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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로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오페라의 유령"(팬텀-윤영석, 크리스틴-최현주)을 봤습니다. 간만에 공연 관람을 하니 좋네요. 딱히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런 웅장한 맛도 나름 맛나더군요.

웅장한 맛

공연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며 샹들리에가 공중으로 올려지자 가슴이 다 쿵쾅거렸습니다. 웅장한 음악소리와 함께 눈 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무대! 멋지더군요. 공연 내내 감탄의 연발이었습니다. 큰 극장이 아니면 할 수 없을 화려한 무대와 효과들이 펼쳐졌습니다. 언제 들어도 멋진 "오페라의 유령"의 넘버들이 라이브로 울려퍼졌습니다. 의상도 소도구도 화려했습니다.

웅장한 맛. 현실과 차단된 환상의 세계였습니다. 연극이나 뮤지컬이란 원래 관객들에게 환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기능을 지니고 있죠. 그렇지만 요새 대학로 연극들은 그런 기능을 많이 활용하지 않습니다. 좀 더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하죠. 물론 그런 이야기들도 엄밀하게는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렇게 환상만을 자극하는 공연은 많지 않죠. 이게 이 공연이 지닌 매력의 전부라는 게 아쉽지만(물론 전적으로 제 생각이긴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더군요.

가슴을 흔드는 벅찬 감동은 어디에 있나요?

작품이 지닌 한계인지, 배우들의 연기가 문제인지, 연출자의 연출력이 문제인지, 아니면 제가 피곤한 상태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 확실한건 전 '가슴을 흔드는 벅찬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는 겁니다. 물론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영화로도 이미 봤기 때문에 내용을 다 알고 봤습니다만, '세기를 넘어선 걸작' 이라면 여러 번 보아도 '가슴을 흔드는 벅찬 감동'을 느끼는 게 당연할겁니다. 이건 뮤지컬이지 콘서트나 뮤지컬 갈라쇼는 아닙니다. 뮤지컬이라면 스토리와 대사 전달에도 신경을 써야만 합니다. 4월 10일판 "오페라의 유령"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낙제점을 받아 마땅합니다.

일단은 가사 전달, 아니 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일반 대사를 전달하는 것보다 노래의 가사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허나 뮤지컬에서 노래의 가사는 대사입니다. 대사가 전달되지 않으면 내용이 부실하게 전달되는 것이고, 그러면 감동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전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내 귀가 고장났나? 라는 의심까지 해봤습니다만 팬텀의 대사 전달은 매우 훌륭하더군요.(역시 팬텀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앙상블도 문제가 있어보였습니다. 대사 전달의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 종종 여러 인물들이 동시에 혹은 조금씩 겹쳐지게 노래를 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이럴 경우 대부분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더군요. 그냥 웅웅거리는 노래로만 들리구요. 소리도 별로 조화롭게 들리지 않더군요. 어떤 인물의 소리는 크고 어떤 인물의 소리는 작고... 이런 장면을 통해서 주요 인물들의 감정선에 변화가 생기거나 사건의 전환이 이루어지던데, 그런 장면들이 이래서야 어떻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배우 간의 호흡 문제인지 엔지니어링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형 뮤지컬의 고질적인 문제인지 이 작품만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기의 디테일이 좀 부족해보였습니다. 다 아는 뻔한 이야기긴 해도 "오페라의 유령"은 충분히 감동이나 슬픔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부모에게까지 버림 받아 사랑을 갈구하며 숨어지내는 팬텀은 우리 한사람 한사람에게도 투영시켜볼 수도 있구요.(컴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런걸 전혀 느낄 수가 없더군요. 단지 노래와 춤에만 올인한 듯이 보였습니다.

저에겐 이렇듯 아쉬운점이 많이 보여서 제 스타일은 아니더군요. 하지만 '간만에 문화생활 좀 했네?'라고 느끼기엔 이만큼 제격인 공연이 없을 것 같습니다. 좀 쓴소리를 하긴 했지만 저 역시 괜찮게 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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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1 00:06 2010/04/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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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들

체홉의 두 단막극을 연달아 봤습니다. 둘 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인데요. 뭔가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가슴에 울림이 남을 정도는 아니지만 은근한 매력이 있달까요?

<곰>은 사랑의 상처로 인해 마음을 닫고 사는 남녀가 서로의 색다른 모습에 반해 마음을 열고 다시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깁니다.

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아무도 만나주지 않는 과부의 모습이 둘의 마음상태와 절묘하게 오버랩되더군요. 적막이 흐르는 공간에 곰 같은 남자가 들어와서 집안을 뒤흔들어놓는 것 또한 서로의 마음이 흔들리는 과정과 오버랩되어 잔잔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엔 새로운 사랑으로 이전의 상처를 치유하는 아주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극이 마무리 됩니다. 인터미션 시간에 누가 내 가슴도 흔들어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

<청혼>은 이웃집에 한 남자가 청혼을 하러갔다가 사소한 문제로 다투기 시작하면서 본래의 목적을 잃고 아주 웬수가 다됐다가 갑자기 급 결혼을 해버리는 내용입니다.

결혼이 결정되면서 모든 갈등이 급정리되는데요. 역시 사랑은 모든걸 덮어버리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참 사람들이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집착해서 정작 중요한걸 잊고 사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구요. 결혼결정 후에도 계속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잠깐 보여지는데요.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결국엔 각자의 주장, 자존심을 완전히 덮어버리진 못하는 모습에 공감을 하게 되니 '피식'하고 웃음이 나더군요. 극은 짧지만 참 리얼하게 잘 풀어냈다 싶었습니다.

앙상블의 비교체험

비슷한 느낌의 두 단막을 연달아 보다보니 자연히 팀 간의 완성도가 비교되더군요. <곰>의 경우엔 보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습니다. 극 속으로 쭉 빨려들어가려는데 문턱에 걸려넘어지는 느낌이랄까-_-; 처음에 시작부터 하인역을 맡은 배우 한쪽팔이 자꾸 덜렁덜렁 거려서 신경쓰이더니 발성이 아주 좋은 빚쟁이께선 멋진 소리와 좀 따로노는 연기를 보여주시는 겁니다.

배우 개개인의 역량보다도 장면장면에서 좀 더 살릴 수 있을 거같은데... 하는 아쉬움을 계속 남기더군요. 뭔가 어색하고 연기가 조화가 안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연습량이 부족한건지 분석이 부족한건진 모르겠지만 좀 아쉽더군요.

                  ㄴ <곰>에서 가장 재밌었던 대목은 "이!!!! 곰새키야!!!"

반면 <청혼>은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곰>이랑 비교해서 배우간에 호흡이 굉장히 좋더군요. 톱니바퀴 맞불리듯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극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냥 뭐 흐뭇해지더군요. 아버지 역 하신 배우분은 너무 오버하셔서 흥분하실땐 간질환자가 되버리셨지만 뭐 전혀 무리없었습니다. 딱 두번 나왔지만 잠깐 정지하는 장면은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 주더군요. 역시 연극은 배우 개개인의 역량이 문제가 아니라 앙상블의 문제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걸리적 거리지 않는 대사

개인적으로 연출을 맡은 오세곤 선생님에게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분인지 자세히 아는 바는 없지만, 외국 작품을 번역 할 때 최대한 우리말에 가깝게 바꾸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좋더군요.

저 같은 경우 외국 작품을 접하면 우선은 생소한 이름/지명에 머리가 혼란해집니다. 그중에서 러시아는 아주 최악입니다. 그놈이 그놈같고 저놈도 그놈같고.. 아무튼 그 이름 기억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이상한 번역투의 대사를 듣고 있자면 내용파악이 쉽게 안되서 짜증이 많이 납니다. 모름지기 공연이란 팔짱끼고 앉아있어도 쑥 빨려들어갈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듣기 평가하는 것도 아니고 대사를 듣고자 애쓰고 이해하고자 애써야 하는 공연은 아주 별롭니다.

이번 공연은 걸리적 거리는 대사가 없더군요. 내용이 쉽기도 하고 인물도 적게나오기도 했지만요. 대사를 최대한 간결하고 우리말 같이 하려는 연출자와 배우에겐 아낍없이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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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31 02:08 2009/08/31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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