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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 전 무대는 썰렁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배우들의 말과 노래, 움직임과 춤, 그리고 영상이 무대를 꽉 채웠다.

3D 입체영상 신체음악극 "브라브라브라"는 다양한 표현방법을 활용한 실험극이다. 이런 극은 눈과 귀가 즐겁다. 일반적인 극이 흑백사진이라면 이 극은 컬러사진이랄까. (흑백사진이 더 느낌있는 경우도 많으니 뭐가 더 좋다라고 단정지을순 없지만)

특히 구멍이 송송 뚫리고 바퀴 달린 도구를 이용한 3D(?) 영상의 활용이 재밌다. 이 도구를 이용하면 영상을 원하는 곳에 원하는 형태로 쏠 수있다. 3D 영화 같은 효과는 아니지만 영상을 좀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쉽게도 영상들이 전반적으로 투박하고,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아서 아이디어 만큼의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고 신선했다.

재밌고 신선한 표현 방법과 달리 이야기는 좀 아쉬웠다. 외모지상주의와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정체성 찾기 혹은 자아 찾기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은데, 외모지상주의 이야기와 트랜스젠더 이야기가 연결이 잘 안됐다. 난해한 주제가 아니라 보기 어렵거나 힘들진 않은데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든달까? 중간중간 연기도 어색한 것들이 있었는데 연기력의 문제라기보단 작품의 문제로 느껴졌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를 비판하는 것 같았는데, 마지막에 'being beauty' 계모임이 결성되는걸 보니 '그냥 예뻐져서 자신감 찾자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름다움이 꼭 외적인 아름다움을 뜻하진 않겠지만 가슴수술하고 미용실와서 머리하는 아줌마들에게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는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난 미용실이나 성형외과나 외모를 꾸미는 장소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속성은 같다고 생각하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걸까?) 여주인공 써니의 심경변화도 너무 극적이다. 남자친구 대니의 성전환수술로 인해 충격받고 아팠다고 해서 갑자기 예전의 열정과 꿈을 되찾을 이유는 별로 없어보이는데다, 찾는 과정이 너무나 짧게 그려졌다. (뭐.. 대니가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모든걸 포기한 것에 자극받아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게됐다고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어색하달까..)

어쨌든 어려운 주제가 아니라 뭘 얘기하고 싶은지 이해는 되는데 어색하다보니 가슴에 확 들어오는 뭔가는 없는 것 같다. 외모지상주의, 성형수술, 트랜스젠더, 성정체성 이런 키워드들이 여전히 사회적 이슈이긴 하지만 더 이상 신선한 소재는 아니기 때문에 자아 찾기로 가는 반죽에 좀 더 신경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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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1 02:33 2011/11/11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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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3요소, 4요소를 이야기할 때 '관객'은 꼭 들어간다.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연극 공연에서 관객은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관객이 실제 공연에 기여하는 바는 적고, 수동적이다.
관객들이 공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참여의 문을 너무 활짝 열면 개판이 되겠지만 적당히 열어두면 재밌는 요인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연극 "드라마 만들기"는 관객들이 직접 그날의 주인공 커플을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연극이다. 발상 자체는 굉장히 신선하고 재밌다. 다만 내용보다는 그 새로운 형식이 중심이 되는 공연이기 때문에 '연극'이라기 보다 '쇼'에 더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물론 전적으로 내 생각이다.

제벌2세 남자와 가진 것 없지만 씩씩하게 사는 여자와의 러브스토리. TV드라마의 단골 스토리라인이다. 이 이야기를 관객들이 결정한 커플로 보여 준다. 뻔한 스토리를 대놓고 뻔하게 진행시켜서 웃음을 주는 극이기 때문에 종종 손발이 오그라드는 상황이 발생하는건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손발 오그라드는 상황을 주로 선사하는 나쁜남자 캐릭터를 선택한 사람들이 살짝 원망스러운건 어쩔 수 없었다. 요새 그 캐릭터 너무 흔한대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걸보니 드라마에 나쁜남자가 대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초딩 캐릭터가 맘에 들었다. 선택이 안되서 무대크루 및 엑스트라로 나왔지만 나올 때마다 날 빵빵 터뜨려놓고 가셨다.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라는 것 자체가 없어보여서 좀 아쉽긴 했지만, 예매사이트의 공연소개에서 이미 그럴 거라는 예상을 하고 갔기에 특별히 실망은 하지 않았다.(같이 갔던 일행 중 몇은 이 부분에 대해 좀 실망을 한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없이 웃기만 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정말 눈물나도록 한바탕 신나게 웃고 왔다. 근데 내용이 너무 없다보니 너무 웃어서 눈물나고 볼이 아픈데도 살짝 루즈한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기본 스토리가 있으니 좀 더 볼만하지 않을까. 기회가 되면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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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1 23:24 2011/05/0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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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70~80년대쯤의 전형적인 시골 촌구석입니다. TV에서 봤다면 흔해빠진 세트라고 생각했을테지만 연극무대로 보니 감탄부터 나오더군요. 진짜 시골동네에 와서 앉아있는듯 리얼한 무대였습니다. 이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많이 다뤄졌던 조금은 진부한 이야기였어요. 돈이 웬수라는 이야기죠. 좀 더 행복해지고 싶은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보니 결국 다들 순수를 잃어버리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맡게되더라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에 건달은 필수재료지요.) 모든 비극의 시작은 돈이고, 그놈의 돈 때문에 아직 순수가 남아있는 시골촌구석까지 더러워지고마는 이야기는 참으로 씁쓸하고 가슴을 때리지만 이제 이런식의 스토리텔링은 진부해서 큰 감흥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진부함 속에서도 제 눈과 귀를 사로잡은 이는 바로 눈이 보이지 않는 '지순'이었습니다. 세상 더러움을 보지 않아서 일까요? 아니면 보이지 않으니 욕심이 없어서 일까요? 아니면 진정한 가치가 무언지 알아서 일까요? 그저 새하얗게 맑습니다. 일반적 기준으로 볼때 지순이는 가진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몸의 9할이라고까지 표현되는 눈이 안보이죠. 돈도 없죠. 부모님도 없죠. 촌구석에 살죠. 하지만 지순이는 그 누구보다 즐겁고 행복해보입니다. 극을 보는내내 지순의 그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에 빠져들었습니다.(이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상당히 뛰어났어요! 그 특유의 코를 찡긋하는 표정을 잊을수없네요.) 지순의 모습을 보니, 너무 눈 앞에 보이는 가치만을 쫓고있는건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얻고자하는건 행복일텐데 말이죠.

전반적으로 무대도 음향도 조명도 좋고 배우들 캐릭터도 살아있어서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모자간의 사랑, 남매간의 사랑, 남녀간의 사랑. 조금씩 색이 다른 사랑 이야기를 한번에 보여주고 있어, 가슴 이곳저곳을 건드립니다. 이곳저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도 들렸구요.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진부한 감이 있어서 이 공연 앞에 붙은 화려한 수식어구에는 조금 못 미치는 아쉬운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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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6 21:26 2011/03/06 21:26


  1. 별다방미스김
    2011/03/12 09:10
    몸의 9할이라는 눈.. 얼마나 보고싶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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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있고 재밌는 분위기

무대는 마치 분위기 좋은 카페나 바를 연상시켰습니다. 배우들은 종업원 복장을 하고 관객들을 맞아줬습니다. 무대 한켠에 놓인 피아노에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시작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게, 연극인지 카페인지도 모르게, 실제 상황인지 연출된 상황인지도 모르게 극이 스윽~ 시작됩니다. 코믹하게 등장한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부르는 멋진 문리버로 시작해서 입으로 연주하는 드럼, 멋드러진 화음의 자바자이브는 극의 인트로로 손색이 없습니다. 관객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킴과 동시에 공연 에티켓 소개까지 한방에 끝내버립니다. 인생과 문화예술을 즐길 줄 아는 (것 같은) 죠바니 아저씨가 그윽한 커피향이 가득찬 카페에서 들려주는 카르멘이야기! 굉장히 맘에 들고 기대가 마구마구 됐습니다.

그런 "느낌있는" 분위기와 "코믹한" 분위기는 극 내내 좋았습니다. 다양한 악기와 도구들이 대부분의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담당합니다. 간간히 나오는 노래도 너무 잘 부릅니다. 1인 다역에 악기 연주까지 해내는 배우들의 연기과 연주도 좋습니다. 특히 코믹한 연기들이요. 또, 만화같은 설정이라고 해야할까요. 설명은 잘 못하겠지만 상황설정이나 무대장치 활용도 좋았습니다. 배꼽 잡고 웃었고, 즐거웠습니다.

잔가지가 주는 지루함

그런데 좀.. 지루했습니다. 솔직히 런닝타임이 2시간을 넘어선 줄 알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저도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아무래도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야할 카르멘의 이야기나, 돈호세-카르멘의 사랑 이야기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양이 부족했다는게 아니라 비중이나 표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작할 때 죠바니 아저씨는 분명 카르멘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는데 별로 그런것 같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 카르멘이 한 남자에 정착을 못하는건지, 돈호세에 대한 마음이 뭔지, 정말로 남자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남자를 단지 이용하기 위해  유혹하는건지에 대한 얘기가 없어요. 그래놓고 돈호세가 죽기전에 알고보면 불쌍한 여자라고, 카르멘이 나쁜게 아니라 집시들이 나쁜거라고 툭 던져놓으니까 전혀 공감도 안가고 돈호세만 더 불쌍해보이더군요.

반면 카르멘 때문에 인생 파멸에 이른 돈호세의 심리는 비교적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돈호세의 카르멘에 대한 집착과 사랑이 별로 잘 느껴지지 않더군요. 제 생각에는 중간중간 코믹한 부분이 그러한 진지한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습니다.

잔가지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정작 중요한걸 놓쳤거나 기둥이 부실해서 부랴부랴 잔가지로 가린 느낌입니다. 그러다보니 양도 많아져서 지나치게 꾹꾹 눌러담은 느낌도 났습니다. 시작할 때 책의 화자인 고고학자(?)가 하는 말은 너무 후루루룩 얘기해버려서 뭔소린지 하나도 못알아들었습니다. 그저 빨리빨리 치워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고 있다는건 알겠더군요. 저까지 숨넘어가는줄 알았어요. 또 몇몇 장면은 저 얘긴 뭐하러 하는거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원작을 다 보여줄 순 없었을 것이고, 분명 생략이 있었을텐데 생략을 더 과감히 하는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게 후루룩 말아먹는거나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것보다 훨씬 나으니까요. 그렇게 하면 중심스토리라인에 더 집중할 수도 있을 거구요.

여운 사라짐의 아쉬움

개인적으론 공연 전과 공연 뒤에 주저리주저리 말 많은 걸 싫어합니다. 특히 공연 뒤에 말 많은게 참 싫습니다. 공연은 기본적으로 환상이라고 생각하구요. 그 환상이 주는 여운을 느끼는 것이 즐거움인데 공연 뒤에 관객 잡아놓고 주절주절 이야기하면 여운 다 깨져서 화가 납니다. 특히 배우가 얘기하는건 최악입니다. 이 공연 마무리가 참 맘에 안들었던 것이 커튼콜하는데 한명씩 나오는데다 주절주절 소개까지 하지 뭡니까?! 커튼콜이 지루할줄이야.. 그 지루했던 커튼콜이 끝나니까 또 잡습니다. 또 주절주절 얘기합니다. 아 정말 싫습니다. 제발 깔끔하게 끝내주세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종이에 써서 나눠주던가 극장 문앞에 서서 얘기하면 되잖아요.

p.s: 뮤지컬로 홍보가 되고 있긴한데, 사실 뮤지컬보단 음악극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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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1 02:15 2010/10/31 02:15


  1. 탐진강
    2010/10/31 21:02
    연극이 끝난 후 깔끔하게 끝내야 하는데 커튼콜이 지루하게 끌었나 보군요.
    짧고 굵게 가면 좋겠지요
    • basecom
      2010/10/31 21:37
      네,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그냥 모든 출연진이 우루루 몰려나와서 인사하는 스타일입니다. 만약 관객들이 공연에 감동받았다면 박수가 멈추지 않을 것이고 무대에서 배우들의 인사는 계속 되겠죠. 아기자기하거나 재치있게 꾸미는 것도 짧고 굵게하는게 충분히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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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어클락을 통해 늘 보고 싶었던 연극 "블랙코메디"를 단돈 9900원에 봤습니다. 공연은 기대했던 대로 였습니다. 배꼽빠지게 웃겼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 뭔가를 고민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전 이런 류의 연극이 좋습니다. 인간을 너무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의미 없는 웃음보다야 의미 있는 웃음이 좋습니다. 또, 웃음이 없는 극은 공연을 많이 보지 않았거나 생각을 깊게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고역이죠. 웃음이 있는 극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해줍니다.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훤히 바라보다

블랙코메디는 정전이 된 집안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이야기합니다. 근데 리얼하게 진짜 불꺼놓고 하면 하나도 안보이겠죠? 그래서 반대로 설정을 하더군요. 정전된 상황에서 무대는 실제로 매우 밝습니다. 촛불이라도 켜면 무대는 조금 어두워집니다. 전등을 켜면 무대는 암전됩니다. 설정 자체부터 역설이고 코미딥니다. 대비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정전 상황에서 무대는 진짜 매우 밝았습니다. 이런 설정 덕에 관객들은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매우 소상히 볼 수 있었지요.

이쯤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을 훤히 밝혀놓고 정전 상황의 연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죠. 게다가 몸으로 웃기는 장면들이 있어서 움직임도 잘 맞춰야하구요. 대본 상의 설정이 워낙 웃기긴 하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죽도 밥도 안되는 작품이라고 봤는데 멋지게 살렸더군요. 각자의 캐릭터 설정도 워낙에 좋았습니다. 다들 개성이 강해서 주인공인 브린즈리의 캐릭터가 좀 약하게 느껴졌던게 좀 아쉽긴 합니다.

떳떳하지 못한 사람은 어둠을 좋아한다.

주인공 브린즈리는 처음엔 어둠이 불편하여 전기수리공도 부르고 양초와 성냥을 찾으려 많은 노력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빛을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숨길 것이 많았거든요. 이웃집에서 가구들도 훔쳐왔고, 양다리도 걸쳤거든요. 이리저리 핑계를 대면서 어둠을 유지하려 애씁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그런 모습이 참 우습더군요. 물론 그덕에 많이 웃었지만요.

인간은 선입견, 편견, 겉모습에 사로잡혀있다.

브린즈리와 약혼녀 캐롤, 예비 장인인 대령님, 이웃집 사람들 모두는 백만장자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전기수리공이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그 전기수리공을 백만장자로 오해합니다. 어두웠기 때문이겠죠, 외국인 노동자인 수리공은 말이 서툴더군요. 막 혀 딻은 소리를 내구요. 예술작품을 잘 모르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람이 백만장자이기 때문에 모든 말에 동의를 하고 아부를 떱니다. 심지가 강해보이고 브린즈리를 맘에 안들어하는 대령님도 백만장자(라고 생각하는 이) 앞에서는 작아지더군요. 게이 이웃은 안전모를 보고 탐난다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전기수리공임이 밝혀지자 사람들의 태도는 순식간에 변합니다. 마치 사기를 당한 듯이 전기수리공에게 마구 따져댑니다.

도대체 사람은 다른 사람의 내면을 볼 수는 있는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아무리 강한 사람도 결국 사람의 겉모습과 자신의 선입견,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뒷통수 - 너도 똑같은 사람이야!

전기수리공 등장 해프닝은 정말 웃겼습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혀딻은 소리를 내는 띨띨하게 생긴 사람을 백만장자로 오해할 수 있지? 하는 생각에 엄청 웃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겁니다.

마지막에 진짜 백만장자가 등장합니다. 그 사람의 말투는 전기수리공과 판박이였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전기수리공이라고 또 다시 오해했고, 전기수리공은 자신을 놀린 다고 생각했습니다. 객석은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구요.

저도 막 웃다가 "어?" 했습니다. 혀딻은 소리 낸다고 해서 백만장자이지 말란 법 없잖아요. 혀딻다고 해서 예술 작품 모르라는 법 없잖아요. 띨띨하게 생겼다고 해서 무식하란 법 없잖아요. 근데 이미 전 그 선입견에 빠져있더라구요. 그래서 더 웃겼을테구요. "봐봐 너도 똑같지?" 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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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2 01:06 2010/10/0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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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죽여라?!

일제강점기 때 몇몇 친일파의 자식들이 서로의 아버지를 죽이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의식이 있고 시대가 그러하더라도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는 일, 혹은 아버지가 죽는 것을 방조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모임은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고 하는데요. 이 이야기가 혜화동 1번지 극장에 올려졌습니다. 자리는 불편하고 비좁지만 생각해볼만한 극이 많이 올려지는 정겨운 극장이지요.

극의 시작은 "오이디푸스"를 연습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음을 알게되는 장면을 연습하더군요. 앞으로 극이 어찌 흘러갈지 암시를 해주는 듯 했습니다.

시대의 가혹함

주인공의 아버지는 자작 칭호를 갖고 있는 친일파 중의 거물입니다. 주인공은 마르크스 사상에 영향을 받은 독립운동조직에 속해있구요. 조직의 상부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를 사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그 조직의 사상이 사회의 대의가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상이고, 어떤 일도 감수하겠다는 결심을 한 이들이 속해있지만 아무래도 가족, 아버지는 상당히 특별한 관계니까요.

주인공은 대의를 위해 직접 사살은 하지 않지만 준비를 돕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고 힘들었을까요? 아버지를 죽이는데 협조해야하는 마음, 피하라고 말하지 못하는 마음... 참 가슴 아픈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명은 더욱 가혹해져왔습니다. 동료들이 전부 계획에 실패하면서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돼버리고 만 것이죠. 너무나 가혹합니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 인 줄 모르는채 죽였다지만, 이 극의 주인공은 아버지 인 줄 알면서 죽이려합니다.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변화시키자

마지막에 결국 주인공은 아버지를 죽이기로 결심을 하고 아버지를 향해 칼을 휘두르기 직전의 장면에서 사진처럼 극이 끝납니다. 뭐랄까... 좀 극단적인 방법이고, 표현방식이긴 거칠긴 하지만 이런 말이 하고 싶은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제 시대에서 빨리 광복이 되려면 요인암살을 해야했고, 그것이 설사 아버지 일지라도 우리민족을 위해서라면 해야만 하는것이다. 라는 그런 말이요.

지금 현실로 끌고 오자면 그런것들은 악습이나 인습이 아닐까요?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지 않으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지 않을까요? 아직도 친일파의 자손들이 떵떵거리며 살고 있음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386세대 정치인들의 변질됨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패륜은 저랑 코드가 맞지 않아 조금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심장을 도려내는 열정은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대체적으로 배우들은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소위 '쩌는 연기'를 하셨다고 느낀 분은 자작역할을 하신 분뿐이었지만, 전반적으로 극의 흐름을 잘 유지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잘 구축했더군요.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쩌는 연기'나 화려한 무대장치, 안락한 극장도 좋지만 이런 생각해볼만한 내용을 던지고, 내용을 던지는데 부족함이 없는 배우들로 구성된 연극을 보는 것도 참 뿌듯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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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8 02:19 2010/09/08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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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에 올라 세상을 봐라.

하루에 공연 두 편을 연달아 볼 기회가 생긴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두 번째 공연인 "윤이상, 나비이마주"를 보는 중간에 갑자기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이 했던 멋진 말이 떠오르더군요. "전 그저 거인의 어깨에 올라 세상을 봤을 뿐입니다." 라는 말인데요. 누군가가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었나요?" 라고 물었을 때 했던 답변이랍니다. 이렇게 공연 두 편을 관통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다니, 재밌더군요. '슈퍼 병렬 독서법'인가요. 그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세상 돌아가는 것에 둔감했던 고집쟁이 김밥 장인 이만근의 성장 드라마.

"내 맛이 어때서"의 '이만근 김밥집' 사장 이만근은 '김밥 장인'이라 불릴 만한 사람입니다. 10년간 김밥을 말면서 항상 좋은 국산 재료만 써왔으며, 성실하고 순수한 사람입니다. '진짜 부산 어묵'을 김밥에 넣는다는 맛의 비결도 가지고 있습니다. 진짜 부산 어묵이 들어가지 않은 김밥은 절대 팔지 않는 장인 다운 똥고집도 갖고 있습니다. 그덕에 '이만근 김밥'은 동네에서 인정 받는 명물이 되었지요.

문제는 어느날 '임실 할머니 김밥집'이 요란하게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임실의 '삭힌 단무지'를 앞세워 일단 맛에서 '이만근 김밥'을 앞서버립니다. 설상가상으로 '임실 할머니 김밥집'의 오사장은 사업수완도 좋아서 '이만근 깁밥집'은 순식간에 짜부라들고 맙니다. 이만근은 자존심 내지는 자만심 때문에 상대방의 장점 혹은 나의 단점을 분석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밑바닥까지 떨어진 후에야 상대의 김밥을 맛보고는 패배를 인정하고 체인점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다시 행복해지나 했더니, 오사장이 '삭힌 단무지'를 너무 비싼 가격에 공급하자 원상태. 이만근은 직접 임실로 내려가서 '진짜 원조 삭힌 단무지'를 공급받아옵니다. 대박이 납니다. 행복해집니다. 얄미운 오사장은 쫄딱 망합니다. 이 과정에서 오사장의 더러운 비밀들이 드러났기 때문에 더 고소합니다. 하지만, 이만근은 '이만근 다움' 을 잃어버립니다. 사치가 시작되고, 오사장 버금갈만큼 얄미워지기도 합니다. 결국 똑같은 인간인거죠. 이렇게 시니컬한 블랙코미디로 끝나기엔 좀 섭섭하죠. 기세등등하던 '진짜 원조 임실 할머니 김밥'의 이만근은 '삭힌 단무지' 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다시 쫄딱 망해버립니다. 좌절하던 이만근은 김밥 재료가 나오는 꿈 속에서 뭔가 깨닫고 자신만의 메뉴를 개발하기로 하고 해피엔딩으로 극이 끝납니다.

사실 '임실 할머니 김밥' 사장이 굉장히 얄밉고, 인간미가 부족하며, 심지어 패륜까지 저지른 나쁜 캐릭터이긴 합니다. 그러나 김밥에 나쁜 짓을 한건 아니고 '삭힌 단무지'를 넣은 김밥은 분명 맛있으니까 장사가 잘 된거죠. 뒷돈을 이용한 홍보마케팅을 하는 모습은 이 인물에 '악'의 이미지를 더 강하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긴합니다만, '임실 할머니 김밥'은 결국 맛 때문에 성공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단무지를 비싸게 공급하는 것도 결국 수요가 있으니까 가능한거죠. 꼭 나쁜 짓이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그게 싫으면 자신의 아이템을 개발해야죠. 남의 아이템을 가져오려면 그사람이 원하는 만큼의 대가를 줘야하는게 당연한거니까요.

당연히 선한 캐릭터도 충분히 이만근을 위협할 김밥을 들고 나올 수 있죠.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자기도 변할 줄 알아야지, 지 잘났답시고 우직하게 버티고만 있어선 아무리 장인이라도 아무 것도 안될 겁니다. 이만근은 변화하는 세상에 의해 위기가 찾아오자 처음엔 버텼습니다. 그다음엔 세상을 따라 했습니다. 따라만 해선 뒤쳐지진 않을지 몰라도 앞설 순 없었죠. '진짜 임실 할머니 단무지'를 공급받을 수 있었던건 우연이자 행운입니다. 결국 남을 따라한 아이템이고 오사장에게 종속된 아이템이기 때문에 남에 의해 무너지기 쉬운 화려한 모래성일 뿐이었습니다.

그 뒤에 드디어 이만근은 자신만의 장점에 자신만의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기로 결심을 하게 된겁니다. 남들과 변화하는 세상에서 배워야 하지만, 배우는 것에서 끝나면 결코 앞서갈 수 없는 거죠. 자신의 색을 넣어야 앞설 수 있는 겁니다. 이만근은 그걸 깨달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었죠.

대가는 '다름'을 인정한다.

두 번째 공연인 "윤이상, 나비 이마주"는 벌써 3번째 보는 공연입니다. 볼 때마다 배우들도 바뀌고 표현 방법도 조금씩 달라지는걸 보는게 재미가 있지요. 달라진 것 위주로 보고 있는데 윤이상 선생님의 독일 유학 장면을 보니 문득 뉴턴의 말이 생각나더군요.

독일로 유학가기 전에 이미 윤이상 선생님은 한국에서 인정 받은 작곡가 였던 것 같습니다. 나이 40이면 이제 슬슬 기성세대로 진입하는 시점이구요. 하지만 남의 것을 배우고자 유학을 갑니다. 유학 가서 서양의 음악을 배우고, 존 케이지나 백남준으로부터 파격적인 예술을 접합니다. 생각이 굳어져 갈 법도 한테 윤이상 선생님은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쭉쭉 흡수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한국의 색, 자신의 색을 넣어 세계적으로 인정 받기에 이릅니다. 아무나 대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릎이 탁 쳐졌습니다. 저도 대학원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 뭔가 하나의 방법을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세상을 거부하지도, 세상에만 휩쓸리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색을 집어넣어야겠구나. 요게 이날 제가 공연 두 편을 보면서 최종적으로 든 생각입니다.

추가로 "내맛이 어때서" 공연 얘기

메시지 전달로 향하는 과정에서 다소 억지스런 전개나 억지스런 설정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대체적으로 흐름이 무난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하면서도 제 입맛에 맞았지요. 주요 인물들의 연기력도 맛깔났습니다.

또 하나 제 눈에 좋아보였던건 바퀴달린 김밥집 틀을 움직이면서 무대에 대한 시점을 변화시켰던 점입니다. 공간이 아예 바뀌는 경우는 많이 있어도 같은 공간에서 시점만 바꿔주는 건 처음봤는데 굉장히 좋더군요.

추가로 "윤이상, 나비 이마주" 공연 얘기

윤이상 같은 경우에 주요 인물들의 연기력은 괜찮은데 멀티맨들의 연기력이 좀 아쉽더군요. 전 어떻게 보면 멀티맨의 연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아무리 다른 사람인척 하면서 나와도 같은 사람인걸 관객들은 다 알거든요. 같은 사람이니까 아까 그 사람이 했던 역할, 이미지와 순간적으로 혼동이 옵니다. 이때 그 사람이 새로운 역할을 인상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극에 몰입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이 공연은 멀티맨들이 의상도 갈아입지 않고 같은 모습으로 여러 역할을 연기하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더 중요했는데.. 그부분이 참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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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7 23:28 2010/06/2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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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1번지 동인페스티벌에서 "크리스마스캐럴"을 올린다고 했을 때 스크루지 이야기는 아닐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무거운 내용일 줄은 몰랐습니다. 아마도 낚인 관객이 꽤 있을 것 같네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하는 크리스마스캐럴에 살인얘기가 나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무튼 전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연극이 좋은 것 같습니다. 런닝타임이 짧고 결말이 너무 갑작스럽긴하지만 왠지 실험적인 느낌을 주는 게 혜화동1번지란 극장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구요.



일상적인 연말, 대학동창이 무참하게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져옵니다. 근데 좀 이상합니다.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습니다. 고민하고 걱정하고 숨깁니다. 장례식장에 가지 않습니다. 대책회의를 합니다. 잘 아는 사이는 맞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사이일까요?

알고보니 살해당한 여자는 대학동창인 세 남자의 공동 잠자리 파트너였습니다. 또 그런 목적으로 살해당하던 날에 모두가 함께 만났었구요. 그럼 어느정도 이해는 갑니다. 살인용의자로 지목받기에 딱 좋은 상황인데다 이런 사실이 집에 알려지면 곤욕스러운 일이니까요. 그래도 수많은 잠자리를 같이 했던 여자가 죽었는데 슬픔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살인자에게 분노하는게 아니라 그x는 왜 그날 죽어서 곤란하게 만드냐며 이미 죽은 사람에게 분노하기까지 합니다. 현대의 인간관계라는 게 고작 이런걸까요? 자기욕심만 채우는?



현대의 인간관계가 삭막해진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마음으로한 살인'이 아니었을까요? 단지 성적인 욕구로 사랑도 없이 한 여자를 탐닉했던 세 남자. 서로가 한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후에도 서로 묵인하며 계속 탐닉했던 세 남자.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목적으로 그 여자를 만나러온 세 남자. 여자는 대학때보다 좀 똑똑해진 듯 했습니다. 마치 대학 때 당한 것을 복수라도 하듯 잘근잘근 남자들을 압박했죠. 그때 모두가 이미 살의를 강하게 느끼고 마음으로 살인했던 것입니다. 이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랐던 것이죠.

막상 실제로 죽고 나니까 남자들은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 같습니다. 혹시 내가 죽인건 아닐까? 하며 자신을 의심해보기도 하구요. 경찰조사에서도 왠지 쫄리구요. 성경에 "마음으로도 살인하지 말라" 는 말이 있죠. 그게 떠오르더군요.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아쉬웠던 점을 그냥 몇가지 얘기해보고 싶은데요. 전반적으로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얼굴에 자꾸 그림자가 생기더군요.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그리고 혜화동1번지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의자가 너무 불편해요. 공연시간이 짧은데도 힘들더군요. 결말이 너무 확 끝나버린것도 아쉬웠습니다. 원작 소설(이 연극은 김영하의 동명소설이 원작입니다.)에서도 그랬을 것 같지만, 좀 어안이 벙벙하달까요. 음악과 조명이 끝나는 분위기를 내서 그렇지 내용으로만 봐선 전혀 끝난걸 눈치채기 힘들었습니다. 또 형사들의 연기는 맥을 탁 끊어놓더군요.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냥 무리 없이 흘러가고 있는데 좀 과하게 끊어져서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매너에 대해서 얘길 하고 싶습니다. 지난번에 본 "사랑을 주세요" 때도 느꼈던 건데요. 무대에 아는 사람이 나왔다고 객석에서 심하게 반응 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번 공연 때는 진지한 장면에서 계속 소리내서 웃어서 얼마나 신경쓰였는지 모릅니다. "사랑을 주세요" 때는 계속 지들끼리 떠들고요. 도대체 다른 관객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역지사지로 생각 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는 배우가 몇명있어서 그 심정을 이해는 합니다. 아는 사람 나오면 그냥 막 웃길때가 있죠. 그 웃긴걸 옆사람이랑 공유도 하고 싶죠. 전 그럴때 참다참다 안되면 입막고 몸 수그리고 웃습니다. 제발 매너 좀 지켰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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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2 13:27 2010/01/02 13:27


  1. dentalife
    2010/01/05 09:30
    좋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연극 본지 참 오래되었네요
  2. 평범
    2010/01/06 16:38
    인간에 대한 추악한 묘사로 냉소를 팍팍 날리는 김영하 작가 답네요.

    봄에 오빠가 돌아왔다가 무대에 오른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basecom
      2010/01/06 22:17
      아, 김영하 작가의 스타일이 그런건가요?
      그러고보니 요샌 실용서적 외에 책을 잘 보지 않네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모과
    2010/02/28 22:47
    대전에도 연극이 자주 공연하고 있는데 제가 아직 도시가 맟설어서 못다니고 있습니다.^^
    • basecom@basecom.kr
      2010/03/08 04:13
      블로그를 방치해뒀더니 댓글이 좀 늦었네요ㅠ
      대전에도 연극 공연 자주 하는군요.
      연극 대중화의 문제점 중 하나가 지방에서 공연을 접하기 힘들다는 점인데.. 좀 사정이 나아진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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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 5시처럼 어정쩡한 연극


서울문화재단 예술표현활동지원 선정작. 많은 언론 노출. 오달수 주연.. 꽤나 기대를 하고 봤는데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려는 건지, 웃음을 주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실험적인 작품이냐?? 아뇨. 전 "개그야"(개콘말고)보는 줄 알았습니다. 연극 제목처럼 어정쩡합니다. 강마에 표현을 빌리자면 이건 뭐 참아줄 수가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큰 줄기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합니다. 시공간까지 뒤죽박죽 섞어놨습니다. 등장인물과 장면이라도 좀 적었으면 나았겠지만, 그것마저 너무나 많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흡입력이 정말 부족합니다. 부족한 흡입력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쓸데없는 개그를 너무 많이 넣었습니다. 단지 개그를 위한 장면과 개그를 위한 등장인물들이 생겨버렸습니다. 전 씁쓸한 웃음 뿐이 나오질 않더군요. 연극이 개콘도 아니고...

어정쩡한 포지셔닝때문에 주요 스토리는 설명이 부족해서 당위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연극은 소위 3류인생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권투선수, 라운드걸, 흥신소, 노래방도우미, 탈영병, 정신이상자 등등. 하지만 왜 그들이 3류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꿈은 뭔지, 3류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은 치는지, 그걸 못하게 하는 현실은 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냥 3류인생만 보여줄 뿐이에요. 사실 3류인생 소재도 왠만큼 단물 빠진 소재거든요. 적당히 해선 감동 주기 힘든 소잰데, 적당히도 하지 않네요.

그러다가 봉세는 죽어버립니다. 죽은 시간이 월요일 5시래요. 그래서 제목이 월요일 5신가? 어정쩡한 시간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아니, 봉세의 인생과 월요일 5시와의 관계가 대체 뭘까요? 도저히 알수가 없습니다. 알수있는건 죽기직전에 봉세가 인생최고로 행복했다는 거? 그나마도 죽기전에 갑자기 조명을 밝게한거랑 '행복해보여서 죽였다'는 정신이상자의 고백덕분에 알게된거지 그런 장치 없었으면 전혀 알 수 없었을 겁니다. 너무 어이없게 죽어버렸어요.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수가 없는 결말입니다.

비비지 않고 먹는 비빔밥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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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신기루 만화경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봉세인생, 봉세죽음은 무슨 상관일까요? 특히 마지막에 봉세죽음과 대비되는 변호사부부 이야기는 꽤 비중있어보이지만 도대체 왜 들어와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비지 않고 먹는 비빔밥 같은 느낌이랄까요?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에 섞이지 못해서 붕붕 떠보였습니다. 캐릭터를 재밌게 잘 잡은 배우들도 보였고, 오달수씨도 내공있는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누구에게도 감탄은 할 수 없었습니다.

연출 탓인지, 작품 탓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확실히 실망인 작품입니다. 이 작품으로 공감도, 웃음도, 감동도, 울림도, 고민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이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극단 '신기루 만화경'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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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00:13 2009/11/27 00:13


  1. 평범
    2009/11/27 09:48
    이야기가 산만하다는 점은 저도 느꼈던 것 같아요
    정신이 없죠 ㅎㅎ

    아 그리고..
    연극 트랙백은 첨 받아봤어요 ㅎㅎ
    연극전문블로거 베이스컴님.. 줄여서... 베컴? ㄷㄷㄷ

    앞으로 자주 놀러올게요~!
    • basecom
      2009/11/27 12:04
      아 ㅎㅎ 연극전문블로거는 아닌데;;
      공연보면 다른 사람들이랑 나눠야 제맛이라 찾아다가 트랙백을 걸곤하죠^^

      저도 자주 놀러갈게요~
  2. 싱클레어
    2009/11/27 12:10
    트랩백으로 넘어왔어요ㅎ
    여긴 어떤 블로그??
    개인홈퓌이신거 같아서^^;;

    글 제목처럼 어정쩡한 연극에 공감해요
    초반 대사처리나 내용 등등...짧은 소견에선 왠지 연출의 책임이 크지 않을까요..
    • basecom
      2009/11/27 12:22
      네. 여긴 그냥 개인블로그에요 ㅎㅎ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 하는.. 뭐 그런?ㅎㅎ
      저도 딱보면 그냥 연출탓이 하고 싶어지지만, 원작을 접해보지 않은터라 판단을 잘 못하겠네요. 사실 초연이 아니라는 것에 좀 놀랐습니다;;
  3. 뽀글
    2009/11/27 14:41
    너무 재밋는 표현인데요^^ 월요일 오후 5시같은..^^;; 어쩡쩡함이..
    글이 너무 재밋어 잘보고가요
    • basecom
      2009/11/27 23:26
      연극제목을 활용한 표현이지만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저 시간의 어정쩡함에 대해서 아직 학생인 저는 별 공감을 못하겠지만 직장 다니시는 분들은 아주 공감을 하시더라구요 ㅎㅎ
  4. 아르테미스
    2009/11/29 20:30
    별루였나봐요~^^;;
    문화적 혜택과는 거리가 멀게 사는지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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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햄릿의 정체는 거대한 양파가 아닌가 싶습니다. 400년 동안 깠는데도 아직 새로운 껍질이 남아있으니까요. 햄릿은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서 재창조되어 왔습니다. 이번달에도 서울에서만 3개의 햄릿이 공연됐거나 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중에 이탈리아산 "햄릿-육신의 고요"를 봤습니다. 다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실험극 형태였는데요. 난이도 상입니다. 새롭긴한데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그냥 제맘대로 감상 시작해보겠습니다.

햄릿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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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Compagnia Laboratorio di Pontedera


제가 보기에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6인조 펜싱검투사들의 존재입니다. 펜싱풀세트(펜싱가면, 펜싱복, 펜싱칼)를 갖춘 이들은 햄릿을 둘러싼 모든 것을 표현합니다. 가면을 벗으면 극중인물이 됩니다. 햄릿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6인조 검투사들이 돌아가며 연기합니다. 가면을 쓴 상태에서는 보통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햄릿 내면의 갈등이라던지, 심리적 압박감, 햄릿을 둘러싼 환경 같은 것들 말이죠. 검투사들이 햄릿을 향해 칼을 겨누며 몰아붙인다던지, 서로 대결을 하며 펜싱검의 부딫히는 소리를 낸다던지 하는 식으로 표현이 됐습니다. 또, 무대를 전환하고 소품을 가져오기도 했는데요. 무대크루적인 역할같지만 햄릿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아보이더군요.

6인조 검투사들 덕에 햄릿이 더욱 강조됩니다. 물론 햄릿이 주인공인 작품이긴하지만 더더욱 햄릿 중심으로 풀어나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건은 굉장히 스피디하게 전개되는데요. 중간에 암전 없이 막바로 다른 장면이 계속 이어집니다.(햄릿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야기 따라가기도 벅찰 것 같은 스피드였는데 왜 지루한 감이 있었는지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마치 햄릿 기억 속의 사건을 되짚는 느낌입니다. 어떤 장면에선 한 인물을 2명의 검투사들이 동시에 연기하기도 했는데요. 그 인물의 내면적 갈등을 드러낸다기보단 그 인물의 이런 면과 저런 면이 햄릿에게 각각 영향을 준 걸 표현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들 못지 않게 스피디한 전개와 독특한 스타일에 큰 공을 세운 것은 바로 무대구조물입니다. 무대 위엔 달랑 이 구조물만 있는데요.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게 생겼습니다. 바퀴가 달려서 무대 곳곳으로 이동할 수 있고, 회전도 가능합니다.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할 수도 있구요. 이 구조물의 위치와 각도, 날개상태에 따라서 장면의 느낌이 달라집니다. 매우 독특하면서 경제적인(?) 무대라고 해야할까요.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얘기해주길, 성 모양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 무대가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어서 안타깝네요.

운명 결정론에 대한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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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Compagnia Laboratorio di Pontedera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책의 존재입니다. 종종 햄릿이 책을 들고 등장하거나 검투사들로부터 책을 건네받는다던지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뭔가 중요한 역할 같긴한데 아리송하더라구요. 대체 뭐지? 이야기책? 운명책? 뭘까 뭘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공연 후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듣고 알 수 있었습니다. 햄릿을 연기했던 배우가 말해주길, 햄릿의 이야기는 결국 햄릿이 풀어나가기 때문에 책을 들고나오는거라고. 마지막에 책을 덮은건 햄릿이 인생이 끝났다는 의미라고 하더군요. 아마 이야기책+운명책 아닐까요. 과거는 쓰여져 있겠고, 현재와 미래는 지금 햄릿이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인 책. 결국 자기 인생은 자기손에 달렸다 뭐 그런얘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다보니 6인조 검투사들이 운명을 나타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검투사들은 햄릿의 주변인물, 주변상황, 내적자아와 같은 것을 표현하는데요. 결국 햄릿의 성격을 형성하고, 햄릿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것들이죠. 이런 것들이 바로 운명이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검투사들은 영향을 미칠 뿐 직접 결정하는 건 책을 들고 있는 햄릿 자신이었습니다. 저는 운명=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운명은 없죠. 다만 변화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뻔한 운명은 있을겁니다. 변하는 게 어렵고, 환경에도 종속돼있지만 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희망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예술가와의 대화에 뿔나다


공연을 다소 아리송하게 봤기때문에 예술가와의 대화가 굉장히 기다려졌습니다.(예술가와의 대화는 공연 후 30분 가량 공연의 연출자, 주요스텝, 배우들에게 관객들이 궁금한 점을 묻는 시간입니다.) 실제로 책의 의미에 대한 얘기와 무대디자인의 모티브 얘기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근데 어설픈 진행과 이기적인 질문들로 점점 심장박동이 빨라지더군요. 금요일에 본 "세르쥬의 효과" 보다 먼저 포스팅을 하는건 그런 이유가 큽니다.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쓴소리를 좀 날리고 싶어서요.

우선은 사회와 통역에 대한 유감입니다. 이분들은 관객과 예술가 간의 대화를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근데 솔직히 좀 방해물 같았습니다. 관객의 질문을 듣고는 사회자가 왜 답변할 예술가를 지정하는걸까요? 모든 예술가들이 듣도록 통역을 한 후에 가장 좋은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답변을 하면 될겁니다. 지정해버리니까 통역은 또 지정된 사람한테만 속닥거리면서 통역을 하더군요. 오죽했으면 예술가 한분이 "모든 사람이 다 듣도록 통역 좀 해주시겠어요?" 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되니까 지정된 예술가가 다른사람에게 답변을 넘기려할땐 질문의 전달이 따로 필요했기때문에 시간낭비가 심했습니다. 답변하지 않는 예술가도 관객이 무슨 생각을 하나, 뭘 궁금해하나 알 권리가 있기도 하구요. 자체 검열도 하더군요. 어떤 관객이 질문 두가지를 했는데 한가지만 통역해놓고 왜 나머지 한가지를 전달하지 않냐고 하니깐 시간없어서 그랬다고 면피합니다. 그럴거면 미리 얘기하고 한가지만 고르라고 하던가 해야지, 자기맘대로 질문 골라내는 행태가 괘씸하더군요.

그다음으론 질문하는 관객들이 상황판단을 못하거나 너무 이기적이었습니다. 이 자리는 방금 공연을 본 일반관객과 예술가 간의 대화를 위한 자립니다. 물론 그 자리에 남아있는 사람 중 많은 수가 관련업계 종사자들이나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는건 알지만, 일반관객을 생각했어야합니다. 시간도 제한돼있으니까요.

아니 무슨 예술가한테 대고 "이런 실험극 위주로 극단을 운영하시면 스폰서는 어떻게 받나요?" 같은 질문을 합니까? 그분이 질문을 한참 이해못하다가 "하!" 이러더군요. 그리고 꼭 하나씩 나오는 질문인데 "어떤 연기메소드를 쓰나요?" "연기훈련에는 어떤걸 중점둬서 하나요?" 같은 질문 좀 안했으면 좋겠네요. 도대체 이게 일반관객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인가? 라는 의문을 제처두고라도 몇분만에 설명해낼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저도 전공자는 아니지만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기때문에 좋은 공연을 보고나면 저런게 궁금하긴합니다. 하지만 보통 저런질문엔 뻔한답변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에 설명하기엔 너무 어렵네요." "모든 것에 중점을 두고 열심히 훈련합니다."

자기과시형 질문도 난감하더군요. "저는 연기교사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공연은 진화된 코러스를 사용하던데요. 이게 이극단의 스타일인지 이공연만의 스타일인지?" 아놔 연기교사인건 왜 얘기하나요. 난 좀 아는 사람이니까 감안해서 답변해달라? 다른 일반관객들은 개무시하는건가요? 질문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예/아니오로 끝날 질문이고, 단지 자기가 이 공연의 검투사들은 진화된 코러스로 규정했다라고 알리고 싶어보이던데요. 예술가의 답변은 이랬어요. "사전지식이 많으신 것 같은데 사실 중요한건 이 공연 자체가 어떻게 표현됐느냐하는겁니다. 공연자체에 집중해서 질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교사분께선 나중엔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한 조언까지 요구하셨습니다. 진짜 욕나오더군요. 이게 예술가들을 예고에 초빙해서 강연하는게 아니거든요. 공연보고 공연에 대해 궁금한점을 일반관객들이 물어보는 자린데, 거기다대고 그딴걸 요구하면 어쩌자는건지. 더 가관은 그렇게 한번 거절된 뒤에 제자라는 고딩이 다시 그 질문을 하더군요. 전부 어이없어서 웃습니다. 더구나 그 고딩은 사회자가 시간없다고 이제 마지막 한사람의 질문만 받겠다고 했을 때 손들었던 많은 사람들 중 선택됐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예술가들이 굉장히 지루하거나 짜증난듯한 표정도 보였습니다. 물론 저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요. 제 얼굴이 다 화끈거리더라구요. 이분들이 한국 관객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돌아가겠습니까?

그럼 관련업계 종사자들이나 학생들은 질문하지 말라는 얘길까요? 아뇨. 맨처음에 무대디자인 질문한 분은 무대디자인 공부하는 학생처럼 보였습니다. 답변 내용을 노트에 받아적던데요. 그 분처럼 공연자체에 관한 것을 물어보면 일반관객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사회자는 통제하지 말아야할 부분은 통제하고 저런 허접하고 이기적인 질문들은 통제를 안하더군요. 제발, 상황을 제대로 판단했으면 좋겠네요. 메소드질문이나 연기자지망생을 위한 질문이 질문 자체로는 틀린게 아니겠죠. 근데 그런건 연기워크샵이라던가 예고특강이라던가 하는 상황에나 어울리는 질문이라는거죠.


이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쓰였습니다.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Compagnia Laboratorio di Pontedera, Alain Volut에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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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6 20:00 2009/11/16 20:00


  1. Phoebe
    2009/11/17 09:22
    반갑습니다.
    연극 본게 십년도 넘었는데 이글을 읽으니 보고싶네요.
    햄릿 말고...
    기쁜 하루되세요.^^
    • basecom
      2009/11/17 13:20
      저도 반갑습니다^^;
      홍콩 연극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기회되면 보시고 블로그에 글 남겨주세요^^;
  2. 처음처럼a
    2009/11/17 12:37
    연극잘보시나봐여ㅎㅎ
    추운데 감기조심하셔요
  3. 모모군
    2009/11/17 16:06
    공연하시는 분들을 보고 올때마다 느끼는 건데..

    저렇게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또 있을까..

    "정말 열심히 살아야지~ " 하고 생각하면서 돌아 오곤 합니다. ㅎㅎ

    여유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
    • basecom
      2009/11/17 17:54
      여유있게 쭉~ 살고싶은데, 이제 곧 바빠지겠죠 ㅠ 그중에서 여유를 찾는 법을 빨리 터득해야할텐데요 ㅎㅎ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4. gemlove
    2009/11/17 17:03
    와 진짜 자세하게 써주셨네요.. 연극이라곤 몇편 보지 못했는데,,ㅎㅎ 그래도 특이한 스타일의 공연인건 알겠어요
    • basecom
      2009/11/17 17:55
      ㅎㅎ 사실 연극내용보단 불만얘기한 부분이 더 긴 것 같아요-_-;;;;;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은 많이 하는데 쉽지가 않아서 ㅎㅎ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5. 감성PD
    2009/11/17 18:13
    예술가와의 대화시간이 좀 안타깝네요. 햄릿이라는 멋진 작품에 젖어 있던 감동이 너무 무례한 시간으로 인해 아쉬울뿐입니다..
  6. seemefly
    2009/11/17 23:30
    아 정말 예전에 영문과 수업할 때, 다른 모든 텍스트들도 그렇지만, 특히 햄릿을 비롯한 셱스피어는 물같아서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앵글이 완전 달라 진다는 교수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정말 가끔씩은 미스테리 그 자체라는 생각도 들어요. 몇 백년전의 텍스트가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해석된다니!!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그리고 저도 가끔씩 관객과의 대화 등을 '겪곤'하는데...뭐랄까...좀 가슴이 두근두근해요ㅠㅠ 라디오 프로에서 시청자 연결할때 채널을 돌리고 싶은 느낌이랄까 ㅋㅋ
    • basecom
      2009/11/18 00:01
      그 비유가 적절하네요. 물같다.. 진짜 셰익스피어 정말 존경스러워요. 영문판을 읽어보고 싶은데 굉장히 어렵겠죠?ㅠ 고전문학이라..
  7. casblanca
    2009/11/18 07:09
    연극 본지도 꽤 오래 되었네요.
    관람평을 잘 써주셨네요. 연극에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으신 것 같네요.
    • basecom
      2009/11/18 07:31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회되면 간만에 연극한편 보세요^^;
  8. 뽀글
    2009/11/19 13:50
    와..정말 평을 대단하게 쓰신듯..
    이것도 관심에 일종이셨겠죠^^ 정말 대단하세요.
    • basecom
      2009/11/19 13:53
      아..별로 대단하지 않은데 ㅎㅎ 너무 장황하게 써서 그래보이나봐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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