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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발견한 명작, <스카우트>

불의의 기습을 당했습니다. 가을도 조금 타고 있고, 공부하기 전에 재충전이나 할 요량으로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영화를 고른건데 이게 가슴을 짓누르네요. 게다가 리뷰까지 쓰고 있으니 말려도 단단히 말렸네요.

그저 선동열을 소재로 한, 임창정이 나오는 야구 코미디 영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굉장한 수작입니다.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좀 뒤져보니 홍보가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재미있는, 된장비빔밥 같은!

영화 <스카우트>는 전혀 관련이 없는 듯한 소재를 잘 버무려서 맛을 낸 영화입니다. 이 점이 참 좋더군요. 선동열, 518,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아주 묘하게 엮여있습니다. 까딱하다간 산으로 가버리기 딱 좋은 이야긴데요. 극본이나 연출력이나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마케팅직원은 굉장히 난감했을 것 같군요. 영화 전체를 이끄는 동력은 분명히 '선동열 스카우트 이야기'에요. 하지만 진짜는 그게 아니거든요. 그렇다고해서 스카우트 얘길 빼자니 애매하고...

참 기가 막힙니다. 영화는 사랑에 관해 얘기하고, 혼란한 시대상에 비추어 인간을 얘기하는데 그 얘길 쭉 빼주는건 선동열입니다. 소재들 간에 서걱거리고 진부한 틈을 선동열이 매꿔줍니다. 플래쉬백도 너무나 매끄럽습니다. 적절한 포인트를 타고 쑥 들어갔다가 쑥 나오네요. 너무 기대도 안하고 생각 없이 봐서 그런지 여운이 장난이 아닙니다.

개그코드도 아주 딱 제스타일입니다. 조폭들이 멋지게 싸우러 들어가서 솜 날리게 베개싸움을 하고, 선동열을 줄삼아 줄다리기를 한다던지, 임창정이 선동열 아버지를 만나러 갔을 때 청혼남을 등장시켜서 '아드님을 주십쇼' 라는 진부한 대사를 빵 터지게 만드는 건 정말 맘에 들지 않을 수가 없어요. 진부할 수 있는 것들이 신선한 재미로 다가오니 말이죠. 웃기기 위해 스토리를 망쳐버리는 무리한 수를 두지도 않았죠.

사람과 사랑을 뭉클하게 이야기합니다. 근데 또 이게 은근히 담담하게 이야기해서 효과가 배가 되더군요. 아마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라면 더 진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상처를 입었음을 이야기합니다.

사랑은 사람의 영향 아래 있고, 사람은 시대의 영향 아래 있습니다. 혼란한 시대는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죠. '행동한 자' 뿐 아니라 '침묵한 자'와 '가해자'까지도요. 그러한 시대는 오해를 낳고 오해는 사랑을 가려요.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까지도 짓밟아 놓는 것이죠. 물론 영화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연극 <짬뽕> 등을 통해 많이 접해왔지만 접할 때마다 조금씩 제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게되니 계속 가슴이 쓰리더군요.

극중 임창정은 자신의 일, 안위를 모두 버리고 사랑을 택합니다. 전형적인 히어로의 선택이죠. 하지만 마지막에 형사들에게 잡혀가는 씬에서 다시 비굴해지는 모습은 임창정을 다시 소시민으로 만들어줬습니다. 공감하기 힘든 '단지 영화 속 인물' 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의 인물'이 된거죠.

지금, 가슴이 시키는 일이 무얼까요?

지금을 살고 있는 20대로써, 지금을 생각해봅니다. 지금도 지금 나름의 아픔이 있습니다. 정치가 안정되지 못한 시절보다는 자유롭고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긴 하지만 우리 88만원 세대에겐 발달되고 첨단화된 현대사회가 어깨를 짓누르는 아픔입니다.

하지만 시대에 휩쓸려만 다닌다면 그저 피해자로 남을 뿐이겠죠. 임창정처럼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렵니다. 조금 더 힘들고 어렵더라도 가슴 한 구석에 피해의식을 남기는 것보다는 아련한 추억을 남기는 것이 더 좋을테니까요.

아무튼 담백하고 담담하고 은은한 이 영화..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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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Commons License
2009/10/04 18:15 2009/10/04 18:15


  1. whitewnd
    2009/10/14 17:31
    저는 개봉을 했는줄도 몰랐는데 그랬군요.
    누가 혹시 스카우트 얘기를 하면, 아 어떤 분이 그러는데 괜찮다더라. 라고 전해줘야겠습니다. :D
  2. basecom
    2009/10/17 01:54
    whitewnd // 꼭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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