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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이야기는 지루하고 황당할 정도로 간단하다. 근데 어렵다. 뭘 말하고 싶은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자연을 살리자는 공익 연극인가? 아니면 벌에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연극인가? 그것도 아니면 벌에 대해 알려주는 교육용 연극인가? 공연을 보는 내내 머리를 굴려봤지만 도저히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희곡 자체의 주제 내지는 목표가 불분명해보인다. 작가가 '벌'이란 소재로 뭔가 강한 창작욕구를 느낀 모양이지만, 아직 정제 되지 못해 불순물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시적이다.

극이 시작되면 배우 둘이 나와 이 극은 벌에 관한 이야기라면서 벌이 주인공인 것처럼 소개한다. 날개는 두 쌍이고 머리,가슴,배로 구성되고 벌의 종류는 뭐뭐뭐뭐가 있는데 이번 이야기는 꿀벌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박진영의 "허니"에 맞춰 춤까지 춘다. 별로 재미도 없고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벌이 소재 정도가 아닌 주인공 수준이라면 저정도 거창한 소개쯤을 참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극을 보면 볼 수록 속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벌 날개가 두쌍이고 눈이 어떻게 생겼고 하는게 극을 이해하거나 몰입하는데 도대체 어떤 도움이 되는지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꿀벌이 꿀 1kg을 만들기 위해 키스를 몇 번 해야 하는지, 얼마나 많은 거리를 날아다녀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전에 암환자가 꿀벌로 뒤덮힌 이후에 왜 발정이 났는지부터 설명해야하는 거 아닐까? 그러다가 왜 갑자기 다중이가 되는지 설명해야하는게 아닐까?

암환자한테 꿀벌이 머물다가 떠나간 후에 왜 택배기사는 벌독알러지가 나았을까? 하도 많이 쏘여서 내성이 생겼나? 왜 겜블러 아저씨는 다시 도박을 하겠다고 나섰을까? 죽는 사람 보니까 어차피 죽는 인생 좋아하는 일이나 하다 죽자는 맘을 먹었을까? 네팔노동자는 왜 떠나는걸까? 이 일련의 사건들이 대체 어떤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걸까?

사실 작품 외에 다른 부분들은 괜찮았다. 배우들이 각각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조명을 받으니 장면 장면이 생동감 넘쳤다. 특히나 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장면에선 연출력이 돋보였다. 벌을 표현하는 안무와 연기도 볼만했고, 벌의 윙윙대는 소리도 실감났다. 그치만 다 무슨 소용인가? 껍데기에 불과한 것들이다.

원래 한 번 더 볼 생각이었는데.. 볼까말까? 다시 보면 뭔가 새로운걸 깨달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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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8 23:52 2011/10/18 23:52


  1. Isabel
    2011/10/19 11:06
    저도 이 공연 봤어요^^ 저는 나름 재미있게 봤는데, 그냥 편한 마음으로 정신을 놓고 봐서 그런지 연기도 만족스러웠고 무대도 마음에 들었거든요.. 한 번 더 보고 싶은 공연이에요!
    • basecom
      2011/10/19 13:00
      저도 무대랑 연기는 맘에 들었어요. 내용이 이해가 안돼서 ㅠ 사실 좀 컨디션이 안좋았는데 그것때문에 이해못하나.. 이러면서 봤어요 ㅎㅎ
  2. 비밀방문자
    2011/10/26 18:08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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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신선할 수 없었나?

<돌아오는 길>은 좀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국무총리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중독예방치유센터에서 주관하는 도박중독예방주간 기념 공연" 이라는 거창하고 딱딱한 타이틀을 달고는 있었지만 연극이 가진 치료의 기능을 선보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어떨까?' 하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임호라는 주연배우와 위성신이라는 연출가는 어느정도 이름값도 있구요.

이야기가 꼭 이렇게 진부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도박'이라는 소재는 이미 <타짜>나 <올인>에서 다루어졌고 이들 드라마와 영화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때문에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 도박에 빠져 집안을 풍비박산내고 모든 걸 다 잃고서야 후회한다" 는 이야기는 "도박중독 예방주간 기념 공연"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야기죠.  전개가 훤히 보이는 건 지루함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극적긴장감이 아쉽다

이전에 보아왔던 드라마 탓이었을까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 때문이었을까요. 제가 느끼기에 극적긴장감이 좀 아쉬웠습니다. 도박하는 장면에서 '어쩌지어쩌지 저러면 안되는데..' 하는 팽팽한 진행이라던지 풍비박산이 나버린 가족들의 상황을 눈물이 고일정도로 묘사를 한다던지 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정말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장기를 걸고 돈을 빌리지 않나, 집 날리는건 애교수준이고 회사돈을 횡령하고, 어머니 장례 부의금, 아내 수술비까지 날립니다. 도박 때문에 가족 다 잃어버리고 직장 잃고 집 잃고 인생 날렸는데....... 그 상황을 보면서 그다지 감흥이 없습니다.

상담사 분은 현직 상담사가 나온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을 늘어지게 하더군요. 마치 추적60분 같이 인터뷰와 재연을 번갈아하는 프로에서 인터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감동을 줄수도 있고, 중독치유에서 가족의 중요성도 역설할 수 있었는데... 아니 그럴의도로 만들어진 장면 같았는데.. 자신의 슬픈 과거를 남 얘기 하듯 심하게 담담하게 해버리면서 어물쩡 넘어가버리니..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처럼 지루하더군요.

주인공이 장기걸고 땡긴 돈을 다 잃었을 때도 조명이나 음향은 아주 쪼여주던데 배우들의 연기는 좀 벙찌게 만들더군요. 장기매매 당하게 생긴 사람은 아주 젠틀하게 의자만 넘어뜨리고, 도박사기단 여러분은 별로 무섭지도 않더군요.

'도박하지 말아야지, 무섭다' 이런 생각이 들긴하는데 너무 극단적으로 그려버린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에이 저렇게까지 하겠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어난 사건만 너무 나열하지 말고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즉 인물 내면의 묘사가 좀 더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내용으로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치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상당히 듭니다만.. 뭐.. 관련기관 주관 하에 이루어지는 공연이니까 어느 정도 가능하겠죠?;;

그래도 100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위에 너무 단점만 열거했네요. 영 못 봐줄만한 극이었단 얘긴 아닙니다;; 공연이 100분이나 했는 지 모를 정도로 어느정도 몰입은 됐습니다. (어쩐지 무릎이 너무 아팠어요.)

임호가 연기를 못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지만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고, 게다가 드라마, 영화를 주로 하는 배우라서 어떻게 할지 궁금했는데요. 일단 기자회견 때도 느꼈지만 목소리가 끝내주더군요. 오히려 다른 배우들 보다 발성이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괜찮았습니다. 연기가 열연이라고 느껴질 정돈 아니지만 무난하게 어우러지더군요. 스타랍시고 연극 주연 떡 맡아놓고 떨어지는 연기력으로 작품 망치는 사람들 보단 확실히 낫습니다.

잔웃음 터지게 하는 위트있는 대사와 행동들도 좋았습니다. 특히 뚱뚱하신 배우분의 캐릭터는 참 맘에 들더군요. 딸 역할 하신 분은 일단 얼굴만으로도 상큼?;;

또 인상 깊게 본 건 미닫이문 같이 생긴 벽(?)이었습니다. 미닫이문이랑 조명으로 여러가지 공간과 느낌을 만들어내던데.. 꽤 괜찮더라구요.

시도가 좋다

어쨌거나 도박중독예방에 대한 홍보나, 치료의 목적으로 연극을 사용하는 것은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연극엔 분명히 치료의 기능이 있고, 좀 더 거부감 없이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딱딱한 다큐멘터리나 공익광고와 같이 만들어진다면 연극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할 겁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좀 더 새로운 접근으로 앞으로 좋은 작품들이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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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6 00:11 2009/09/16 00:11


  1. 탐진강
    2009/09/19 13:06
    독특한 시도의 연극인가 봅니다.
    저는 도박을 절대 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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