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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달리 살리에리가 주인공인 연극 "아마데우스". 보는 내내 나를 갸우뚱하게 했던 것은 살리에리가 신을 원망하고 신에게 대적하고자 하는 모습이 꽤나 비중있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단지 살리에리의 인간적 고뇌의 연장 차원이 아니라 아예 신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내 생각엔 살리에리 내지는 작가가 놓치고 있는 것이 '성품과 사회성도 재능'이라는 사실이다. 살리에리는 '왜 모차르트 저놈은 저렇게 망둥이처럼 날뛰는데 신이 내린 음악재능을 가지고 있는거지?' 라며 분해하지만, 그덕에 모차르트는 단명했지 않는가? 말년이 비참하지 않았는가? 반대로 살리에리는 잘먹고 잘살았다. 후대에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살아있던 당대에 인정받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있을까?

사실 연극을 보기 전까진 살리에리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연극을 보고 나니 "살리에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대표" 라는 말이 참 이해가 안된다. 아니 무슨 음악의 도시 빈에서 당대 최고 음악가로 칭송받으며 궁정악장까지 지낸 사람이 평범하단 말이지? 살리에리가 평범하면 나머지 음악가들은 뭐가 되는가? 살리에리는 모차르트같은 천재는 아니어도 수재정도는 되는 사람이다. 더구나 모차르트의 음악재능이 엄청난 것이라는 걸 알아본 사람이 아닌가?

어쨌거나 인간에게 가장 해가 되는 성품은 "욕심"이 아닐까. 살리에리가 모처르트를 보며 시기하기보다 감사할수 있었다면 살리에리도 자신의 도덕성을 파괴하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모차르트의 빛나는 재능이 자신의 것과 다르다는 걸 알고 도왔다면 더 많은 명곡을 남길 수 있었을텐데...!

실제로는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연극에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인 사람으로라도 역사에 남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했을 땐 소름이 돋았다. 살리에리, 아니 인간의 욕심은 소름끼치도록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살리에리는 불후의 명곡은 남기지 못했지만 자신이 주인공인 연극과 영화, 그리고 살리에리증후군이라는 용어를 남겼으니 성공한걸까?

연극 내용을 제외한 이야기를 해보자. 전체적으로 너무 길고 내래이션의 비중이 높아 지루하다. 공연을 두 번 봤는데, 두 번 모두 인터미션 후 비는 자리들이 많았음은 지루함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난 그외 다른 부분엔 대체로 만족하는데, 영화를 봤던 사람들은 그마저도 실망인 것 같았다.

길고 잦은 내래이션은 연출자나 배우에게도 고민거리였던 것 같다. 살리에리 역을 맡으신 배우분은 이런 점 때문인지 내래이션 부분을 굉장히 빠르게 휙휙 대사를 했다. 그런데 좀만 생각해보자. 일상대화가 아닌 내래이션은 많은 정보가 농축되어있어 일상대화보다 더 천천히 말해야하는게 아닐까? 아무튼 그러다보니 오히려 대사가 꼬이고 조금만 집중을 안해도 흐름을 놓치게 됐다. 안그래도 긴데 그 긴 시간 동안 계속 집중을 요구하므로 더 피곤했다. 사실 공연을 두 번 본 이유는 살리에리 역의 배우분이 굉장히 베테량이신데 내래이션 대사가 너무 안들려서 그 날 컨디션이 안좋으신 줄 알았다. 그래서 다시보면 어떨까해서 봤는데... 똑같았다.

내래이션을 라이브로 하다가 녹음된 소리로 하다가 왔다갔다하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생소리와 앰프를 통한 소리는 차이가 확연해서 일치감을 줄 수가 없다. 이렇게 할 바에야 내래이션을 전부 녹음해서 하던가, 아니면 내래이션 부분만 마이크를 이용하던가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영화를 본 사람들은 내래이션 부분이 개선됐어도 별로라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연극으로 처음 접하는 사람 입장에선 내래이션 부분만 어떻게 개선이 됐어도 꽤 괜찮은 작품이라고 박수를 쳐줬을 텐데 아쉽다. (특히 전형적이긴 했지만 천재연기를 잘 소화한 모차르트 역의 배우와 왕으로 분한 배우의 연기가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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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13:32 2012/01/2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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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이야기는 지루하고 황당할 정도로 간단하다. 근데 어렵다. 뭘 말하고 싶은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자연을 살리자는 공익 연극인가? 아니면 벌에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연극인가? 그것도 아니면 벌에 대해 알려주는 교육용 연극인가? 공연을 보는 내내 머리를 굴려봤지만 도저히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희곡 자체의 주제 내지는 목표가 불분명해보인다. 작가가 '벌'이란 소재로 뭔가 강한 창작욕구를 느낀 모양이지만, 아직 정제 되지 못해 불순물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시적이다.

극이 시작되면 배우 둘이 나와 이 극은 벌에 관한 이야기라면서 벌이 주인공인 것처럼 소개한다. 날개는 두 쌍이고 머리,가슴,배로 구성되고 벌의 종류는 뭐뭐뭐뭐가 있는데 이번 이야기는 꿀벌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박진영의 "허니"에 맞춰 춤까지 춘다. 별로 재미도 없고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벌이 소재 정도가 아닌 주인공 수준이라면 저정도 거창한 소개쯤을 참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극을 보면 볼 수록 속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벌 날개가 두쌍이고 눈이 어떻게 생겼고 하는게 극을 이해하거나 몰입하는데 도대체 어떤 도움이 되는지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꿀벌이 꿀 1kg을 만들기 위해 키스를 몇 번 해야 하는지, 얼마나 많은 거리를 날아다녀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전에 암환자가 꿀벌로 뒤덮힌 이후에 왜 발정이 났는지부터 설명해야하는 거 아닐까? 그러다가 왜 갑자기 다중이가 되는지 설명해야하는게 아닐까?

암환자한테 꿀벌이 머물다가 떠나간 후에 왜 택배기사는 벌독알러지가 나았을까? 하도 많이 쏘여서 내성이 생겼나? 왜 겜블러 아저씨는 다시 도박을 하겠다고 나섰을까? 죽는 사람 보니까 어차피 죽는 인생 좋아하는 일이나 하다 죽자는 맘을 먹었을까? 네팔노동자는 왜 떠나는걸까? 이 일련의 사건들이 대체 어떤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걸까?

사실 작품 외에 다른 부분들은 괜찮았다. 배우들이 각각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조명을 받으니 장면 장면이 생동감 넘쳤다. 특히나 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장면에선 연출력이 돋보였다. 벌을 표현하는 안무와 연기도 볼만했고, 벌의 윙윙대는 소리도 실감났다. 그치만 다 무슨 소용인가? 껍데기에 불과한 것들이다.

원래 한 번 더 볼 생각이었는데.. 볼까말까? 다시 보면 뭔가 새로운걸 깨달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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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8 23:52 2011/10/18 23:52


  1. Isabel
    2011/10/19 11:06
    저도 이 공연 봤어요^^ 저는 나름 재미있게 봤는데, 그냥 편한 마음으로 정신을 놓고 봐서 그런지 연기도 만족스러웠고 무대도 마음에 들었거든요.. 한 번 더 보고 싶은 공연이에요!
    • basecom
      2011/10/19 13:00
      저도 무대랑 연기는 맘에 들었어요. 내용이 이해가 안돼서 ㅠ 사실 좀 컨디션이 안좋았는데 그것때문에 이해못하나.. 이러면서 봤어요 ㅎㅎ
  2. 비밀방문자
    2011/10/26 18:08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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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하면 어렵고 무겁고 길고 지루하다는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라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지만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우어파우스트"는 "파우스트"의 초기작으로, 괴테가 일생을 바쳐 노년에 완성한 "파우스트"와 달리 청년시절에 완성된 작품이다. 그래서 "파우스트"보다 덜 어렵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극장을 찾았다. 극은 기대 이상이었다. 속도감과 관객과의 소통, 개그코드가 적절히 맛을 낸 덕에 지루하기는 커녕 극에 빠져들었다.

물론 마냥 쉽고 가볍기만 하진 않았다. 달고 맵고 짜기만 하고 깊은 맛이 없다면 "우어파우스트"와 "파우스트"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대사 하나하나에서 깊은 맛이 우러났다. 고전이 왜 고전인지 그 진가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인간과 인생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20대의 어린 나이에 쓴 괴테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이 작품을 잘 해석하여 보여준 연출과 배우들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굉장히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활용도가 높은 무대세트와 인간 내면까지도 표현해버리는 조명, 아름다움과 공포를 모두 표현하던 종이눈, 상황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노래과 대사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의 열연(특히 메피스토! 그 발성와 발음, 전달력은 전율이 돋을 정도였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인간은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파우스트 박사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걸 가진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습득했고, 악마와의 계약으로 부와 명예를 모두 지녔다. 하지만 남은건 공허함 뿐이다.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만 깨달았을 뿐이다.
파우스트의 첫 대사가 아주 인상깊다.
"아.. 철학도 신학도 의학도 .. 다 공부했지만 난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그 한계를 초월할 수는 없다. 한계의 극복만을 바라본다면 공허함과 허탈함이 기다릴 뿐이다.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건? 가까이에 있다. 다름아닌 사랑이다. 너무 많은 것을 알아 시니컬해진 파우스트도 사랑에 빠지자 기쁘고 생기가 넘쳤다. 물론 사랑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기에 항상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래도 모든것을 다 알고자 위만 바라보기보단 주위를 둘러보는게 어떨까?

악마는 어디에나 있고 악은 달콤하다.

메피스토는 세상의 모든 악을 상징하는 초월적 존재다. "우어파우스트"의 특징은 초월적 존재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세상의 비극들이 단지 인간의 한계와 본성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인 것이다. 극중에 등장하는 학생과 그레트헨은 메피스토에 의해 철저히 망가지는 인물들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배우고 싶었던 학생은 넓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유혹에 빠져버리고 만다. 너무나 순진해서 악이 너무나 달콤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순진해서 '의학'와 '의악'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메피스토의 개가 되고만다. 자신이 개가 되었다는 것은 알까?

독실한 천주교신자 그레트헨도 악마의 유혹에는 별 수 없었다. 악은 출처를 모르는 공짜 귀걸이와 굽높은구두로 그레트헨의 마음에 작은 공간을 만든 후, 점차 그 공간을 늘려갔다. 결국에는 성적욕망에 빠져 파멸하고 만다. 그레트헨은 마지막까지도 "나를 이렇게 만든 모든 것이 너무나 달콤했어" 라고 한다. 수녀복을 입고 나와 그녀를 정죄한 것도 메피스토라는 걸 알까? 신이 내린 새하얀 눈에 붉은 핏빛을 덧씌운게 메피스토라는 걸 알까?

메피스토의 대사 중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
"모두들 날 만날 땐 예를 갖춰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들의 영혼을 쓰레기통에 집어쳐넣어줄테니까!"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인 척 학생을 미혹하는 장면과 그레트헨이 파우스트와 성관계를 갖는 장면에서 파우스트 대신 메피스토가 나온 것은 그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정죄 습성

개인적으로는 그레트헨의 오빠인 발렌틴이 상당히 거슬렸다. 가뜩이나 연기스타일도 내스타일이 아닌데 캐릭터가 참 마음에 안들었다. 발렌틴은 동생을 사랑하고 있다. 그냥 남매간의 사랑이 아닌 근친상간적인 사랑으로 말이다. 그것때문에 더 동생을 정죄한다. 그레트헨의 배를 걷어차서 유산에 한몫했으며, 자살로 그레트헨의 죄책감에 벽돌을 얹었다.
임신한 이웃여자 이야기를 할때부터 참 격렬하게 정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굉장히 깨끗한 것처럼. 마치 결벽증에 걸린 사람처럼 말이다. 전체적인 비주얼이 거지같은건 이런 아이러니를 잘 드러낸다.(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레트헨의 대사를 듣자 마음이 뜨끔했다.
"나도 이전까진 조금이라도 검은 것엔 신나게 검은 칠을 덧칠하곤 했는데..."

그렇다. 발렌틴의 모습이 내모습이고 우리모두의 모습인 것이다.

그래도 인생은 축제다?

극의 시작과 끝에 모든 배우들이 먼 곳을 바라보고, 알록달록한 조명이 점멸하는 장면이 있다. 마치 불꽃놀이를 표현한 것 같았다. 난 이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이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말이다. 작품은 비극이지만, 인생에 대한 시선은 긍정적으로 유지하자는 이야기로 들렸다. 보약을 먹은 뒤 먹는 사탕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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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1 17:10 2011/10/01 17:10


  1. 아빠소
    2011/10/03 13:27
    이야~ 이런 수준있는 작품이 연극으로 올라왔군요. 글을 잘쓰셔서 읽기만해도
    흥미진진합니다 ^^
  2. 오늘과다른내일
    2011/10/04 09:42
    우어파우스트도 있네요...아직까지 파우스트를 정복하지 못한 1인입니다. 다시한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난해하지만 충분히 가치가있는 최고의 작품이잖아요..좋은글 정말 잘보고 갑니다
    • basecom
      2011/10/08 18:25
      네.. 저도 우어파우스트를 보고나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원래 희곡인 만큼 공연으로 보시는 것도 괜찮지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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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희극 중 "한여름밤의 꿈"은 굉장히 유명하다. 이 유명한 극을 그간 스토리만 겨우 알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로 드디어 직접 만났다. 처음 만나는 "한여름밤의 꿈"이 원작이 아니라 한국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란 것이 좀 아쉽긴 했지만,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은 그런 아쉬움을 잊게 해주는 명품이었다. 과연 수많은 국제축제에서 초청을 받고, 해외관객들에게도 인정을 받을만 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우리가락, 우리문화의 품에서 멋지게 재창조해낸 것이다!

우리가락과 우리정서가 어우러진 장면 하나하나가 참 맛깔났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고 소리를 낸 우리가락 배경음악과 효과음은 귀에 착착 감겨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배우들의 몸은 유연하고 가볍고 날렵하여 도깨비, 사람, 숲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냈다. 특히 도깨비 역을 맡은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은 영락없는 우리 상상 속의 도깨비와 같았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맛깔나는 비주얼과 가락에 비해, 대사처리는 그냥 그랬다. 크게 나쁘진 않았지만.. 종종 어색하거나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 대사들이 있었다. 물론 자막 없이 해외관객들과 소통했다는 에피소드처럼 대사의 비중이 높은 극은 아니긴하다.

마당놀이적 요소도 결합되어 있어서 관객들에게 말도 걸고, 호응 요구도 하고, 침도 뿌리고, 수박도 튀긴다. 전에 보았던 "예술하는 습관"과는 달리 제4의 벽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극 내용 자체가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꿈 같은 이야기라서 이런 스타일이 잘 어울렸다. 단지, 침이나 수박튀는건 싫어할 관객이 꽤 있을 것 같으니 자제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중간에 도깨비불을 야광팔찌를 날리면서 표현했는데 이건 되게 참신하고 좋았다. 딱 거기까지 좋았는데 야광팔찌를 나누어주는 시간이 너무 길었고, 장난도 너무 많이 쳤다. 다음씬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중간중간의 옥의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극 전체가 놀이이며 축제같은 느낌인 것이 맘에 들었다. 막돌이 역할도 도깨비들이 나와서 도깨비 캐릭터로 하고, 극의 끝과 커튼콜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커튼콜 긴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공연은 그냥 신나고 재밌었다.

극 내용 자체는 단순하다. 마치 큐피트의 화살같은 꽃(?)이 있는데, 자고 있을 때 이걸 코에 뿌려놓으면 깨어난 후에 처음 보는 상대를 죽도록 사랑하게 된다. 도깨비들이 이 꽃을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 하나는 남자 도깨비 '가비'의 바람기를 고치기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엇갈린 젊은남녀의 사랑의 작대기를 모두가 행복하게 바로 잡아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덤앤더머 같은 도깨비들이 실수를 하고 만다. 이 극은 그바람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희극답게 마지막은 해피엔딩.

극중인물들에게 모든 것은 한여름밤의 꿈으로, 혹은 꿈처럼 기억된다. 도깨비들의 실수 혹은 장난에 의한 것이었지만, 한여름밤의 꿈은 해피엔딩을 좀 더 강렬하게 해줬다. 꼭 고난만이 미래를 위한 자양분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올바른 방향이건 잘못된 방향이건 무언가를 위해 태운 열정 또한 미래를 위한 훌륭한 자양분이지 않을까? 나도 생각해보면 한여름밤의 꿈처럼 기억되는 강한 추억들이 있다. 지금도.. 미래에 꿈으로 기억될 추억을 만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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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5 22:43 2011/08/05 22:43


  1. 디셈버08
    2011/09/28 17:02
    연극은 아직 저에게 너무 어려운것 같아요. 한여름밤의 꿈이라니 옥주현씨 목소리가 먼저 떠오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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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흔한 안내 멘트도 없이 시작된 것 같지도 않게 시작됐다. 그리고 '끝난건가? 박수쳐야 하나?' 하는 의문과 함께 끝났다. 인터미션의 시작과 끝도 마찬가지였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처럼 극 전체가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는다. 무대는 연극 연습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심지어 형광등을 켜고 공연한다. 연극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연극 연습실에 고성능 CCTV라도 설치해놓고 훔쳐보는 느낌이었다.

이 연극은 극중극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배우가 배우를 연기한다. 배우와 배우가 연기하는 극중 인물을 순간적으로 오가는 대목이 종종 있었는데, 그 미묘한 차이를 탁탁 잘 표현하는 걸 보고 공연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피자 먹는 중간에 마시는 콜라처럼,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극을 중간중간 절묘하게 풀어주는 효과를 내고 있었다.


위대한 사람들의 결점을 보고자 한다는, 극을 여는 대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무언가 족적을 남기는 사람이거나 예술가에 대해서 나는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똑같은 사람인데? 맞다. 특히나 예술가에 대해선 뭔가 고매하고 우아하고 날카로운 현실감각과 감수성이 동시에 갖춰졌다고 생각해왔다. 아마도 예술가의 예술품 덕일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도 사람이다. 보통 사람보다 사생활이 더 지저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계적 시인이라는 오든이 싱크대에 볼 일을 보고, 남창을 불러 성욕을 해결하는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세계적 음악가인 브리튼은 동성애자 + 소아성애자였다. 자신이 음악을 가르치던 아이들에게 성욕을 품고, 또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저녁 때 먹은 음식물들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오든이 했다는 "예술가들의 실제 삶은 위대하지 않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과 영감은 모두 그들의 작품으로 가고 실제 그들의 삶에는 찌꺼기만이 남는다" 라는 말이 머릿속을 짙게 맴돈다.

위대한 예술가도 두려움을 떼버리지 못했다는 점은 뭔가 신선한 깨달음을 줬다. 극중극에 등장하는 오든과 브리튼은 내림세에 있지만, 이미 예술가로써 정점을 찍었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그 작품으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두려워한다. 또한 자서전을 통해 사생활이 공개되면, 작품과의 괴리로 인해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두려워한다. 극중극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자신이 관객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고, 조금이라도 극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

어느 대배우가 말년에 무대 위에서 덜덜 떨었다는 이야기는 '역시 인간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내가 동아리에서 연기를 할때는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일들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두렵고 긴장된다기 보다 희열에 가득 찼었다. 그러나 프로배우들에게 연기는 직업이고 인생이다. 예술이 일상이 되어 습관처럼 될 때, 두려움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게 아닐까?


상당히 괜찮은 극이었다. 다만 조금 산만하게 너무 많은 정보가 전달되고 있어 소화하기에 버거운 감이 있었다. 아는 만큼 더 보이고 더 느낄 수 있는건 어느 극이나 마찬가지지만 이 극은 그 정도가 상당히 큰 것 같다. 사전지식 부족으로 극을 100% 즐기지 못한건 조금 아쉽다. 또 극중극을 양념이라고 생각해서 상당부분 그냥 흘려보냈는데, 보다보니 극중극이 핵심이었다. 완전한 오판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놓친 것들이 많았는데, 프로그램북이 상당히 충실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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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6 23:17 2011/06/26 23:17


  1. pennpenn
    2011/07/04 16:26
    연극을 직접 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나요~
    사는게 무언지~
    월요일 오후를 편안하게 보내세요~
    • basecom
      2011/07/04 22:29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여유를 갖고 연극을 보시는 것도 좋을 것같네요
  2. 안랩인
    2011/07/20 15:28
    편의점에 갔는데 알바하는 친구가 틈틈히 기타를 치고 있었어요. 너무 잘치기도 하지만 아르바이트와 병행되는 기타소리를 들으니 묘했지요. 친구와 보러갈 귀한 연극을 찾고 있는데, 잘봤습니다 :)
  3. 바람을가르다
    2011/07/27 16:39
    대학 때 연기를 하셨군요.^^
    그래서인지 보는 시선이나
    글이 남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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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감탄을 하고 왔습니다. 파격적으로 자연스러운 공연스타일도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어서 좋았습니다. 요새 인간에 대해 냉소적인 공연과 비극적인 공연을 많이 보는 바람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 공연으로 훈훈한 마음을 품을 수 있게 됐네요.

이게 바로 진짜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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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Vivarium Studio


'이래도 되나?' 혹은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만큼 "세르쥬의 효과"는 현실 같은 연극입니다. 무대는 소박하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TV, DVD 플레이어, 오디오, 책, 탁구대 등등. 진짜 과자, 피자, 와인에 진짜 자동차까지 등장합니다. 조명은 형광등입니다. 그러나 과장된 연기, 관객을 의식한 연기는 없습니다. 배우들의 얼굴보다 등판을 훨씬 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승전결로 맺어지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냥 일상의 한조각을 보여줄 뿐입니다. 지난번에 본 "도쿄노트"와 비슷한 느낌도 있는데요. "도쿄노트"가 엿듣는 느낌이었다면 "세르쥬의 효과"는 벽에 구멍 뚫어 놓고 엿보는 느낌이랄까요.

세르쥬는 일요일 마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취미입니다. 이름도 거창하죠. "헨델 음악에 맞춘 회전효과" "바그너 음악에 맞춘 빛의 효과" "존 케이지 음악에 맞춘 레이저 효과" "빅 체스넛 음악에 맞춘 폭죽 효과"와 같은 것들입니다. 근데 거창한 이름에 비해 공연은 너무나 허접합니다. RC카에 폭죽을 꽂고 달린다거나 음악에 맞춰서 헤드라이트를 깜빡거리는 정도죠. '이게 뭥미?' 하는 어색한 공기가 객석에도, 무대에도 형성됩니다. 하지만 바로 이 일상적인 어색함, 그 어색함이 주는 간격이 이 공연의 웃음포인트이자 관전포인트입니다. 별 내용 없는 이야기지만 보는 내내 킥킥거릴 수 있었습니다. 간간히 폭소도 터지구요. 어쩜 이렇게 만들 수 있는지. 연출자의 연출력과 세르쥬의 연기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세르쥬의 친구들은 한국에 와서 모집한 일반인들이라고 합니다. 언제나 공연하는 도시에 가서 친구들을 모집한다고 하네요. 연습도 거의 안했고 특별한 대사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연극적 연기가 아닌 일상의 모습이 나올 수 밖에 없겠죠. 세르쥬가 친구들을 어찌나 멋지게 받쳐주던지 전혀 튀지가 않더군요. 세르쥬도 일반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말이죠. 이런 연기가 더 어려운 법인데 대단하더라구요.(저도 세르쥬 친구에 지원해보고 싶었는데 대학원 입시의 압박으로 ㅠㅠ)

소통하고자 하는 세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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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Vivarium Studio


세르쥬는 어설픕니다. 세르쥬의 공연도 어설픕니다. "세르쥬의 효과" 라는 연극도 왠지 어설픕니다. 그런데 그런 세르쥬를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세르쥬가 어느 이야기 속 멋진 주인공의 모습이 아닌 우리의 모습과 더 닮아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리고 소통하려고 하기 때문 아닐까요?

세르쥬는 매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지만 그다지 활발하거나 대인관계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친구들과도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구요. 다만 소통을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합니다. 바로 공연이죠. 공연이 썩 멋지지는 않지만요. 어쨌건 친구들은 세르쥬의 공연을 계기로 모이게 됩니다. 모여서 얘기하고 와인을 마시고 피자를 먹습니다. 어색하지만 즐거워보입니다. 왠지 훈훈합니다.

세르쥬는 관객들과도 소통을 시도합니다. '금강제화' '롯데리아' 'GS홈쇼핑' 같은 한국의 상호를 대사 속에 등장시키고, 간단한 대사는 한국말로 합니다. "빨리요" "배웅해줄게" "뭐 좀 마실래?" "코트 받아줄게" 와 같은 말들입니다. 별거 아닌데 재밌고 기분이 좋습니다. 최대한 관객 눈높이에 맞추는거죠. 현지 일반인 친구 모집도 그런 맥락일 겁니다. 실제로 객석 반응도 좋았구요. 긴 대사는 일반인 출연자가 통역하는 방식을 택해서 자막 사용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다가가고 싶지만 어색해 하고 방법을 모르는 게 현대인의 모습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점점 단절되어가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꼭 세련된 방법이 필요한 걸까요? 소통을 위한 노력과 마음가짐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세르쥬처럼 투박하게라도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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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01:45 2009/11/20 01:45


  1. Phoebe
    2009/11/20 11:54
    신선하기도 하고 나름 재미도 있겠네요.^^
    • basecom
      2009/11/20 13:49
      네^^ 해외초청공연들이 좋은건 다들 한가닥하는 공연들이기때문이에요 ㅎㅎ 자막 보는 불편함이 있긴하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초청까지된거니까^^
  2. 모모군
    2009/11/20 13:40
    독특한 연극이겠습니다. 저도 세르쥬의 친구로 초대 받고 싶어졌습니다. ㅎㅎ
    • basecom
      2009/11/20 13:51
      제가 얼마나 세르쥬의 친구로 초청받고 싶었는지 ㅠㅠ 무대에서 피자랑 와인을 진짜로 먹는데.. 샘나더라구요 ㅎㅎ
  3. 드자이너김군
    2009/11/20 18:04
    오~ 뭔가 심오하게 재밋을것 같은.. ㅋ
    정말 리얼리티군요..+_+
    • basecom
      2009/11/20 18:08
      심오할 것 같은데 보면 하나도 안 심오해요 ㅎㅎ
      그냥 좀 어이없어서 킥킥대게 되는데
      보고나면 어? 하는 뭐 그런...^^;
  4. gemlove
    2009/11/20 21:19
    신기하네요 ㅎ 연극이라는 느낌이 안들꺼같아요 ㅎ 마치 일상생활을 제3자가 관찰하는 느낌? ㅋ 근데 소통을 시도한다고도 하니 ㅎㅎ
    • basecom
      2009/11/20 23:12
      네 맞아요. 일상생활을 제3자가 관찰하는 느낌이죠 ㅎㅎ 어차피 연극이나 모든 공연예술이 관객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려고 하는 게 목적인데, 그럴려면 공감할 수 있게 해야하거든요.
      직접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거나 하는 부분은 없지만 공감대형성이라든가 하는 부분에서 소통한다고 생각했어요^^
  5. 김뽀
    2009/11/21 13:41
    색다른 공연인것 같아요^^
    저도 훈훈함을 함께 느끼고싶어요~~
    • basecom
      2009/11/21 17:12
      ㅎㅎ 세르쥬는 이미 프랑스로 돌아갔을 것 같고.. 다른 훈훈한 공연을 추천해드려야겠네요. 마침 연말이라 훈훈한 공연시즌이긴합니다 ㅋㅋ
  6. 탐진강
    2009/11/22 17:59
    좀 독특하고 재밌는 연극인 듯 합니다.
    연극을 좀 봐야 하는데 요즘은 못보고 있어요ㅠㅠ
    • basecom
      2009/11/22 18:30
      네 ㅎㅎ 해외초청작들은 기회가 있으면 꼭 보세요. 언제 다시 우리나라로 공연올지 모르니까^^
  7. 감성PD
    2009/11/23 15:06
    특이한 연극인 것 같군요...
    어색해하지만 꾸준한 소통을 하려는 모습이 좋아보여요.
    • basecom
      2009/11/23 15:57
      네 ㅎㅎ 연극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필요한 자세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니까 참 좋았어요^^
  8. 분홍별장미
    2009/11/24 16:39
    은은한 즐거움이 있을것 같네요.
    또다른 나를 볼수있는 계기도
    될것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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