머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결국엔 자살을 해버립니다. "광인 일기"의 말단 공무원은 시장의 딸을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사이엔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이 있었습니다. 사랑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는 현실인 것이죠. 좋은 집안의 남자와 혼담이 오고가는 것을 알게된 순간부터 말단 공무원은 미쳐가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환상을 만들어냅니다. 종국엔 자신이 스페인의 왕이라고 믿게 됩니다. 꿈이 깨어지자 도저히 살아갈 수 없었던 "냅스키 거리"의 화가와 "광인 일기"의 말단 공무원은 스스로 환상을 만들어내려 노력하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죠. 왠지 속이 쓰리고 씁씁합니다.

나머지 두 작품은 꿈을 이룬 케이스를 보여줍니다. "이반 표도르비치 스폰카와 그의 이모"에서 이반은 혼담이 오고간 집안의 아가씨와 좋은 감정을 유지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라고 하자 굉장히 혼란스러워 합니다. 걱정이 태산같이 불어납니다. 거위로 변신하는 아내들이 등장하는 악몽을 꿀 정도입니다. "결혼"에서 남자는 결혼을 매우 갈망합니다. 턱시도까지 미리 구매해놓고 결혼 프로젝트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에 성공합니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날 갑작스레 이런저런 고민을 하더니 도망치고 맙니다. 사랑에 성공하고 꿈을 이뤘지만 결국 행복은 얻지 못한 것이죠. 현실의 두려움이 닥쳐오는 것이죠. 이 두 작품을 보고 나선 잠시 멍해졌습니다.

인간은 꿈을 먹고사는, 현실을 이기기엔 나약한 존재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꿈이 깨어져도 문제지만 꿈을 이루어도 문젭니다. 둘 다 꿈이 없어진 것이니까요. 약간 모자르게 사는게 답일지, 꿈을 아주 크게 갖는게 답일지, 꿈을 계속 만들어내는 게 답일지 아직 고민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멋진 무대와 연기

런웨이 무대는 정말 깔끔하면서 참신했습니다. 런웨이 바닥에는 몇개의 문이 존재했습니다. 문을 열면 인물들의 등퇴장로로도 쓰이고, 때론 무대장치, 때론 소도구, 때론 대도구로 쓰였습니다. 괜히 무대 미술상을 수상한게 아니더군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꿈이 깨어지는 작품들에선 환상에 빠져들어가는 연기가 특히 좋았습니다. 자막 보느라 그 광기에 찬, 혹은 슬픔 가득한 눈빛을 좀 더 응시하지 못한게 아쉬울 정돕니다. 또 꿈이 이뤄져버리는 작품들에선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 표현이 되게 재밌게됐더군요. 특히 결혼에서 온몸으로 내면의 쿵쾅거림과 수줍음과 어색함과 기쁨을 표현하는게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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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 23:55 2010/11/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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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1주일만에 지각 후기를 씁니다. 그날의 즐거움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쏟아버려야겠어요.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몰리에르가 풍자를 즐겨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재미는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과연 17세기 프랑스 사회를 풍자한 극이 21세기 한국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감흥을 줄 수 있을까 걱정됐거든요.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보는 사람 마다 시각이 다르겠지만 전 크게 2가지 이유로 이 극이 21세기 한국사람인 저에게 감흥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 17세기 연극 스타일로 재현하려는 듯한 느낌

첫째는 17세기 연극 스타일 처럼 공연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17세기에 안살아봐서 모호한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는데, 그냥 아마도 17세기 유럽에선 그런식이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고전 느낌이 나는 그다지 크지 않은 플랫폼으로 이루어진 무대 위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등장하는 티를 팍팍내면서 등장합니다. 게다가 얼굴에는 새하얗게 분칠을 해서 광대임을 자처합니다. 의상은 영화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17세기에 진짜 입었을 것만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무대 뒤로는 분장실이 보입니다. 의도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배우들이 등장을 준비하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데요. 다른 공연이었으면 분위기를 홀랑 깰만한 일이지만, 이 공연에선 그 분위기를 더 살리는 향신료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플랫폼 앞 쪽에는 앤틱한 느낌의 등 몇개가 켜있었는데요. 조명으로써는 별로 하는 일이 없었지만 분위기를 확 살려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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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연극이야!' 라고 대놓고 선언하고 이루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당놀이 느낌도 좀 나구요. 예전엔 대부분의 연극이 이런 느낌이었을테지만 요샌 이런 연극이 드물죠. (오히려 이런 '너무 연극같은 느낌'을 경계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구요.) 극장도 좋은 극장이다보니 마치 17세기 프랑스 귀족이되어서 흥겹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있는 자들의 허세와 허영을 까는 풍자극을 보면서 허세를 느끼다니 참 아이러니하긴 합니다.

2.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

둘째는 17세기 프랑스 사람이나 21세기 한국 사람이나 어차피 같은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인간의 본성, 특히 그 추악한 본성은 변하지 않죠. 그래서 17세기에 쓰여진 이 작품은 여전히 생명력을 갖고 있더군요.

몰리에르는 의사를 굉장히 싫어하기로 유명한데요. 공연을 보니 박사나 귀족도 굉장히 싫어했던 모양이더군요. 그 시절의 있는 계층이 어땠는지 잘 몰라서 몰리에르가 유별나게 싫어했는지 그냥 그때 그 사람들이 타락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몰리에르 작품에서 의사, 박사, 귀족들은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그려집니다. 배꼽 빠질 정도는 아닌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더군요. (오히려 눈알이 빠질뻔했습니다. 말들이 많던데 자막 보랴 행동 보랴 난리났었어요. 대사에 쓸데없는 말이 많았던게 다행이었습니다.)

"광대의 질투"에서는 박사가 주로 까이는데요. 아는 척만 하고 실제 도움은 전혀 되지 않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무슨 말만 하면 그 말의 어원에 대해서 주욱 늘어놓고, 간결하게 핵심만 말하라는 조언조차 주욱 길게 늘여말하죠. 웃기는건 그 아는척 대장인 박사가 입을 열면 그 주위로 사람들이 서서히 몰려듭니다. 서서히 몰려오는 그림이 참 재밌습니다. 저 박사가 잘못됐다는걸 아는 사람은 무식쟁이와 관객뿐인거죠.

"날아다니는 의사"는 의사와 귀족을 한큐에 까는 작품입니다. 여자쪽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해서 여자가 꾀병을 부리고 가짜 의사가 여자를 빼돌려서 남자랑 도망치게 하려고 시도하는 내용으로, 몰리에르의 또다른 작품인 "할 수 없이 의사가 되어"랑 거의 유사합니다. 몰리에르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무식쟁이가 가짜 의사 역할을 하는데요. 귀족들은 그냥 꿈뻑 속아넘어갑니다. 아무리 헛소리를 해도 말이죠. 귀족이 바보라고 까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시대 의사들은 모두 알아듣지 못 할 헛소리만 늘어놓는다고 까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 가짜 의사임을 밝혀내는건 귀족집 하인인 또 다른 무식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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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거리 재녀들"이 가장 길고 가장 재밌고 가장 공감이 갔었는데요. 파리의 허세와 허영에 빠져있는 두 여인이 등장합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된장녀 느낌이 살짝 납니다. 남자의 옷차림을 굉장히 따지고, 결혼에 이르기까지 연애소설에 나오는 과정을 로맨틱하게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몸을 치장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며, 빙빙 돌리고 허세와 외국어를 가득 섞은 말을 즐겨합니다.

이들이 결국 귀족으로 변장한 하인들에게 된통 당한다는 내용인데요. 이 하인들은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고 허세를 부립니다. 대충 아는척을 하고 대충 시를 지어보이는데도 이 여인들을 뻑갑니다. 결국 깐깐하게 다 따지는 것 같으면서도 허세만 가득찬 빈 깡통이었기에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거죠.

세 작품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서 쓰여졌기에 완전한 공감을 불러오진 못했습니다만, 어느정도의 공감은 이루어지더군요. 몰리에르의 작품에 나왔던 의사가, 박사가, 귀족이, 된장녀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보이기 때문일겁니다. 결국 인간은 거기서 거긴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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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0 20:52 2010/10/10 20:52



  1. 2010/10/11 09:29
    남겨주신 덧글타고 방문합니다. 세종M시어터 2층에서 관람하셨군요! 시야확보나 좌석.음향 등에 있어 불편한 점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답변주시면 다음번 좌석선택에 도움이 될 것같아요^^
    • basecom
      2010/10/11 20:02
      저는 2층에서도 오른쪽 맨 끝 좌석이었는데요.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시야가 가리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앞으로 가면 난간에 시야가 가릴 것 같더라구요. 제 앞 열에서 안보인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도 같았구요. 제 자리에 잘못 앉아계시던(원래 자리는 조금 뒷열이신) 분이 원래자리로 가시더니 더 잘보인다고 하시기도 하셨구요.
      시야가리는 거랑은 별개로 무대가 좀 멀어서 아쉽긴 하더라구요.

    • 2010/10/11 22:02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난간에 유의해야겠군요. 무대와의 거리..배우분장이나 표정이 볼만한 극 특성상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으셨네요.
    • basecom
      2010/10/12 00:02
      후기 쓰려고 사진 찾다보니까 아쉬움이 짙어지더군요. 그래도 즐겁게 봤으니까요^^
  2. 영댕이
    2010/10/13 22:05
    연극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자세한 설명을 보니 저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네요.
    • basecom
      2010/10/14 01:47
      그냥 즐기시면 돼요^^ 예술이긴 예술인데 이미 영화나 드라마 덕에 익숙한 예술이라서 어렵지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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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감탄을 하고 왔습니다. 파격적으로 자연스러운 공연스타일도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어서 좋았습니다. 요새 인간에 대해 냉소적인 공연과 비극적인 공연을 많이 보는 바람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 공연으로 훈훈한 마음을 품을 수 있게 됐네요.

이게 바로 진짜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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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Vivarium Studio


'이래도 되나?' 혹은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만큼 "세르쥬의 효과"는 현실 같은 연극입니다. 무대는 소박하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TV, DVD 플레이어, 오디오, 책, 탁구대 등등. 진짜 과자, 피자, 와인에 진짜 자동차까지 등장합니다. 조명은 형광등입니다. 그러나 과장된 연기, 관객을 의식한 연기는 없습니다. 배우들의 얼굴보다 등판을 훨씬 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승전결로 맺어지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냥 일상의 한조각을 보여줄 뿐입니다. 지난번에 본 "도쿄노트"와 비슷한 느낌도 있는데요. "도쿄노트"가 엿듣는 느낌이었다면 "세르쥬의 효과"는 벽에 구멍 뚫어 놓고 엿보는 느낌이랄까요.

세르쥬는 일요일 마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취미입니다. 이름도 거창하죠. "헨델 음악에 맞춘 회전효과" "바그너 음악에 맞춘 빛의 효과" "존 케이지 음악에 맞춘 레이저 효과" "빅 체스넛 음악에 맞춘 폭죽 효과"와 같은 것들입니다. 근데 거창한 이름에 비해 공연은 너무나 허접합니다. RC카에 폭죽을 꽂고 달린다거나 음악에 맞춰서 헤드라이트를 깜빡거리는 정도죠. '이게 뭥미?' 하는 어색한 공기가 객석에도, 무대에도 형성됩니다. 하지만 바로 이 일상적인 어색함, 그 어색함이 주는 간격이 이 공연의 웃음포인트이자 관전포인트입니다. 별 내용 없는 이야기지만 보는 내내 킥킥거릴 수 있었습니다. 간간히 폭소도 터지구요. 어쩜 이렇게 만들 수 있는지. 연출자의 연출력과 세르쥬의 연기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세르쥬의 친구들은 한국에 와서 모집한 일반인들이라고 합니다. 언제나 공연하는 도시에 가서 친구들을 모집한다고 하네요. 연습도 거의 안했고 특별한 대사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연극적 연기가 아닌 일상의 모습이 나올 수 밖에 없겠죠. 세르쥬가 친구들을 어찌나 멋지게 받쳐주던지 전혀 튀지가 않더군요. 세르쥬도 일반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말이죠. 이런 연기가 더 어려운 법인데 대단하더라구요.(저도 세르쥬 친구에 지원해보고 싶었는데 대학원 입시의 압박으로 ㅠㅠ)

소통하고자 하는 세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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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Vivarium Studio


세르쥬는 어설픕니다. 세르쥬의 공연도 어설픕니다. "세르쥬의 효과" 라는 연극도 왠지 어설픕니다. 그런데 그런 세르쥬를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세르쥬가 어느 이야기 속 멋진 주인공의 모습이 아닌 우리의 모습과 더 닮아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리고 소통하려고 하기 때문 아닐까요?

세르쥬는 매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지만 그다지 활발하거나 대인관계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친구들과도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구요. 다만 소통을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합니다. 바로 공연이죠. 공연이 썩 멋지지는 않지만요. 어쨌건 친구들은 세르쥬의 공연을 계기로 모이게 됩니다. 모여서 얘기하고 와인을 마시고 피자를 먹습니다. 어색하지만 즐거워보입니다. 왠지 훈훈합니다.

세르쥬는 관객들과도 소통을 시도합니다. '금강제화' '롯데리아' 'GS홈쇼핑' 같은 한국의 상호를 대사 속에 등장시키고, 간단한 대사는 한국말로 합니다. "빨리요" "배웅해줄게" "뭐 좀 마실래?" "코트 받아줄게" 와 같은 말들입니다. 별거 아닌데 재밌고 기분이 좋습니다. 최대한 관객 눈높이에 맞추는거죠. 현지 일반인 친구 모집도 그런 맥락일 겁니다. 실제로 객석 반응도 좋았구요. 긴 대사는 일반인 출연자가 통역하는 방식을 택해서 자막 사용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다가가고 싶지만 어색해 하고 방법을 모르는 게 현대인의 모습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점점 단절되어가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꼭 세련된 방법이 필요한 걸까요? 소통을 위한 노력과 마음가짐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세르쥬처럼 투박하게라도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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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01:45 2009/11/20 01:45


  1. Phoebe
    2009/11/20 11:54
    신선하기도 하고 나름 재미도 있겠네요.^^
    • basecom
      2009/11/20 13:49
      네^^ 해외초청공연들이 좋은건 다들 한가닥하는 공연들이기때문이에요 ㅎㅎ 자막 보는 불편함이 있긴하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초청까지된거니까^^
  2. 모모군
    2009/11/20 13:40
    독특한 연극이겠습니다. 저도 세르쥬의 친구로 초대 받고 싶어졌습니다. ㅎㅎ
    • basecom
      2009/11/20 13:51
      제가 얼마나 세르쥬의 친구로 초청받고 싶었는지 ㅠㅠ 무대에서 피자랑 와인을 진짜로 먹는데.. 샘나더라구요 ㅎㅎ
  3. 드자이너김군
    2009/11/20 18:04
    오~ 뭔가 심오하게 재밋을것 같은.. ㅋ
    정말 리얼리티군요..+_+
    • basecom
      2009/11/20 18:08
      심오할 것 같은데 보면 하나도 안 심오해요 ㅎㅎ
      그냥 좀 어이없어서 킥킥대게 되는데
      보고나면 어? 하는 뭐 그런...^^;
  4. gemlove
    2009/11/20 21:19
    신기하네요 ㅎ 연극이라는 느낌이 안들꺼같아요 ㅎ 마치 일상생활을 제3자가 관찰하는 느낌? ㅋ 근데 소통을 시도한다고도 하니 ㅎㅎ
    • basecom
      2009/11/20 23:12
      네 맞아요. 일상생활을 제3자가 관찰하는 느낌이죠 ㅎㅎ 어차피 연극이나 모든 공연예술이 관객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려고 하는 게 목적인데, 그럴려면 공감할 수 있게 해야하거든요.
      직접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거나 하는 부분은 없지만 공감대형성이라든가 하는 부분에서 소통한다고 생각했어요^^
  5. 김뽀
    2009/11/21 13:41
    색다른 공연인것 같아요^^
    저도 훈훈함을 함께 느끼고싶어요~~
    • basecom
      2009/11/21 17:12
      ㅎㅎ 세르쥬는 이미 프랑스로 돌아갔을 것 같고.. 다른 훈훈한 공연을 추천해드려야겠네요. 마침 연말이라 훈훈한 공연시즌이긴합니다 ㅋㅋ
  6. 탐진강
    2009/11/22 17:59
    좀 독특하고 재밌는 연극인 듯 합니다.
    연극을 좀 봐야 하는데 요즘은 못보고 있어요ㅠㅠ
    • basecom
      2009/11/22 18:30
      네 ㅎㅎ 해외초청작들은 기회가 있으면 꼭 보세요. 언제 다시 우리나라로 공연올지 모르니까^^
  7. 감성PD
    2009/11/23 15:06
    특이한 연극인 것 같군요...
    어색해하지만 꾸준한 소통을 하려는 모습이 좋아보여요.
    • basecom
      2009/11/23 15:57
      네 ㅎㅎ 연극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필요한 자세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니까 참 좋았어요^^
  8. 분홍별장미
    2009/11/24 16:39
    은은한 즐거움이 있을것 같네요.
    또다른 나를 볼수있는 계기도
    될것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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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햄릿의 정체는 거대한 양파가 아닌가 싶습니다. 400년 동안 깠는데도 아직 새로운 껍질이 남아있으니까요. 햄릿은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서 재창조되어 왔습니다. 이번달에도 서울에서만 3개의 햄릿이 공연됐거나 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중에 이탈리아산 "햄릿-육신의 고요"를 봤습니다. 다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실험극 형태였는데요. 난이도 상입니다. 새롭긴한데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그냥 제맘대로 감상 시작해보겠습니다.

햄릿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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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Compagnia Laboratorio di Pontedera


제가 보기에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6인조 펜싱검투사들의 존재입니다. 펜싱풀세트(펜싱가면, 펜싱복, 펜싱칼)를 갖춘 이들은 햄릿을 둘러싼 모든 것을 표현합니다. 가면을 벗으면 극중인물이 됩니다. 햄릿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6인조 검투사들이 돌아가며 연기합니다. 가면을 쓴 상태에서는 보통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햄릿 내면의 갈등이라던지, 심리적 압박감, 햄릿을 둘러싼 환경 같은 것들 말이죠. 검투사들이 햄릿을 향해 칼을 겨누며 몰아붙인다던지, 서로 대결을 하며 펜싱검의 부딫히는 소리를 낸다던지 하는 식으로 표현이 됐습니다. 또, 무대를 전환하고 소품을 가져오기도 했는데요. 무대크루적인 역할같지만 햄릿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아보이더군요.

6인조 검투사들 덕에 햄릿이 더욱 강조됩니다. 물론 햄릿이 주인공인 작품이긴하지만 더더욱 햄릿 중심으로 풀어나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건은 굉장히 스피디하게 전개되는데요. 중간에 암전 없이 막바로 다른 장면이 계속 이어집니다.(햄릿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야기 따라가기도 벅찰 것 같은 스피드였는데 왜 지루한 감이 있었는지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마치 햄릿 기억 속의 사건을 되짚는 느낌입니다. 어떤 장면에선 한 인물을 2명의 검투사들이 동시에 연기하기도 했는데요. 그 인물의 내면적 갈등을 드러낸다기보단 그 인물의 이런 면과 저런 면이 햄릿에게 각각 영향을 준 걸 표현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들 못지 않게 스피디한 전개와 독특한 스타일에 큰 공을 세운 것은 바로 무대구조물입니다. 무대 위엔 달랑 이 구조물만 있는데요.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게 생겼습니다. 바퀴가 달려서 무대 곳곳으로 이동할 수 있고, 회전도 가능합니다.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할 수도 있구요. 이 구조물의 위치와 각도, 날개상태에 따라서 장면의 느낌이 달라집니다. 매우 독특하면서 경제적인(?) 무대라고 해야할까요.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얘기해주길, 성 모양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 무대가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어서 안타깝네요.

운명 결정론에 대한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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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Compagnia Laboratorio di Pontedera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책의 존재입니다. 종종 햄릿이 책을 들고 등장하거나 검투사들로부터 책을 건네받는다던지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뭔가 중요한 역할 같긴한데 아리송하더라구요. 대체 뭐지? 이야기책? 운명책? 뭘까 뭘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공연 후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듣고 알 수 있었습니다. 햄릿을 연기했던 배우가 말해주길, 햄릿의 이야기는 결국 햄릿이 풀어나가기 때문에 책을 들고나오는거라고. 마지막에 책을 덮은건 햄릿이 인생이 끝났다는 의미라고 하더군요. 아마 이야기책+운명책 아닐까요. 과거는 쓰여져 있겠고, 현재와 미래는 지금 햄릿이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인 책. 결국 자기 인생은 자기손에 달렸다 뭐 그런얘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다보니 6인조 검투사들이 운명을 나타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검투사들은 햄릿의 주변인물, 주변상황, 내적자아와 같은 것을 표현하는데요. 결국 햄릿의 성격을 형성하고, 햄릿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것들이죠. 이런 것들이 바로 운명이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검투사들은 영향을 미칠 뿐 직접 결정하는 건 책을 들고 있는 햄릿 자신이었습니다. 저는 운명=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운명은 없죠. 다만 변화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뻔한 운명은 있을겁니다. 변하는 게 어렵고, 환경에도 종속돼있지만 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희망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예술가와의 대화에 뿔나다


공연을 다소 아리송하게 봤기때문에 예술가와의 대화가 굉장히 기다려졌습니다.(예술가와의 대화는 공연 후 30분 가량 공연의 연출자, 주요스텝, 배우들에게 관객들이 궁금한 점을 묻는 시간입니다.) 실제로 책의 의미에 대한 얘기와 무대디자인의 모티브 얘기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근데 어설픈 진행과 이기적인 질문들로 점점 심장박동이 빨라지더군요. 금요일에 본 "세르쥬의 효과" 보다 먼저 포스팅을 하는건 그런 이유가 큽니다.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쓴소리를 좀 날리고 싶어서요.

우선은 사회와 통역에 대한 유감입니다. 이분들은 관객과 예술가 간의 대화를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근데 솔직히 좀 방해물 같았습니다. 관객의 질문을 듣고는 사회자가 왜 답변할 예술가를 지정하는걸까요? 모든 예술가들이 듣도록 통역을 한 후에 가장 좋은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답변을 하면 될겁니다. 지정해버리니까 통역은 또 지정된 사람한테만 속닥거리면서 통역을 하더군요. 오죽했으면 예술가 한분이 "모든 사람이 다 듣도록 통역 좀 해주시겠어요?" 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되니까 지정된 예술가가 다른사람에게 답변을 넘기려할땐 질문의 전달이 따로 필요했기때문에 시간낭비가 심했습니다. 답변하지 않는 예술가도 관객이 무슨 생각을 하나, 뭘 궁금해하나 알 권리가 있기도 하구요. 자체 검열도 하더군요. 어떤 관객이 질문 두가지를 했는데 한가지만 통역해놓고 왜 나머지 한가지를 전달하지 않냐고 하니깐 시간없어서 그랬다고 면피합니다. 그럴거면 미리 얘기하고 한가지만 고르라고 하던가 해야지, 자기맘대로 질문 골라내는 행태가 괘씸하더군요.

그다음으론 질문하는 관객들이 상황판단을 못하거나 너무 이기적이었습니다. 이 자리는 방금 공연을 본 일반관객과 예술가 간의 대화를 위한 자립니다. 물론 그 자리에 남아있는 사람 중 많은 수가 관련업계 종사자들이나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는건 알지만, 일반관객을 생각했어야합니다. 시간도 제한돼있으니까요.

아니 무슨 예술가한테 대고 "이런 실험극 위주로 극단을 운영하시면 스폰서는 어떻게 받나요?" 같은 질문을 합니까? 그분이 질문을 한참 이해못하다가 "하!" 이러더군요. 그리고 꼭 하나씩 나오는 질문인데 "어떤 연기메소드를 쓰나요?" "연기훈련에는 어떤걸 중점둬서 하나요?" 같은 질문 좀 안했으면 좋겠네요. 도대체 이게 일반관객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인가? 라는 의문을 제처두고라도 몇분만에 설명해낼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저도 전공자는 아니지만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기때문에 좋은 공연을 보고나면 저런게 궁금하긴합니다. 하지만 보통 저런질문엔 뻔한답변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에 설명하기엔 너무 어렵네요." "모든 것에 중점을 두고 열심히 훈련합니다."

자기과시형 질문도 난감하더군요. "저는 연기교사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공연은 진화된 코러스를 사용하던데요. 이게 이극단의 스타일인지 이공연만의 스타일인지?" 아놔 연기교사인건 왜 얘기하나요. 난 좀 아는 사람이니까 감안해서 답변해달라? 다른 일반관객들은 개무시하는건가요? 질문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예/아니오로 끝날 질문이고, 단지 자기가 이 공연의 검투사들은 진화된 코러스로 규정했다라고 알리고 싶어보이던데요. 예술가의 답변은 이랬어요. "사전지식이 많으신 것 같은데 사실 중요한건 이 공연 자체가 어떻게 표현됐느냐하는겁니다. 공연자체에 집중해서 질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교사분께선 나중엔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한 조언까지 요구하셨습니다. 진짜 욕나오더군요. 이게 예술가들을 예고에 초빙해서 강연하는게 아니거든요. 공연보고 공연에 대해 궁금한점을 일반관객들이 물어보는 자린데, 거기다대고 그딴걸 요구하면 어쩌자는건지. 더 가관은 그렇게 한번 거절된 뒤에 제자라는 고딩이 다시 그 질문을 하더군요. 전부 어이없어서 웃습니다. 더구나 그 고딩은 사회자가 시간없다고 이제 마지막 한사람의 질문만 받겠다고 했을 때 손들었던 많은 사람들 중 선택됐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예술가들이 굉장히 지루하거나 짜증난듯한 표정도 보였습니다. 물론 저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요. 제 얼굴이 다 화끈거리더라구요. 이분들이 한국 관객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돌아가겠습니까?

그럼 관련업계 종사자들이나 학생들은 질문하지 말라는 얘길까요? 아뇨. 맨처음에 무대디자인 질문한 분은 무대디자인 공부하는 학생처럼 보였습니다. 답변 내용을 노트에 받아적던데요. 그 분처럼 공연자체에 관한 것을 물어보면 일반관객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사회자는 통제하지 말아야할 부분은 통제하고 저런 허접하고 이기적인 질문들은 통제를 안하더군요. 제발, 상황을 제대로 판단했으면 좋겠네요. 메소드질문이나 연기자지망생을 위한 질문이 질문 자체로는 틀린게 아니겠죠. 근데 그런건 연기워크샵이라던가 예고특강이라던가 하는 상황에나 어울리는 질문이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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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6 20:00 2009/11/16 20:00


  1. Phoebe
    2009/11/17 09:22
    반갑습니다.
    연극 본게 십년도 넘었는데 이글을 읽으니 보고싶네요.
    햄릿 말고...
    기쁜 하루되세요.^^
    • basecom
      2009/11/17 13:20
      저도 반갑습니다^^;
      홍콩 연극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기회되면 보시고 블로그에 글 남겨주세요^^;
  2. 처음처럼a
    2009/11/17 12:37
    연극잘보시나봐여ㅎㅎ
    추운데 감기조심하셔요
  3. 모모군
    2009/11/17 16:06
    공연하시는 분들을 보고 올때마다 느끼는 건데..

    저렇게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또 있을까..

    "정말 열심히 살아야지~ " 하고 생각하면서 돌아 오곤 합니다. ㅎㅎ

    여유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
    • basecom
      2009/11/17 17:54
      여유있게 쭉~ 살고싶은데, 이제 곧 바빠지겠죠 ㅠ 그중에서 여유를 찾는 법을 빨리 터득해야할텐데요 ㅎㅎ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4. gemlove
    2009/11/17 17:03
    와 진짜 자세하게 써주셨네요.. 연극이라곤 몇편 보지 못했는데,,ㅎㅎ 그래도 특이한 스타일의 공연인건 알겠어요
    • basecom
      2009/11/17 17:55
      ㅎㅎ 사실 연극내용보단 불만얘기한 부분이 더 긴 것 같아요-_-;;;;;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은 많이 하는데 쉽지가 않아서 ㅎㅎ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5. 감성PD
    2009/11/17 18:13
    예술가와의 대화시간이 좀 안타깝네요. 햄릿이라는 멋진 작품에 젖어 있던 감동이 너무 무례한 시간으로 인해 아쉬울뿐입니다..
  6. seemefly
    2009/11/17 23:30
    아 정말 예전에 영문과 수업할 때, 다른 모든 텍스트들도 그렇지만, 특히 햄릿을 비롯한 셱스피어는 물같아서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앵글이 완전 달라 진다는 교수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정말 가끔씩은 미스테리 그 자체라는 생각도 들어요. 몇 백년전의 텍스트가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해석된다니!!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그리고 저도 가끔씩 관객과의 대화 등을 '겪곤'하는데...뭐랄까...좀 가슴이 두근두근해요ㅠㅠ 라디오 프로에서 시청자 연결할때 채널을 돌리고 싶은 느낌이랄까 ㅋㅋ
    • basecom
      2009/11/18 00:01
      그 비유가 적절하네요. 물같다.. 진짜 셰익스피어 정말 존경스러워요. 영문판을 읽어보고 싶은데 굉장히 어렵겠죠?ㅠ 고전문학이라..
  7. casblanca
    2009/11/18 07:09
    연극 본지도 꽤 오래 되었네요.
    관람평을 잘 써주셨네요. 연극에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으신 것 같네요.
    • basecom
      2009/11/18 07:31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회되면 간만에 연극한편 보세요^^;
  8. 뽀글
    2009/11/19 13:50
    와..정말 평을 대단하게 쓰신듯..
    이것도 관심에 일종이셨겠죠^^ 정말 대단하세요.
    • basecom
      2009/11/19 13:53
      아..별로 대단하지 않은데 ㅎㅎ 너무 장황하게 써서 그래보이나봐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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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사이코"는 고대 그리스의 메데아 신화를 모스크바로 가져온 작품입니다. 이 작품과 같이 색다른 시도를 하기에 신화는 참 적합한 소재인 것 같습니다. 아주 잘 알려진 이야기를 바닥에 깔고 가기 때문에 이야기에 집중할 에너지를 다른 쪽에 조금 나눠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화는 물론 진부하지만, 대부분의 요즘 이야기들도 기본적인 틀은 신화를 따를 정도로 인간의 마음을 잡아끄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양념만 제대로 하면 전혀 지루하지도 않구요.(당장 드라마 "청춘의 덫"만 해도 메데아 신화와 유사점이 많습니다.)

충격적인 신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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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봤던 SPAF2009의 작품 중에 최고입니다. 런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되는데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이유는 표현방식이 매우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카메라맨의 존재입니다. 무대 위에 두 명의 카메라맨이 들어와있습니다. 공연을 촬영 합니다. 촬영된 영상은 실시간으로 무대 위에 설치된 스크린에 보여지죠. 배우의 얼굴 또는 신체 부위가 클로즈업 됩니다.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대 사각지대가 스크린에 나타납니다. 객석을 바라보고 있는 배우의 뒷모습도 볼 수가 있습니다. 미러볼이나 그림책 같은 소품을 클로즈업해서 장면의 효과를 증폭시킵니다.

단순히 찍어서 보여주는 수준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장면에 맞게 카메라웤을 합니다. 실시간 촬영된 영상만이 활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가 중간중간 공연과 오버랩되며 나옵니다. 무대 위의 세공간(메데아방, 크라우제방, DJ공간), 그리고 스크린. 어디에 중점을 두고 볼지는 관객의 마음입니다. 눈이 호강을 합니다. 뿌듯해요. 어설픈 비유를 하자면, 경비실에 앉아서 CCTV 모니터로 건물 전체를 한눈에 바라보는 기분입니다. 그만큼 작품이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영화의 장점을 연극무대로 가져와버린겁니다. 맙소사.

무대를 굉장히 좁게 쓰는 것 같은데도(아니 무대 자체가 별로 크지 않은건가?) 영상 덕인지 굉장히 흡입력이 있더군요. 외국 작품이라서 자막을 봐야하는데, 자막 스크린 바로 옆에 영상 스크린이 있어 작품의 비주얼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막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뭐, 의도치 않은 효과겠지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엄지손가락을 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배우들은 때론 객석을 향해서, 때론 카메라를 향해서 연기를 합니다.(배우들과 카메라맨들이 호흡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했을까요?) 연극적인 연기, 그러니까 다소 과장된 연기(미친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더더욱 과장된)를 하면서도 영화적인 연기, 그러니까 디테일한 연기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특히 메데아 역의 배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광기어린 연기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빨리 되감기 효과, 슬로우모션 효과를 비롯한 퍼포먼스적인 동작들도 감칠맛 나는 양념이었습니다. 해설자 비슷한 역할을 하는 DJ 또한 볼거리였구요. (이 DJ는 공연 시작 전에 로비에서 디제잉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사이코로 만드는 사랑과 성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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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잘 아시다시피 메데아는 이아손과 사랑에 빠져서 조국을 배신한 여인입니다. 배신하는 과정에서 남동생까지 죽였습니다. 그렇게 모든 걸 버리고 이아손과 행복하게 잘 사는가 했더니 이아손이 성취욕(돈, 권력)에 눈이 멀어 메데아를 버리게 되자, 복수심에 불타 남편과 아이들까지 모두 죽이는 무서운 여인이죠. 끔찍한 희대의 악녀라는 평을 받지만, 이 이야기가 계속 재생산되는 이유는 메데아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때문일겁니다. 아주 극단적으로 표출되서 그렇지 메데아의 심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비극은 사랑때문에 생겨났습니다. 가장 순수하고 가장 아름다운 감정인 사랑때문에요. 참 아이러니하지 않아요? 성취욕 또한 만만치 않은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왜 인간은 현재의 행복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돈과 권력은 결국 행복하게 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건데.. 소중한 사람을 버리면서 까지 높아지고 싶고 많이갖고 싶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욕망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도 이런 사랑과 성취욕 앞에선 약한 인간이기때문에 메데아 이야기를 볼 때마다 슬퍼지는 것 같아요..

편하게 공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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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밑바탕이 잘 알려진 신화거든요. 메데아의 행동 동기는 사랑이기때문에 공감하면서 보기에도 어려운 작품이 절대 아닙니다. 표현하는 방식도 재밌고 곳곳에 개그코드도 숨어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지요.

근데 굉장히 어렵고 난해하게 보는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 SPAF2009에 대해 프리뷰한 어느 신문기사에서도 상급코스에 뒀더라구요.(이거 보고 괜히 쫄아서 봤어요.) 이걸 어렵게 볼라고 하니까 어려워진다고 생각해요. 뭐 평론가들이나 예술가들은 무슨형식을 썼고 연기메소드는 어떤 것이고 표현방식은 무슨 스타일이고 하면서 보겠죠. 배우들이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구요. 물론 이런 것들이 틀린 건 아닙니다. 실제로 공연팀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면서 표현방법을 정하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창조했겠죠. 당연히 그래야만 하구요.

하지만 일반 관객들까지 그렇게 볼 필요가 없죠. 그냥 내가 느끼는대로 알아지는대로 받아들이면서 즐거우면 그만입니다. 후에 다른 사람들과 감상을 나눈다거나 다른 자료를 접하면서 더 많은 것을 알아갈 수도 있겠지만, 볼때부터 예술적으로 깊숙한걸 이해해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는거죠. 그러다보면 다 재미없습니다.

저도 별로 예술가적인 눈은 없어서 깊게 보진 못하지만 그냥 즐겁게 보려고 합니다. 식견이 대단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따라갈라다가 가랑이 찢어질 걸 알기때문에 굳이 노력하진 않습니다. 보다보면 그런 식견이 생길 수도 있을 거란 기대만 조금 갖으면서 편하게 보는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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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14:32 2009/11/11 14:32


  1. gemlove
    2009/11/11 19:25
    무대 위에 카메라맨이 등장하다니 신선하네요 ^^
  2. 못된준코
    2009/11/11 21:14
    엥~~댓글 타고 왔더니만...로그인하게 되있군요~~ㅎㅎ
    아주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 basecom
      2009/11/11 22:00
      음? 제 블로그는 설치형이라서 로그인이 필요없을텐데요^^;
      ㅎㅎ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3. mediasetter
    2009/11/12 00:59
    basecom님 와우, 너무나 멋진 블로그를 가지고 계시군요. 트랙백 감사합니다.
    더불어 모스크바사이코에 대한 좋은 포스트 참 재밌네요, view on 누르고 갑니다~
    자주 제 홈피에도 놀러오세요. ^^ 전 이미 즐겨찾기 했습니다. ㅋㅋ 앙.. 여기 블로그 너무 멋져서 갑자기 설치형 블로그로 바꾸고 싶은데요? ㅋㅋ
    • basecom
      2009/11/12 01:07
      멋지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스킨 바꾼지 얼마 안되서 뿌듯하네요ㅎ 저도 즐겨찾기 했습니다^^;
      참, 굳이 설치형으로 안오시고 티스토리나 텍스트큐브로만 옮기셔도 예쁜 스킨이 많아요 ㅎㅎ
  4. 아르테미스
    2009/11/12 05:44
    좋은 말씀 해 주시네요~
    전 예술이 어렵더라구요 ;;;

    그냥 보고, 느껴지는대로..그러면 편할것 갔긴 하네요
    분석이런거 한걸 보면 어려워서리 ㅎㄷㄷㄷ;;;
    • basecom
      2009/11/12 11:55
      저도 어려울 때가 많아요 ㅎㅎ 근데 예술을 공부한 똑똑한 사람들만 알아먹을 수 있는 소위 예술적인 작품은 좋은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어야죠. 거기다 공부한 사람들까지 감탄시킬 정도의 깊이가 있으면 대박 작품이구요.ㅎ
  5. soul
    2009/11/18 20:56
    저두 이공연 봤는데요~

    사실 보고나서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게봤지만

    내용 이해가 되질 않아서 조금 아쉬웠는데

    님의 블로그에 쓰신 글 보고 완전 정리가 다 됐네요~ㅋㅋ 감사합니다~^^

    종종 놀러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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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시대를 비추는 볼록거울


공연예술은 모름지기 지금시대를 비춰주는 거울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야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으니까요. 공감을 하고나서야 마음에 울림이 오던가, 여운이 남던가, 곱씹을 수록 맛이 나던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거울이 얼마나 멋진 거울이냐도 중요하죠. 그냥 일반적인 거울이면 재미가 없어요. 볼록거울이던 오목거울이던 깨진거울이던 전달하려는 시대의 부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거울 형태라야 관객들을 빨아들일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 마다 공연을 보는 관점은 다르겠지만 하여간 전 이렇게 생각해요.

호주에서 날아온 무용 "디 에이지"의 원래 이름은 "The Age I'm In"입니다. 우리말로 '내가 살고 있는 시대'정도가 되겠죠. "디 에이지"는 지금의 호주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줍니다.(실제 인터뷰라는 얘기가 있어요.) 무용수들은 그에 맞춰 입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입니다. 대사 내용만 보면 심리치료 다큐멘터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돈데요.(날것 같은 느낌?) 이걸 무용이란 장르와 결합시켜서 굉장히 센스있게 전달합니다. 마임인지 현대무용인지 헷갈리는 몸짓도 몸짓이지만 디지털미디어의 활용이 굉장히 돋보입니다.

호주의 지금시대를 스윽 보여줍니다. 굉장히 담담한 것 같으면서도 위트있다고 해야할까요? 왠지 모르게 길가에 설치된 볼록거울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지구촌시대를 살고 있어서 그런지 호주의 이야기지만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더군요.

age = 시대 or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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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Force Majeure,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겠지만 "디 에이지"에서는 다양한 세대, 계층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듯 했습니다. 사회는 이전보다 점점 빠르게 변하는 반면에 인간의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더 많은 세대가 한 시대에 공존하는 모습이 지금시대가 아닐까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age는 세대라는 뜻도 가지고 있네요. 세대와 시대가 묘하게 오버랩됩니다.

각 세대의 이야기, 다양한 계층의 진솔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전달 됐습니다. 사춘기의 청소년, 아줌마, 노인, 장애인, 마약중독자, 다양한 종교를 지닌 사람들, ... 우리는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참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무용수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듯, 엉키고 접촉하는 몸짓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순조롭게 소통을 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순간 다투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편을 가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돌아가면서 외톨이가 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구요. 그냥 시대를 딱 압축해서 한 장면으로 만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중요한건 나와 다른 세대에 속한 사람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일겁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소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겠죠.

경계 허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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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Force Majeure,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디 에이지"는 장르와 표현방식의 경계를 허문 작품입니다. "디 에이지"의 장르는 무용입니다만 그 안에 연극이나 마임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복합장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죠. 또 무용수의 몸뿐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를 표현에 잘 활용했습니다. 이번 SPAF 2009에서 밀고 있는 대표적인 디지로그 작품이죠. 들고 다니는 스크린의 활용이 돋보입니다.

무용과 연극과 마임이 공존을 하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을 하다니!! 다양한 세대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공연에 신기하게도 딱 어울립니다.(이런거 찾아내는거 좋아한다는;;)

고대 동굴벽화에서 '요즘 것들은 참 버릇이 없어'라는 낙서가 발견됐다죠. 아무래도 세대 간의 소통 문제는 인류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듯합니다. 혹시 도저히 소통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소통 자체를 그냥 포기해버리건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봅니다. 소통을 위해 노력하면 세대 간의 경계가 허물어져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요? 장르와 표현방식의 경계를 허물어서 더 멋진 공연이 된 "디 에이지"처럼 말이죠.

위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쓰였습니다.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Force Majeure, Heidrun Lohr,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있음을 밝힙니다.

p.s : 사실 늦게 입장한대다 자막도 잘 안보여서 좀 엉망으로 관람을 했어요. 그래서 포스팅을 할까말까 상당히 고민했는데요. 남들에게 이야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리를 하다보니까 저도 모르게 새로운 걸 느끼게 되네요. 앞으론 빼먹지 말고 포스팅을 해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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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2 05:02 2009/11/02 05:02


  1. 납세미
    2009/11/02 10:41
    포스팅 잘 봤습니다. 세대간의 어긋남은 한국사회가 정말 심히지만 사실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 되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받습니다. 다른 사회에서는 세대 간에 단절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던데, 저는 벌써 서른이 되었지만 윗세대랑 대화가 힘들어서 괴롭습니다. 하하
    • basecom
      2009/11/02 12:24
      중요하게 느끼지 않아서 더 심해지는 것도 같네요. 어른공경 문화가 깔려있어서 어긋남이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구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2. 풀칠아비
    2009/11/02 13:51
    아직 무용 공연을 본 적이 없었는데, basecom님의 포스팅을 보니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지금 시대를 비춰주는 볼록거울 이라는 표현이 와닿네요.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 basecom
      2009/11/02 14:35
      저도 무용은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워낙 생소하고 두려운 장르라서 ㅎㅎ 이 공연은 대사가 있어서 그나마 이해하기 쉬웠어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3. seemefly
    2009/11/03 00:31
    정말 오랜만에 보는 진지한 리뷰입니다. 공존과 소통에 관한 공연을 볼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 둘은 제일 필요한 것인데도 제일 못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예나 지금이나.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 basecom
      2009/11/03 02:55
      좋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대차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공존과 소통은 잘 되지 않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겠죠
  4. 그별
    2009/11/03 10:26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뮤지컬과도 유사한 느낌이 드는데요. 저도 함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지방까지 이런 공연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소통이라는 것 공감이라는 것은... 정말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구분을 하는 습관에 의해서 우리는 항상 촛점을 놓치거나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인데요.. 정말로 ^^ 전 왠지 시간이 지나도 우리 아이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저만의 생각이겠지요? 하지만, 정말로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
    • basecom
      2009/11/03 11:33
      노래는 없지만 춤이 있다는 점에서 뮤지컬과도 유사한 점을 찾을 수가 있지요^^;
      소통하려고 노력하시다가 혼자 실망해 포기만 안하신다면 잘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문득 공연 중 사춘기소녀가 하는 대사가 떠오르네요.
      "우리 엄마아빠는 날 때리진 않죠. 다만 너에게 실망이구나 라고 할뿐이에요. 웃겨요. 제발 점잖은척 하지마라구요! 우리 엄마아빤 7살난 어린애처럼 굴어요"
      "술에 취하지 않은 아빤 시체같아요. 아빤 일중독이에요"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단지 좋은 아빠, 좋은 엄마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게 있겠다 싶더라구요
  5. 감성PD
    2009/11/03 10:32
    뭔가 심오하면서도 독특한 공연인 것 같군요..
    아직 무용공연은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경계를 허물었다는 방식이 흥미를 끕니다..
    좋은 글 보고 갑니다 ^^
    • basecom
      2009/11/03 11:36
      네. 아무래도 익숙치 않은 장르라 굉장히 심오하고 예술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사실인 것 같네요. 편하게 보려고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기회 되면 한번 보세요~
  6. 넷테나
    2009/11/03 19:25
    무용공연은 처음알게 되었습니다^^;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노래가 없다니 다소 무거워 질 것 같기도 하고요
    • basecom
      2009/11/03 20:03
      노래는 없지만 음악은 있어서 볼만합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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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진화한 거북이? 기발한 상상에서 시작하는 공연!

단군신화에서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됐다면, "다윈의 거북이"의 해리엇은 가스 같은 오염물질을 마시고 인간이 됐습니다. 완전 닌자거북이죠. 그와중에도 거북이들의 특권인 장수 능력은 변하지 않아서 200년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해리엇이 직접 체험한 역사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이 이 연극의 내용입니다.

실제로 해리엇이란 거북이가 존재했답니다. 다윈이 진화론 연구를 위해 갈라파고스 섬에서 데려온 거북이들 중에 가장 오래산 거북이라고 하네요. 지난 2006년에 175년을 살고 숨졌답니다. 그걸 모티브 삼아 이런 작품을 쓴 후안 마요르가라는 작가가 대단해 보이네요. 이 작품으로 굉장히 권위있는 상도 수상했다고 합니다.

극의 시작, 발상은 기발하고 대사 또한 위트가 넘칩니다. 사용된 음악들도 굉장히 경쾌하고 귀여운 느낌입니다. 그런데 내용은 무겁고 불편합니다. 보는 내내 웃음이 가시지는 않지만 동시에 불편함도 가시지 않아요. 인간을 굉장히 냉소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구제불능에 이기적인 동물?!

지난번 "도쿄노트"부터 인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작품을 두 개 연달아봐서인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결국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을 나쁘게 말하면 기분이 나쁜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동시에 거북이에서 진화했건 말건 결국은 해리엇도 이젠 인간이며, 극을 쓴 작가 역시 인간인데 어찌 이렇게 인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가! 하는 반발심마저 생깁니다. 확실하게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잘못된거야! 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해리엇은 유럽의 현대사 중 잘못된 부분을 이야기 해줍니다. 사실 현대사를 잘 몰라서 좀 더 풍성한 감상을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거죠. 그래도 지루하진 않더군요. 아무래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들려주는 거니까 잘 모르면 지루하단 얘기가 많았는데, 참 이야기를 잘 하더군요. 배우들의 연기와 발성이 수준급이었습니다. 감탄하면서 봤어요.

인간의 역사=이기적=자기중심적. 역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전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인간의 문명은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과학이건 사상이건 정치건 말이죠. 근데 그건 다 자기만을 위한 거였습니다. 자기 좋을라고. 말이야 거창하게 우리 모두를 위해서 라고 했지만 결국엔 자기만 좋을라고 하는 거였다는 거죠. 그래서 자연도 파괴하고 전쟁도 일으켜요. 공산주의도 취지는 좋았지만 실패한 이유를 거기서 바라봅니다. 결국 인간은 다같이 잘사는 길을 택하지 않는 다는 거죠. 자기가 조금이라도 더 잘사는 길을 택해왔다는 거죠.

해리엇은 아주 냉소적으로 말합니다. "난 지금껏 인간이 역사를 통해 배우고 발전하는걸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피해자나 노동계급이나 다 똑같다는 겁니다. 결국 상황만 바뀌면 바닥의 슬픈 경험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다 자기만을 위해 가해자로 돌변한다는 겁니다.



역사는 지금도 진행중

이 연극이 아주 기분 나쁜 소름을 돋게 하는 점은 인간의 이기심은 현재도 진행 중임을 이야기한다는 겁니다. 너무나 현실적입니다. 극중에서 해리엇의 이야기를 듣는 역할을 맡은 교수, 교수아내, 의사 모두 뉘우침이나 깨달음 따위는 없습니다. 그냥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할 뿐입니다.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강요하고 생체실험을 하고 돈 벌 궁리를 합니다. 특히 교수아내가 이기심을 드러내는 부분은 나름 쇼킹합니다. 교수와 의사야 애초에 목적을 지니고 해리엇에게 접근했지만 교수아내는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 교수아내는 피해자에 속했습니다. 하지만 해리엇으로 인해 상황이 변하자 그 본색을 드러낸거죠.

이기심과 이익에 눈이 멀면 자기 존재 자체도 다 내던지는 걸까요? 마지막에 해리엇이 인간들을 가지고 노는 장면은 정말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문명의 발전이 인간에게 행복을 줄까?

모르겠습니다. 분명 문명의 발전은 인간에게 편리함은 가져다줬습니다. 하지만 행복까지 줬을까요? 행복을 앗아간건 아닐까요?

저는 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문명 발전의 최전선에 서있다고 할 수 있죠. 어릴 적부터 공학자를 꿈꿔왔던 것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고 싶어서였어요. 근데 요즘은 가끔씩 흔들립니다. 이게 정말 인간을 행복하게 할까? 일단 저부터가 공학이 두려울때가 많거든요.

이제 좀 인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품을 찾아봐야겠어요.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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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5 02:18 2009/10/25 02:18


  1. 간이역
    2009/10/26 09:52
    '다윈의 거북이'라는 제목도 특이하지만 문명의 발전이 과연 인간에게 도움이 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네요.
  2. basecom
    2009/10/27 00:28
    간이역님 // 맞아요. 문명의 발전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것인지 해를 주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게 해를 줬다해도 이전으로 되돌릴수는 없지요. 편함을 맛본 상태니까.. 어떻게 하면 문명의 발전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싶네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3. 초록누리
    2009/10/27 12:04
    문명에 이기에 대한 다른 시각을 고발하고 있는 작품같은데, 문명이라는 것이 인간을 위해 발전해 오고 있었는데 문명으로 역사가 발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인간의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발전이었다,,이런 해석의 연극인가요?
    공학을 공부하시고 계신다니 놀랐습니다. 공학을 공부하시는 분이기에 그런 혼란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네요. 혼란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천문학도들이 흔히 두 분류도 나뉜다고 들었어요. 한 부류는 우주의 중심을 자기라고 놓고 주변환경으로 우즈를 보는 부류, 그리고 다른 부류는 우주 속에 자신을 두고 먼지보다 작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는...님도 그런 고민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문명의 이기를 위한 첨단분야에 있으면서 이게 인간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를 고민해보는...
    자신의 생각을 어디에 놓느냐가 중요하겠지요. 참 진지한 고민을 하고 계신 것 같아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는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자신을 긍정적인 역할의 선상에 두고 보는 것일 것 같아요.
    좋은 글과 연극 소개 감사합니다.
  4. basecom
    2009/10/27 14:08
    초록누리님 // 네, 제가 받아들이기론 그랬어요. 인간의 역사는 계속 반복되고 되풀이되는데, 그럼 인간이 과연 발전한걸까?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아무튼 주제가 명확한 듯 하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극입니다. 그때문에 공연기간 동안 이 연극에 관련한 특강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들었어요.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노력해야지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5. by. 빛날 휘
    2009/10/27 20:49
    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사실 극의 설정과 같은 이기적인 인간을 만든건
    자본주의체제가 아닐가요?
    '돈' 이라는 물질이 없으면 인간의 가치도 전락해버리는 사회가
    인간으로하여금 '인간성' 을 포기하게 만들었죠.
    자본주의체제를 반대하는건 아니지만...
    물질적 기술적 발전보다는 사회체제의 발전으로 인한 폐해가 심한거 같네요.

    끄응... 어렵네요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6. basecom
    2009/10/28 16:15
    by. 빛날 휘 님 // 자본주의체제도 가장 발전된 체제라서 그런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자본주의체제가 인간을 이기적으로 만든건지 인간이 이기적이라 자본주의체제가 나온지 모르겠어요. 약한 부분이라^^

    하여간 어렵죠. 생각을 해봐야할 부분이긴 한 것 같지만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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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엿보기

연극을 할 때 느낄 수 있었던 재미 중 한가지는 '엿보기'였습니다.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거죠. 무대 옆에서 막 사이로 보기 때문에 거의 옆모습 밖에 보이지 않고 그나마도 시야가 좁아서 전체를 보기는 힘듭니다. 대사 또한 약간 멀게 들리죠. 그런데 그렇게 보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합니다. 아마도 엿보는 느낌이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쿄노트는 그런 느낌을 관객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극의 배경이 되는 미술관에서는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미술관의 휴게실에 앉아서 나누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본어라서 느낌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일상어로 조용조용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배우들은 굳이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려 하지 않습니다. 얼굴을 보이려 하지도 않습니다. 특별한 내용도, 행동도 없습니다.  마치 지하철에서 옆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입니다. 지루하지만 따분한 강연을 듣는 것보단 재밌습니다. 전체적으로 묘한 느낌입니다.

뒷자리에 앉았던 터라 자막이 잘 보이지 않았던 점이 아쉽습니다. 어려운 대사가 나오진 않았지만 두 팀의 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던 지라 따라가기가 만만찮더군요. 자막을 보느라 정작 무대를 제대로 보지 못해 안타깝더군요. '엿보기' 컨셉이라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타조와 허경영, 88만원 세대

극의 배경은 도쿄의 한 미술관입니다. 유럽에서 큰 전쟁이 일어나자 작품의 훼손을 막기 위해 대신 작품을 보관,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이죠. 전쟁을 피해 피난온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전쟁에 대해 거의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잠깐씩 흘러가는 말로 이야기할 뿐입니다. 아무리 큰 전쟁이라도 당면 하지 않은 전쟁은 일상의 고민보다 결코 무겁지 않았습니다. 전쟁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돼버렸습니다. 전직 반전운동가가 전쟁으로 인해 피난온 작품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타조는 적이 나타나면 모래 속에 얼굴을 파묻는다죠. 피할 수 없는 현실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눈과 귀를 가려버리는 겁니다.(사실 타조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얼굴을 파묻는 거라고 합니다만...)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가혹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거 말입니다.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현재의 20대들은 취업을 위한 학점과 영어에만 신경쓰기에도 정신이 없습니다. 경험도 취업을 위해 전략적으로 쌓습니다. 촛불집회란 것도 해봤지만 전혀 효력이 없음도 몸소 체험합니다. 여러 가지 중압감에 눌려 바쁘게 살아갑니다. 정신이 워낙 없다보니 반대급부로 여가활동은 생각없이 시간을 죽이는 것을 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까요. 지식은 많지만 똑똑하지는 못하고, 영어점수는 높지만 영어는 못하며, 하는 일은 많지만 열정은 없습니다. 누구의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20대들에겐 영어와 학점에 매달리는 것이 그나마 불안을 덜어내는 행동임에 분명합니다. 딴건 모르겠고 그것만 바라보면 될 것 같은... 그것만 생각하고 싶은... 그런거 말이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허경영에 관한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예상했 듯 실체는 사기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생각보다 진지한 지지자가 많다는 겁니다. 순진한 할아버지 할머니 말고 젊은 세대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생겨남을 인터넷 상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잠시 바보 행세를 하는 것이고 정치적으론 뛰어난 사람이다, 현재의 대통령보다는 잘할 것 같다는 식입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허황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생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워낙 현실이 더러우니 사기꾼에게라도 희망을 걸어보고 싶은 건 아닐까요.

굴곡없이 단편적인 이야기만 오고 가던 극은 끝난 것 같지도 않게 끝이 납니다. 관객들도 한참을 어리둥절해하다가 박수를 쳤습니다. 갑자기 답답해졌습니다. 뭔가 슬프고 씁쓸해졌습니다. 허경영, 88만원세대,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졌지만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답이 없습니다. 그냥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연적인 아픔쯤으로 생각하고 참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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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1 01:20 2009/10/21 01:20


  1. White Rain
    2009/10/21 17:56
    막 사이사이로 보이는 배우들의 모습...지하철에서 마주 앉은, 혹은 주변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는 점...정말 와닿는군요. 그만큼 생동감이 느껴지는 듯 하고 말이죠.
    허망한 희망이라도 꾸고 싶은 욕망.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마음, 나쁜 건 애써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싶은 마음, 꾸고 싶은 꿈만 꾸고 싶은 마음...
    아마 그런 것 같아요. 힘들수록 여유가 없어지고, 또한 그럴수록 허망한 꿈이라도 꾸고 작은 희망이라도 잡고 싶은 현대인들 같습니다. 물질의 이기이죠.
    그래서 저는 요즘, 종교적인 것과 관계없이 산사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답니다. 미래의 언젠가...그곳에서 한줌 햇빛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제 자신을 떠올리기도 하지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늘 행복하세요.
  2. basecom
    2009/10/21 18:34
    White Rain님 //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결국엔 욕심을 버리는 게 가장 행복한 길이 아닐까도 생각해보는데, 그걸 버린다는게 정말 어려운거라서 말이에요..
  3. 초록누리
    2009/10/22 00:46
    앗,,포스팅들 보니 다 제가 관심있는 영화 연극이네요.
    반가워요.
    현실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눈과 귀를 가려버린다는 것, 그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한다는 말이 가슴에 닿네요.
    우리 모두의 비겁한 모습이 아닌가 싶어서...
    좋은 글들 잘 읽고 갑니다.
  4. basecom
    2009/10/22 21:39
    초록누리 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을 부정적으로 보면 한도 끝도 없지만, 어쩌면 그냥 그게 인간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어요. 설득의 심리학 같은 책에서도 인간의 그런 불완전성이 설득에 이용된다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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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다


창극을 본 건 처음입니다. 그러고보니 판소리나 마당극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네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이기도 하겠지만 왠지 따분할 것 같아서 꺼리게 되는 이유도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굉장히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창극이 갖고 있던 고리타분한 이미지보단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왔거든요. 한국 전통문화와 영국 고전의 만남이라니! 뭔가 흥미가 마구마구 생기지 않나요?

정확히 어떤 의도로 기획된 공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기획 자체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창극의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조금 벗겨지고 관심을 받게 됐으니 말입니다. 창극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외국의 고전작품을 공연한다는 게 좀 걸리적 거릴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내부적으로도 반대가 있었을 법도 하구요. 그렇지만 공연예술이란 건 어쨌건 보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어야하는 겁니다. 단지 전통문화니까 지켜야돼! 봐줘야돼! 하는 식으로 명맥만 유지하는 건 절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획은 참 좋다고 봅니다.

기대만큼이나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사실 입장하기 전에 130분이라는 런닝타임을 보고 걱정이 많이 됐어요. 지루할 것만 불안함이 엄습하더라구요. 근데 전혀 지루하지 않더군요. 어쩜 소리들이 귀에 쫙쫙 달라붙는지. 역시 천상 한국인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구성진, 센스넘치는 "로묘와 주리"




국립창극단의 센스는 시작부터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로미오->로묘, 줄리엣->주리, 몬테규->문태규, 캐플릿->최불립의 작명센스가 아주 죽여줬습니다. 이름이 하나하나 공개될 때 마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더군요. 신부님은 무당이 되고 연회장은 굿판이 됐습니다. 시대적 배경도 어찌나 잘 가져왔는지,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을 잘 이용했더군요.

구성진 소리와 대사들도 좋았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얼쑤~ 소리가 절로 나더군요. 라이브로 연주된 전통악기들의 소리 또한 귀에 촥 감겼습니다. 대사들도 사투리와 섞여서 아주 걸쭉한 것이 감칠맛 나더군요. 학생단체도 있는 것 같은데 수위가 좀 높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자연스러워서 좋더라구요. 하인끼리의 다툼에는 왠지 그런 표현들이 더 어울릴 법도 한 것 같았구요.

관객들이 참여하는 부분으로 더욱 신명나는 무대를 만들어낸 연출도 높이사고 싶습니다. 사실 굉장히 굉장히 큰 굿판이라고 했는데 처음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뭐가 이상하고 밋밋했거든요. 근데 그걸 관객을 끌어다 놓고 강강수월래 하면서 축제분위기를 만들더군요. 저도 나가서 놀고 싶었는데 하필 정중앙에 앉아버려서!!

그냥 형식상 신선하기만 하면 금방 질렸겠죠. 로묘와 주리의 연기도 괜찮았습니다.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잘 표현했어요. 사춘기 소년, 소녀의 모습을 말이죠. 로묘는 특히! 제가 봤던 로미오 중에는 최고 귀엽더군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는 이미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라서 그런지 별로 슬프진 않았어요. 슬픈 장면에서 무대에 비까지 내리게 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역부족이었죠. 그래서 일부러 연기핀트를 귀여운 쪽으로 맞춘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문제는 대사 전달!


진짜 대사 전달은 짜증나더군요. 창을 하면서 구성지게 부르는 건 좋은데... 뭔 소린지는 알아먹게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가뜩이나 대사도 현대어가 아닌데 말이죠. 잘 들리는 배우도 있는데 안 들리는 배우는 짜증나도록 안들립디다. 특히 중간중간 작게 떨어뜨려 부르는 부분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을 정도 였습니다. 이건 내가 외국공연을 보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자막을 보게되더군요.

편안하게 팔짱끼고 앉아서 공연을 봐도 귀에 대사가 쏙쏙 꽂혀줘야 몰입이 잘되는데 자꾸 신경써서 듣게 하고 자막으로 고개를 돌리게 하니.. 좀 그렇더군요. 그나마 자막이 제공되니 다행이었죠. 창이라는 특성상 어려움은 있겠지만 좀 더 신경 써줘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불만 얘기하는 김에 곁다리로 하나 더 얘기하자면, 제발 극장에서 떠들지좀 맙시다. 공연 내내 뒤에서 소곤소곤 대는 통에 짜증나 죽는 줄 알았습니다. 딴엔 조용조용 얘기한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정말 신경쓰여서 아휴!! 그리고 휴대폰 불빛으로 귀신놀이 하시는 분들도 정말 이해 불가에요. 어텐던트분들이 턱 빠지게 휴대폰 꺼달라고 하고 안내멘트까지 나오면 뭐하나요. 애들도 아니고 반항하는건지 원...

여운이 남는 탈


커튼콜할 때 배우들이 탈을 머리 위에 쓰고 있다가 인사하기 전에 탈을 벗어 놓고 인사를 하더군요. 극에서 맡은 배역을 내려 놓고 배우 자신으로서 인사를 한다는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무대 중앙에 모여진 탈들에만 조명이 떨어지는데! 와.. 소름 돋았어요. 창극은 원래 그렇게 하는진 모르겠지만 그 장면 하나로 저에겐 여운이 진하게 남았네요.

아무튼 한국식 오페라 내지는 한국식 뮤지컬인 창극을 더 많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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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8 00:48 2009/10/18 00:48


  1. by. 빛날 휘
    2009/10/18 18:39
    한국식 뮤지컬 창극이라 ㅎㅎ;;
    시끄러웠다고 하시는데 무대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

    좋은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
  2. basecom
    2009/10/18 23:03
    공연에 지장이 있을만큼 시끄러웠던건 아니구요. 바로 제 뒤에서 소근소근 대니까 제가 신경이 쓰여서 견딜수가 없더라구요;; 왜.. 나는 신경끄고 공연만 보고 싶은데 자꾸 신경쓰이고 대화내용까지 들리는 그런거 ㅠㅠ

    무대는 뭐 비도 내리고, 무대 앞에는 물도 있고 좋았습니다^^
  3. 소행성
    2009/10/31 00:34
    국립창극단의 <산불>은 굉장히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 번 관람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basecom
      2009/10/31 00:47
      국립창극단에서 산불도 하나보죠? 예전에 국립극단에서 하는 산불을 본 기억은 있는데요^^; 보고 싶네요. 어떤 느낌일지~
  4. 소행성
    2009/10/31 00:57
    같은 원작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산불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워낙 희곡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이정도 창극이면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않은 우리식 뮤지컬이죠. *^^* 아우...너무 편애 모드인가요?
    국립 창극단의 <청>도 훌륭합니다만 계속 앵콜되면서 그 빛이 바랬습니다. 그래도 안보셨다면 한번 관람해보세요. *^^*
    • basecom
      2009/10/31 01:45
      그렇군요. 산불에 창을 입히면 완전 우리 공연이겠네요^^; 국립극장에 연극보러 갈때마다 청 배너나 포스터는 본 것 같아요. 창극을 본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전까진 관심도 없었거든요. 이제 창극도 좀 찾아봐야겠어요 ㅎㅎ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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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신선할 수 없었나?

<돌아오는 길>은 좀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국무총리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중독예방치유센터에서 주관하는 도박중독예방주간 기념 공연" 이라는 거창하고 딱딱한 타이틀을 달고는 있었지만 연극이 가진 치료의 기능을 선보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어떨까?' 하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임호라는 주연배우와 위성신이라는 연출가는 어느정도 이름값도 있구요.

이야기가 꼭 이렇게 진부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도박'이라는 소재는 이미 <타짜>나 <올인>에서 다루어졌고 이들 드라마와 영화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때문에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 도박에 빠져 집안을 풍비박산내고 모든 걸 다 잃고서야 후회한다" 는 이야기는 "도박중독 예방주간 기념 공연"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야기죠.  전개가 훤히 보이는 건 지루함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극적긴장감이 아쉽다

이전에 보아왔던 드라마 탓이었을까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 때문이었을까요. 제가 느끼기에 극적긴장감이 좀 아쉬웠습니다. 도박하는 장면에서 '어쩌지어쩌지 저러면 안되는데..' 하는 팽팽한 진행이라던지 풍비박산이 나버린 가족들의 상황을 눈물이 고일정도로 묘사를 한다던지 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정말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장기를 걸고 돈을 빌리지 않나, 집 날리는건 애교수준이고 회사돈을 횡령하고, 어머니 장례 부의금, 아내 수술비까지 날립니다. 도박 때문에 가족 다 잃어버리고 직장 잃고 집 잃고 인생 날렸는데....... 그 상황을 보면서 그다지 감흥이 없습니다.

상담사 분은 현직 상담사가 나온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을 늘어지게 하더군요. 마치 추적60분 같이 인터뷰와 재연을 번갈아하는 프로에서 인터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감동을 줄수도 있고, 중독치유에서 가족의 중요성도 역설할 수 있었는데... 아니 그럴의도로 만들어진 장면 같았는데.. 자신의 슬픈 과거를 남 얘기 하듯 심하게 담담하게 해버리면서 어물쩡 넘어가버리니..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처럼 지루하더군요.

주인공이 장기걸고 땡긴 돈을 다 잃었을 때도 조명이나 음향은 아주 쪼여주던데 배우들의 연기는 좀 벙찌게 만들더군요. 장기매매 당하게 생긴 사람은 아주 젠틀하게 의자만 넘어뜨리고, 도박사기단 여러분은 별로 무섭지도 않더군요.

'도박하지 말아야지, 무섭다' 이런 생각이 들긴하는데 너무 극단적으로 그려버린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에이 저렇게까지 하겠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어난 사건만 너무 나열하지 말고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즉 인물 내면의 묘사가 좀 더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내용으로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치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상당히 듭니다만.. 뭐.. 관련기관 주관 하에 이루어지는 공연이니까 어느 정도 가능하겠죠?;;

그래도 100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위에 너무 단점만 열거했네요. 영 못 봐줄만한 극이었단 얘긴 아닙니다;; 공연이 100분이나 했는 지 모를 정도로 어느정도 몰입은 됐습니다. (어쩐지 무릎이 너무 아팠어요.)

임호가 연기를 못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지만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고, 게다가 드라마, 영화를 주로 하는 배우라서 어떻게 할지 궁금했는데요. 일단 기자회견 때도 느꼈지만 목소리가 끝내주더군요. 오히려 다른 배우들 보다 발성이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괜찮았습니다. 연기가 열연이라고 느껴질 정돈 아니지만 무난하게 어우러지더군요. 스타랍시고 연극 주연 떡 맡아놓고 떨어지는 연기력으로 작품 망치는 사람들 보단 확실히 낫습니다.

잔웃음 터지게 하는 위트있는 대사와 행동들도 좋았습니다. 특히 뚱뚱하신 배우분의 캐릭터는 참 맘에 들더군요. 딸 역할 하신 분은 일단 얼굴만으로도 상큼?;;

또 인상 깊게 본 건 미닫이문 같이 생긴 벽(?)이었습니다. 미닫이문이랑 조명으로 여러가지 공간과 느낌을 만들어내던데.. 꽤 괜찮더라구요.

시도가 좋다

어쨌거나 도박중독예방에 대한 홍보나, 치료의 목적으로 연극을 사용하는 것은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연극엔 분명히 치료의 기능이 있고, 좀 더 거부감 없이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딱딱한 다큐멘터리나 공익광고와 같이 만들어진다면 연극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할 겁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좀 더 새로운 접근으로 앞으로 좋은 작품들이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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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6 00:11 2009/09/16 00:11


  1. 탐진강
    2009/09/19 13:06
    독특한 시도의 연극인가 봅니다.
    저는 도박을 절대 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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