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상당히 심오하다. 그래서 참 고리타분하신 연사가 초빙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트센터 나비의 노소영 관장님을 처음 봤을때 내 예상이 조금 빗나갔음을 느꼈다. 물론, 내용은 그래도 좀 심오하긴 했다.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한 디지털아트를 하시는 분 답게, 역사/문명의 흐름을 미디어의 흐름으로 설명을 했다. 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아니, 맞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건가? 미디어란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히 뭔지 몰랐다. 간단한 정의를 해줬는데, 나와 세계간의 매개체역할을 하는 것들을 미디어라고 한단다. 굉장히 명료한 정의인데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넓게보자면 우리의 눈도 미디어다. 우리는 미디어에 둘러쌓여있고, 미디어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석기시대에는 문자가 없었다. 동굴의 벽화가 미디어였다. 이미지의 시대, 마술의 시대라고 한다는데,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자연현상에 대해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우상숭배의 시대라고 할까. 그러다가 문자가 발달한다. 상형문자부터 시작을 한다. 이제 이미지가 아니라 머리로 하는 관념적 사고가 가능해졌다. 텍스트의 시대라고 한단다. 그러다 점점 인쇄매체가 발달을 하고 신문과 책이 나온다. 지식의 양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다.

이제 현대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다. TV와 라디오부터 시작하여 인터넷까지. 전세계의 정보가 시공간을 초월해서 우리에게 전달된다. 문명과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 전자미디어의 시대. 인간과 기계가 만들어낸 새로운 이미지의 시대다. 혼돈의 시대다.

"현란한 호화로움과 근본적인 단조로움"
"석기 시대적 수다의 전지구적 확산"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우리는 더 이상 하나하나의 정보를 깊숙이 생각할 여유가 없어졌다. 머리와 가슴보다는 피부로만 느끼고 만다. 깊숙한 관념보다는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것을 찾는다. 세상에 진리란 없다. 모든 건 다 상대적이다. 메타정보를 불신하고 개인정보에 치중한다.

기성세대들은 이를 아쉬워한다. 슬퍼한다.

강연을 듣고 나서 우연히 우리대학의 60년사를 정리한 책의 동아리부분을 봤는데,
70~80년대의 관념적인 학술동아리 강세에서 점차 스포츠동아리, 공연동아리 등으로 강세가 옮겨간다는 요지였다. 머리위주에서 몸위주로 바뀌어가는 추세라고. 시대가 이렇다. 공통된 현상이다.

과연 맞는걸까 틀리는 걸까. 고민만 앉겨준다. 어쨌든 우리는 이런시대에 살고있다.
일단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0/23 17:10 2008/10/23 17:10


Leave a Comment
블로그이미지
About
basecom

Recent Trackback




420713
Today : 56   Yesterday :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