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워크샵과 동문합동공연이라.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조합이다. 하지만 역으로 굉장히 신선할 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공연장을 찾았다.
체홉의 단막극들이 옴니버스 형태로 무대에 올려졌다. 사실 체홉하면 "세 자매" "갈매기" 같은 대작으로 유명한데, 단만극들도 참 괜찮을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짧고 쉽고 재밌어서 새내기 워크샵 하기에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 작품이 올려졌는데, 새내기 위주의 재학생이 두 작품, 동문이 두 작품을 올렸다. 이런말하면 약간 오지랍이지만 내 블로그니까 내 생각을 써본다. 이런 식이면 동문합동공연의 의미가 거의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재학생과 동문이 같은 날짜 같은 극장에서 공연을 동시에 했다는 것 외에 뭐가 더 있을까? 기대했던 신선함은 없었다. 마땅히 있어야할 진부함도 없었다.
재학생 공연은 배우들이 주로 새내기들이라 그런지, 기본적으로 대사 전달력이 부족했다. 전달 가능한 크기로 소리를 내는데는 전부 성공했지만, 그 일정 크기에서 더 줄이지도 더 키우지도 못해 소리가 평이했기에 의미와 감정 전달이 제대로 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발음을 뭉개는 배우들이 대다수 였다는 점이다. 중간중간 몇마디 대사를 씹는건 괜찮지만 대부분의 대사의 발음이 뭉개지는건 국어책 읽는 연기보다 못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첫번째로 올려진 "결혼 피로연"은 난잡했다. 지루하진 않았다. 근데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도통알 수가 없었다. 대사전달력도 문제였지만 동시에 많은 인물이 등장하다보니 깔끔한 정리가 필요했는데, 이게 되질 않았다. 여배우들이 남자역할을 한 것도 한몫했다. 이러면 당연히 제역량이 나오지 않는다. 새내기라서 역량자체가 높지 않은데 그마저도 100% 발휘하기 힘든 옷을 입혀놓은 꼴이다. 물론 여자가 많이 나오는 극이 굉장히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아쉬운건 아쉬운거다.
하나 좋았던건 각 인물들 모두 자기 대사 없이 앉아있는 시간이 길었는데 그 상황에서의 행동이 꽤 자연스러웠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거 보는 사람은 나같은 사람밖에 없긴하지만;;
"카멜레온" 은 가장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극의 내용 자체도 그렇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대체로 자연스러웠다. "카멜레온"팀이 역량이 좀 더 좋다기보단 "결혼 피로연"보다 "카멜레온"이 장면 정리하기도, 연기하기도 더 편하지 않았나 싶다. 참 재밌는 풍자극이었다.
개인적으로 재학생 배우 중에 에이스를 꼽자면 "결혼 피로연"에서 희랍사람, "카멜레온"에서 개한테 물린 사람 역을 맡은 배우를 꼽고 싶다. 대사 전달도 잘되고 연기가 자연스럽다. 이친구가 11학번인게 상당히 놀랍다.
"결혼 피로연"에서 전등,전보 얘기하는 역할과 "카멜레온"에서 배달부역을 맡은 여배우도 연기가 상당히 괜찮았다. 둘 다 남자역할이었는데 꽤나 자연스럽게 잘 소화했다. 여자역할할 때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남자배우가 적긴 했는데 남자배우들은 대체로 무난했다. 보통 여자들 발음이 더 좋기때문에 대사전달력이 뛰어날 경우가 많은데, 여긴 남자들이 더 좋았다.
대체적으로 "카멜레온"에 나왔던 배우들은 괜찮았고, "결혼 피로연"이랑 겹쳐서 나온 배우들도 "카멜레온"의 역할이 더 몸에 맞는것처럼 보였다. 특히 개로 나온 배우는 "결혼 피로연"보다 확실히 나은 연기를 보여줬다;;
동문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했다. 세 분이 나오셨는데 세 분 모두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셨다.
체홉역의 배우분은 목소리가 상당히 좋았다. 크게 힘들이지 않는 듯 보이는데도 귀에 착착 감겼다. 동작이 좀 어색하고 짜여진 느낌이 나긴했는데 되려 클래식한 느낌이라 나쁘지 않았다.(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에서의 연극장면 같은 느낌이랄까)
"담배의 해로움에 대하여"에 나오신 배우분은 희극배우 같은 적절히 오바된 표정과 몸짓이 일품이었다. 대사와 행동이 되게 자연스러웠다. 딱 하나 아쉬운게 너무 말하듯 대사를 치니까 소리가 너무 작았다. 맨 앞에 앉아서도 귀를 쫑긋 세워야 들릴 정도니 뒷좌석에선 몇마디 놓쳤을 것 같다.
"백조의 노래"에 나오신 배우분이 에이스였다. 행동도 대사도 자연스럽고 적당하고 귀에 쏙쏙 들어왔다. 몰입을 방해하는건 덜렁거리다가 기어코 떨어진 수염뿐이었다.
동문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지만, 극들은 조금 지루했던게 사실이다. 흡입력 있는 모노드라마는 왠만한 연기력 갖고는 되지 않고, 재학생공연에서 빵빵 터졌으면 괜찮았을텐데 거기도 힘들게 지나왔고, 내용 자체가 아직 어린 나에겐 크게 와닿지 않아기 때문이다. 그저 정말 저럴까? 나이 먹는다는건 저런걸까? 난 저렇게 되지 않도록 살아야지. 하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극의 내용보다는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더 많은 말을 하게 됐다. 극 내용에 집중을 완전히 못했기 때문이다. 살짝 아쉽긴해도, 잠시 두근거리는 가슴을 느꼈다는 것에 만족한다.


